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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세계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이명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평점 :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있을 수도 있다.
📖 <당신이 보는 세계>는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르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발굴된 9편의 판타지 단편을 모은 책이다. 공포, SF, 일상,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어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야기들이 많아,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되기도, 그저 푹 빠져 즐기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표제작 〈당신이 보는 세계〉. 소설의 설정 자체가 굉방히 특이하다! 소설 속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은 머리에 내장 칩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헤이트 이레이저’라는 기능이 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헤이트 이레이저는 개인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차단해 주는 기능이다. 그러나 점차 사용자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차단하면서, 전단지, 장소, 불편한 관계의 사람, 심지어 통증까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결국 주인공들은 이 기능을 제거하고 나서야 같은 세상을 바라보지만,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주인공들이 함께 기능을 지우고 같은 세상을 바라보게 된 장면이 인상깊었다. 현실에서도 비슷하다. 우리는 같은 세계를 보며 각기의 경험을 한다. 같은 뉴스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고, 같은 사건을 겪어도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우리는 같은 세계를 살고 있다는 점. 그러니 서로의 시선을 존중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또한, 이 작품은 기술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발전하지만 너무 과하면 결국 인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SNS에서 그 문제가 잘 드러난다. 알고리즘의 노예라는 말이 있듯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려주면서 점점 나의 세계를 좁힌다. 그러면서 반복되어 노출되는 알고리즘이 맞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의견과 나의 의견이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런 현시대의 문제를 SF 요소로 잘 녹여낸 작가님이 감탄스러웠다.
당신이 보는 세계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단편까지, 다양한 색깔을 지닌 작품들로 가득한 책이다. 여러 권을 읽은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