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강보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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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라 작가의 첫 소설집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복잡다단한 관계와 존재의 미묘한 긴장감을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하게 만든다. 이 책에 수록된 7편의 단편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모음이 아니라, 각기 다른 인간 군상의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하면서도 날카로운 긴장감을 절묘하게 풀어내고 있다. 각 인물들은 겉보기와는 다른, 내면의 미묘한 갈등과 자아 발견의 과정을 겪으며, 마치 정글을 방불케 하는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처럼 그려진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탐색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며 살아간다.

더불어 이 소설집은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동시에, 일상적인 경험을 예술적 재구성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강보라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감춰진 미묘한 감정과 존재의 무게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뱀과 양배추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책 속에는 호기심과 불편함,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묘한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시각과 경험이 만나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의미의 풍경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이 소설집에서 인상 깊은 점은 강보라 작가의 서사 리듬이다. 단편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짜여진 구성 속에서 유려하게 흘러가며, 때로는 날카로운 유머와 함께 독자의 마음 한켠을 건드린다. 마치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어두움 속에서도 잠시나마 웃음을 건네주는 작은 빛과 같은 역할을 하며,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은 단편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 존재의 복잡함과 사회의 다면성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집이다. 강보라 작가의 문체와 감각은 독자에게 새로운 문학적 경험을 선사하며,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독자로서 이 책은 그저 읽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장면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만드는 소중한 초대장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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