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윤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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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건강하던 열세 살 아이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불안과 환청, 망상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던 순간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 가족은 함께 삶을 쌓아가며 균형을 찾아왔다.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아들 ‘나무’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18년간 함께 살아온 엄마 윤서의 기록이다. 저자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아들과 함께 삶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그 여정을 책으로 담아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다.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내며, 고통을 일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여전히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 가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을 가진 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여기거나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대부분은 치료를 받으며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다. 조현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와 심리적 지원을 병행하면 증상을 조절하며 살아갈 수 있는 병이다.


이 책은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동시에, 조현병에 대한 단편적인 시선을 거두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현병을 앓는 이들도 감정을 느끼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단순히 ‘질환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한 명의 온전한 개인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나무는 환청과 망상,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조각난 세계를 살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해온 것이다. 저자와 아들은 유튜브 채널 ‘씨리얼’ 인터뷰에서도 이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조현병을 숨기고 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책은 정신질환을 가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흔들리면서도 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려 있기도 하다.


"이야기에는 우리를 치유하고 계속 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용기를 내어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란 걸 거듭 깨닫게 될 거예요."


이 문장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현병이라는 질환 속에서 겪은 어려움과 절망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행위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고립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과 치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용기를 북돋아 준다. 우리 사회가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편견을 줄여나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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