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평점 :
눈물 소리가 들렸어요-가나리 하루카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감정엔 여러가지가 있다.
그리움이 몸을 뒤덮을 때, 넓은 세상에서 나는 혼자라고 느껴질 때, 너무 기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좋아하는 아이의 눈만 봐도 설레일 때.
흘러나오지 않더라도 눈 안에 눈물이 고인다는 것은 우리에게 소중한 감정들이 넘실대고 있다는 뜻 아닐까.
남에게 우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하는 시대이다. 약해보인다고, 그정도도 견디지 못하냐고 한소리 들을까봐 몰래 숨어 우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이 세상에 숨쉬기 시작했을 때부터 쭉 그래왔듯 온 우주에서 우리는 아주 작은 하찮은 존재이다. 우리 한명 눈물 흘리는 것은 큰일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 이 세상에 온 지 고작해야 몇 십년이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어도 된다.
미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사람들의 눈물 소리가 들린다는 것. 가족 중 아빠만 빼고 엄마와 오빠, 그리고 미온은 사람들의 눈물 소리가 들린다. 미온의 엄마는 눈물 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이 어떤 감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지 알 수 있다. 힘듦의 눈믈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 엄마와 오빠는 지나치지 못한다. 왜 남의 기분까지 신경 써야 하지? 미온은 눈물 소리가 들리는게 그저 귀찮을 뿐이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귀찮다. 모든 것에 무관심한 미온은 그날도 평소와 같이 교실에서 혼자 점심 도시락을 먹고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어디선가 눈물 소리가 들린다. 이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눈물 소리다. 음악처럼 감미롭고 부드럽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누가 울고 있는거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울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눈물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매던 미온은 드디어 울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우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이 몸을 웅크리고 눈물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모두에게 완벽하다는 소리를 듣는, 인기 많은 전교회장 켄 선배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학생들의 선망을 받고 있는 켄 선배가 울고 있다. 잘됐다. 미온은 이것을 약점으로 잡아서 원하는 것을 부탁할 셈이다. 미온은 켄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중학생의 첫사랑 풋풋한 이야기인 줄 알았던 나의 오산이다. 눈물소리가 들리는 소녀,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우는 소년. 이 설정은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더욱 많은 감정을 만나볼 수 있다. 육아로 지친 어머니가 흘리는 눈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아이가 흘리는 눈물, 좋아하는 사람과 눈만 맞춰도 눈 안 쪽에 고이는 눈물, 다른 사람의 불행도 나의 것만 같아서 흘리는 눈물.
책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적혀 있었고, 남 앞에서 울면 안됟다고 윽박지르는 세상 속에서 나는 울어도 된다고, 당신들은 눈물 흘려도 된다고 위로 건네고 있었다.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고통임에도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의 멋짐도 알게 되었다. 켄이 그러했다. 학교 안에서 쓸쓸히 외로워 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눈물 흘렸고, 혼자 울었을 미온에게 왜 울었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괜찮으니 혼자 울지 말라고 해주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알아봐 주었고, 미온 앞에서만큼은 솔직했다. 그래서 켄의 눈물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같은 것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미온과 켄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책이 이렇게 금방 끝나다니 아쉬움에 나도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눈물 소리가 들리는 소녀와 남의 고통에도 눈물을 흘리는 소년의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계속 될 것이다. 서로를 돕고, 손 내밀고, 웃음와 울음을 나누며 그렇게 기댈 곳 되어주면서 말이다. 짧은 글이였지만 마음 가득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