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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가정
백승연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1월
평점 :
아침 드라마를 왜 보나, 합리적 가정 보면 되는데
<합리적 가정>은 치정 스릴러라는 말이 아주 꼭 맞는 작품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남의 불행에 입맛 안다셔 본 사람이 있을까.
우선 나는 결백하다 말할 수 없다.
나 역시 작품 속 주인공들의 처절한 불행을 재미있게 지켜보았으니. 이게 바로 길티플레저인가..?
기나긴 무명 생활 끝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호재.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호재를 대신해 희진은 악착같이 버티며 가장 노릇을 했고
초고속 승진을 보여주며 주변인들에게 독한년이라고까지 불린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남편의 무능력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던 희진은 호재의 성공으로 드디어 지난 날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희진과 호재, 그리고 둘의 딸 지율이는 부자들만 산다는 영림동 주택단지으로 이사를 간다.
가정주택을 입버릇처럼 말하던 희진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호재가 어느날 경매로 집이 기존가보다 60프로나 싸게 나왔다며 사진을 보내온 집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고 호재의 전재산을 다 털어 넣었지만 희진은 아무래도 좋다.
이제 더이상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
희진의 집보다 조금 더 넓고, 수영장이 딸린 옆집.
희진은 호재의 서재에 갔다가 옆집 수영장을 내려다 본 듯한 호재를 눈치챈다. 그 곳엔 옆집 여자가 비키니를 입고 수영을 하고 있다.
남편의 비밀을 눈치챈 희진은 그저 웃어 넘긴다.
그런데 호재와 옆집 여자 유림 사이의 낌새가 이상하다.
"어머 호재오빠 아니야?"
호재는 유림과 대학교 선후배 사이라고, 예전부터 미친년이었다고,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명품을 두르고 흉부외과 의사인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쇼핑이나 하는 여자가 희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꾸만 엮여오는 옆집때문에 희진을 거리를 둬야겠다 다짐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은 각자가 가진 비밀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재밌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하다.
예상한 것들은 생각보다 더 크게 튀어 나오고, 설마 했던 것들이 나를 잡아 버렸다.
유림이 차 안에서 호재에게 했던 말을 보고 나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선 내용에서 왜 그렇게 작가가 그 표현들을 강조했는지 뒤늦게 알게 된 순간 도파민이 올라왔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이 세상엔 타인의 불행에 함께 슬퍼하고 애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분명 그 불행과 나의 상황을 비교해 내가 더 낫다며 안심하고 조금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부족하고 불행할수록 자존심은 점점 더 비싸져 금덩이처럼 어깨에 이고 남들과 자신의 비교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물욕과 명예만을 쫒던 희진도, 무책임한 가장이었던 호재도, 복수심에 불탔던 유림도,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한심하게 보던 건우도 타인의 불행으로 자신의 불행을 덮어버렸다. 쟤보단 내가 낫지 하면서.
인간의 추악함을 지켜보며 즐거움을 느꼈던 나도 똑같은 것 아닐까.
나도 결국 나의 불행을 가상의 불행과 비교하며 나는 별것도 아니네 하며 안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치만 그들과 나의 차이는 생각한 것들을 실제로 행하느냐 생각에서 멈추느냐일 것이다.
그게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자 이성일테니.
그래도 재밌는 것은 재밌는 것이다! 책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