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 문학동네 청소년 76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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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인생이 끝없이 이어진 골목처럼 느껴진다. 그 골목을 발길 가는대로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느낌에 멈춰 서게 된다. 그 끝에서 낯선 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나는 과연 그 문을 열 수 있을까.

뒤돌아갈 길도 막막하고, 주저앉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을 때— 그제야 우리는 마침내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문을 조심스레 밀어보게 된다. 바로 첼시호텔.

조우리 작가님의 장편소설 <모든 골목의 끝에, 첼시 호텔>은 우리가 흔히 외면해온 감정의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 모아 보여준다. 성적과 목표를 삶의 기준점으로 삼고, 감정은 모두 대학 입학 이후로 유예해두었던 락영. 첼시 호텔이라는 이름의 공간,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으로 흔들고, 다시 세운다. 사랑, 우정, 배신.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여름. 그 안에서 락영은 ‘성장’이 아니라 ‘변화’를 겪는다.

표지 속, 도심 야경을 등지고 한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 현실의 빛나는 무대 뒤편, 익숙함 너머의 낯선 공간. 그 문 너머에서 펼쳐질 것은 어떤 위로나 치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마음이 다쳐도 괜찮고, 눈물을 흘려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감정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공간. 첼시 호텔은 그런 장소다.

청춘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엔 너무 복잡한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 속에서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할 차례”라고, 조용히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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