'통역'이라는 설정이 이렇게 긴장감 있게 다가온 적이 있었던가. 그것도 '허위 통역'이라니. 이 작품은 말을 옮기는 행위가 어떻게 진실을 조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통역사』는 네팔어 법정 통역사 도화가 거액의 돈을 대가로 '허위 통역'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된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네팔 여성 차미바트가 내연남과 그의 동거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그녀가 진술하는 모든 말은 오직 도화의 입을 통해서만 세상에 전달된다. 즉, 도화는 이 사건의 진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도화가 맡은 통역은 '진실의 전달'이 아니라 '진실의 왜곡'이다.
개인파산 상태에다 병원비와 약값이 급한 도화는 결국 변호사 재만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스무 마디만 허위 통역해 주면 1억 원을 주겠다."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감형받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도화는 자신이 옮기는 말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는 순간을 마주한다.
도화에게 허위 통역을 의뢰한 변호사 재만은 악하지만 유능하다. 그 역시 자신의 '역할'에 철저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직업 의식에 충분하단 점에서 닮아있지만, 방향성이 정반대다. 도화는 옳은 일을 향하고, 재만은 이익만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