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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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축축하고 어두운, 어떤 시선이 따라 붙는 듯한 느낌.

<호스트-환영의 집>은 제목 그대로 적산가옥에 남아 새로운 이들을 반기는 호스트 역할의 존재가 등장한다. 이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당신이 보는 <환영>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자고로 '집'이란 그 어디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소중한 집에서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고 상상해보라. 읽는 동안 누군나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규호는 어느 날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는다.

최근에 돌아가신 규호의 큰아버지가 규호 앞으로 청림의 집 한 채와, 현금 2억원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아버지가 남긴 편지에는 단 여섯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그 집을 지켜라.'

영원히 묻어두길 바랬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규호는 어린 시절 그 집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이 떠올랐지만 지금 집을 팔고 현금을 보태면 빚을 갚을 수 있다. 실비의 병원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가족들과 청림으로 이사를 간 수현, 드넓고 공기 좋은 이런 환경이라면 딸 실비도 금방 나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새로운 환경에서 규호와의 관계도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가족이 아닌 다른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자꾸만 이상한 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수상하다 여기던 중 실비와 실리가 편지 봉투를 하나 발견한다.

일본어로 써진 편지의 수신자는 이 적산가옥에 살았던 오카다 나오라는 여성이다.

편지에는 죽음과 삶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기이하고 잔인한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써져 있다.

그리고 오카다 나오는 이 실험을 실제로 행한 것 같다.

과연 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나오는 엄마가 죽기 전 한 말들을 종이에 옮겨 적는다. 엄마는 떠나기 전 경성에 가보고 싶다 말한다. 자신의 고향인 경성으로.


그렇게 의사가 된 나오는 교토를 떠나 경성에서 근무하다가 청림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나오는 우연히 청림 방직공장 사장 다카히로라는 남자를 치료해주게 된다.

청림호 근처, 2층 집 목조 주택을 짓고 있던 다카히로는 집이 완성되자 나오를 그 집에 데리고 가 청혼을 한다.

다카히로가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오는 이 집이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녀는 결혼을 승낙한다.

하지만 모든 비극의 이 집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니, 꼭 비극 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오가 살던 1940년대, 규호의 어린시절 사건이 벌어진 1995년. 그리고 현재인 2025년의 이야기가 각자 서술 되면서 적산가옥에 묻혀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세가지 시간은 얽히고 설켜 하나로 맞물린다.


나오와 수현은 각자 죽은 명숙과 실비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다. 나오가 되살린 명숙은 그렇게 그 적산가옥의 호스트가 되어 수현의 가족을 환영해주었고 그 시간들은 돌고 돌아 실비를 살리게 되었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비와 명숙은 정말 살아 있는 것인가.

규호는 수현을 살인자라 비난한다. "당신이 죽였어." 

하지만 수현은 말한다.  "그리고 내가 살렸지." 

과연 어떤게 맞고 어떤게 틀린 것인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오의 엄마인 금자에서부터 시작된 모성애는 나오와 명숙을 건너 수현과 실비에게도 전해진 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삽입된 사진의 적산가옥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환영은 나를 또 한번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진정한 환영의 집이었다.


<힐 하우스의 유령>의 가족과 집이라는 소재와 <프랑켄슈타인>의 새롭게 만들어진 생명체, 그리고 적산가옥이 만나 새로운 K-호러가 펼쳐졌다.

이 특이하고도 놀라운 조합은 읽는 동안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고 색다른 호러를 맛보게 해주었다.

추운 겨울날 이불 속에서 오싹한 호러를 원한다면 <호스트>를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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