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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 ㅣ 사계절 1318 문고 150
채기성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
평점 :
📎못갖춘마디의 곡은 첫 마디의 박자가 부족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첫 마디에서 부족한 박자는 끝 마디에서 채워지며 비로소 갖춘 마디로 마무리된다.
우리 또한 그렇다. 시작은 불완전하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슬퍼할지라도 그 기억이 있기에 마지막엔 완전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괜찮다. 완벽한 시작이란 건 없으니, 내가 시작한 때가 바로 그 “때”이다.
📖소이에게는 비밀이 있다. 아이돌을 준비했다가 포기한 것, 지금은 랩 가사를 쓰기 위해 엄마 몰래 학원 수업을 빼고 시 쓰기 수업을 듣는다는 것, 아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묻고 싶은게 많지만 대답해줄 아빠는 더 이상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
소이의 아빠는 언제나 자신과 가족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에 친구인 유주가 바다에 빠졌을 때도 아빠는 망설임없이 바다로 뛰어 들었다. 한참동안 나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며 소이에게는 적막한 고요함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 고요함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소이는 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가사를 쓴다. 가사를 더 잘 쓰기 위해 시 쓰기 수업을 듣는다.
삶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만 기울어서 평형을 맞추기 위해 시를 쓴다는 선생님. 선생님은 소이에게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 보라 말한다. 소이는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소이는 재난 피해가의 유가족이다. 상가에서 일어난 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소이의 가족들은 어느새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소이는 점점 더 말이 없어졌고,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도, 슬픔을 나누지도 않는다.
소이는 랩 가사를 쓰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시 쓰기 반의 김시은 선생님, 모든 일에 진지하지만 어쩐지 무슨 일이든 가볍게 만들어주는 시현이, 자신이 차갑게 밀어내도 곁을 지켜주던 유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움츠려 있던 우제.
소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 받고 조금씩 아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고 점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 그렇게 소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아픔이 독이라면 시간은 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움은 항상 아픔을 동반하지만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또 슬픔을 게워내다 보면 독에 물을 타듯이 아픔도 조금씩 희미해지곤 한다.
우리는 남아있는 사람의 몫을 다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면 나의 이야기를 내보여도 괜찮다. 그러니 내일을 기다려봐야 한다. 기대할 내일이 다시 찾아올 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