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유 없이 불안할까 교양 100그램 5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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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삶은 내가 세워 놓은 계획대로 아무런 걸림돌 없이 착착 나아가지 않는다. 그런 예상치 못한 엇나감 속에서 나는 종종 불안을 느낀다. 한자로 ‘아닐 불(不)’, ‘편안할 안(安)’. 말 그대로 편안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일상에서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커다란 불안은 없지만, 문득문득 불쑥 찾아오는 낯선 감정은 분명히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그런 불안을 마주할 때마다 짜증과 불평만을 늘어놓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불안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오히려 나를 지킨다.”는 문장이 특히 인상 깊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불안을 느낄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방비 상태를 피하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존재다. 생존을 위한 이런 기제는 뇌에서 작동하며, 바로 ‘싸울까 도망갈까 반응(fight or flight reaction)’을 일으킨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먼저 반응하고, 이후에 세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이처럼 위협을 감지한 뇌가 먼저 몸에 ‘움직여라’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삶이 더 편리해진 요즘,
왜 우리는 불안을 더 자주, 더 크게 느끼는 걸까?

불안도 하나의 ‘면역’이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불편함을 제거한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만큼 불편함에 대한 내성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감당할 수 있었던 일들도 이제는 고통으로 느껴진다. 결국 작은 자극에도 불안이 쉽게 증폭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위험 요소를 최소화한 사회가 오히려 낯선 위험에 더 취약하게 만든 셈이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객관적인 강도’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주관적인 해석‘을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책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조차도 불안과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단지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을 뿐인데, 현재 한국 사회의 평균치는 이미 너무 높아져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욕망’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와는 다르다. 의식주 같은 필요는 이미 충족되었기에, 이제는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한 ‘비교’와 ‘경쟁’ 속에서 불안을 느끼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면 나에게 충분한지를 스스로 정하고 만족하는 태도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평범함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른다.

💭 불안, 그런 게 있나보다. 그냥 그렇구나.

이 문장은 마치 결론처럼 남았다. 나이가 들고, 생애주기를 거치며 우리는 조금씩 변한다. 이전에 잘되던 것이 잘되지 않고, 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일이 어느 순간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변화한 나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불안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아, 내가 변했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이 책은 불안이라는 감정과, 왜 우리는 그 감정에 이토록 취약한지에 대해 친절하고 쉽게 풀어낸다. 단순한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나의 삶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말미에는 불안을 다스리는 세 가지 방법도 소개된다.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내용일지라도, 실천은 결코 쉽지 않기에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다.

현대인은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건강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출발선에서 우리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네고 있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불안을 되돌아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나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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