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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그들의 사랑에 중립은 있을지언정 브레이크는 없었다.
언제라도 앞으로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가 터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격렬하고 눈부시게 폭발하듯이.
그들의 사랑에 휘감겨, 빠른 속도 속으로
나 역시 빨려 들고 말았다.
그들의 사랑은 먼 바다의 파도치는 리듬 같았고
아찔하도록 달콤한 딸기 내음을 뿜어냈으며
그토록 오래 사는 따개비의 삶 같았다.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청년 농부 을주.
언제나 달콤한 딸기 향을 묻힌 채 반려견인 오복이와 바닷가를 산책한다.
팔을 휘저으며, 오복아 너무 멀리 가지마 라고 외치며, 얼굴엔 함박 웃음을 짓고, 그토록 자유롭게.
그때 구석 조개 껍질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 여자를 발견한다. 하얗고 둥근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다.
처음에는 을주와 오복이를 보자마자 자전거도 내팽개치고 도망치던 그녀가 어느새 옆에 나란히 서서 같이 걷는다.
을주는 점점 그녀가 궁금해졌다. 모래사장으로 밀물이 밀려오듯이, 감정은 이미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마을에서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과 둘희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을주. 을주는 그런건 모르겠다. 그냥 둘희가 보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전과는 달리 둘희는 을주와 오복이를 본체 만체 한다.
그렇게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오복이를 바라볼 땐 언제고.
을주는 이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둘희가 자신을 무시한다면 그 앞에 나타나버리면 그만이다. 을주는 둘희의 일상에 침투할 작전을 세운다.
을주는 둘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둘희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걸까.
<리듬 난바다>를 읽으면서 을주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을주는 솔직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보고 싶으면 찾아가고, 달리고 싶으면 달린다.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법을 알고 있고, 화가 날 때면 인상을 구긴 채 소리도 지르고, 오복이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줄 줄 안다.그런 사람이 둘희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둘희는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온 소중한, 이미 낡아버린 사랑을 품 안에 꼭 껴안은 채 자신을 갉아 먹는다. 자신만이 그 사람을 위로 해줄 수 있다 믿으며, 그녀를 향한 사랑은 언제 까지고 영원할 거라 믿으며.
인생은 언제나 그렇듯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을주, 둘희 그리고 많은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예쁜 표지와는 다르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득 담고 있어 더욱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
현실과 허구의 차이, 현실 또한 우리가 꿈꾸고 있는 또다른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것. 꿈을 깨기 위한 꿈일 뿐이라는 것.
우리는 언제나 미약한 희망을 꿈꾸고 있다.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들을,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외면 받을 것들을 말이다.
삶이란 넓은 바다 위 파도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다. 이리 저리 휩쓸리다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조개 껍질이 되어 모래 사장으로 밀려날 뿐인 것이다.
그 리듬에 맞춰 쌓이는 감정들 위로 사랑을 생겨났다 사라진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세상에는 그토록 더럽고 어두운 것들이 가득하지만 오늘도 그들은 결국엔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는 안되는 나약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