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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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출간 기념 무크지를 읽었다. 정보라 작가의 전작 『저주토끼』에 수록된 「머리들」도 너무나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이 더 흡입력이나 현실성이 뛰어난 느낌이었다. 문어 외계인이 나온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문어」)이긴 하지만 부당함 속에 살아가는 시간 강사의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아직 다 읽어보지 않았지만, 인터뷰와 작가들의 리뷰, 「문어」 단편을 보았을 때, 분명 연대와 데모, 세상의 부당함을 향한 저항이다.

“이길 수 없어도 “열 받으니까” 저항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은 이 세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A. 그런 분들이 언제나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보라 작가 인터뷰 中

드문드문 읽으며 내가 사회의 부당하고 기형적인 문제들을 너무나도 도외시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 해보면 의도적으로 보지 않으려 했다기보단 내가 나선다고 해서 바뀔 게 없다는 생각이 기저에 뿌리 깊게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문어」에서 등장하는 시간강사들의 노동 처우는 아주 심각하고, 과장 없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이 소설집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기대되는 수록작은 「해파리」였는데, 아무래도 해파리라는 생물 자체가 몽환적이고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이니 어떤 식으로 소설에 녹아들었을지 궁금했다. 인터뷰를 보았을 때, 해양 기후와 관련된 소설일 듯 싶은데, 나오면 꼭 읽어봐야겠다!

⛄정보라,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출간 기념 무크지

⁕위 무크지는 래빗홀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제공과는 관계없이 진솔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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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여행사 네오픽션 ON시리즈 12
김동하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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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작가의 달고나 여행사를 읽었다. 스펙타클하고 강력한 서스펜스를 선사하는 SF소설이었다. 달고나 여행사는 팬데믹 이후 국가 간의 교류가 단절된 세계에서 공유신체라는 개념이 급부상한 근미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달고나 여행사라는 옛날 불량식품 따위를 취급하는 낡은 가게 주인인 수열과 그의 딸인 가은, 손녀 도희, 가은의 남편인 도훈, 수열의 친구인 상만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수열은 과거 6년 전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가은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고, 가은은 남편 도훈과 이혼했으며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랑스러운 딸인 도희마저 잃게혼수상태된다. 그러나 가은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혼수상태인 딸 밑으로 드는 어마무시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본인의 신체를 걸리버 여행사공유신체를 담당하는 기업에 등록하게 된다. 그녀는 로열 등급으로, 범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녀의 몸으로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있는 상위 등급을 신청한 것인데, 그녀의 손님 중 하나가 그녀의 몸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마약을 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 속 도희마저 납치당하게 되고, 과거 형사였던 수열을 주축으로 가은, 도훈, 상만이 납치된 도희를 구하기 위해 달고나 여행사로 모이게 되는데…….

달고나 여행사는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도를 늦추지 않는다. 속도감도 빨라서 배송이 온 뒤 단숨에 읽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과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 끝나지 않는 사건과 사고들이 휘몰아친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는 이 소설의 키워드인 공유신체달고나’, ‘여행’, ‘걸리버등이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읽으며 이 소재들이 전부 얽히고 서로 연관되어 있는 복선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짜릿하다.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부녀지간의 사랑,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관계의 회복, 연대, 위안 등이 이 소설의 결말에 눅진히 묻어난다. SF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맨 마지막에 작가의 말이 있는데, 스펙타클하고 강력한 소설의 전개와는 다르게 아주 잔잔하고 정갈하게 아버지를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녹아 있었다. 작가의 말마저 가슴이 아팠던 소설!


김동하, 달고나 여행사,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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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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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건우 작가의 듀얼을 읽었다. 상당히 속도감이 빠르고 전개 양상이 흥미로워 큰 힘을 들일 필요 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궁금증을 계속 남기며 서사를 힘있게 이끄는 방식으로, 독자의 흥미도와 긴장도를 늦추지 않고 결말까지 돌진하는 소설이었다. 액션 추리물, 추격물, 스릴러물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장르가 취향인 독자에게는 이 책이 정말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시작인 사망챕터는 강렬한 인트로, 스펙타클한 서막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장르 소설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문제적 시선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말에서는 두 인물이 정말 제목처럼 듀얼을 벌이는데, 그 장면은 상당히 카타르시스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가 떠오르는……. 벅차오름과 놀라움이 있었다.


환생한 연쇄살인마와 다시 태어나 그를 쫓는 프로파일러. 스릴러의 대가 전건우가 선보이는 두 남자의 운명적 대결(듀얼도서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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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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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성 영웅 못지않은 여성 영웅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여성 영웅에게 맞는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안하는 책이다.”(규방의 미친 여자들추천사 )

 

전혜진 작가의 규방의 미친 여자들을 읽었다. 한국의 다양한 고전바리데기, 숙향전, 심청전, 콩쥐밭쥐전…….을 중심으로 여성 영웅의 계보에 대해 진중한 질문과 모순을 짚어주는 책이었다. 단순히 왜 여성 영웅보다 남성 영웅이 많은가?’라는 얕은 의문이 아니라 그간 우리의 인식 속 내재 되어 있던 영웅이란 무엇이며, 그 시절 여성들이 당면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고전 작품을 통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도리를 다 하는 인물들의 결말이 고작 결혼이라니. 생각해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고전 작품 속 여성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길러지다 친부가 아프다는 소식에 친부를 살리려 온갖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식 대접을 받는 이야기(바리데기), 아버지 눈을 고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이야기(심청전), 여성은 죽고 그 여성의 한을 남성 사대부가 들어주는 이야기(장화홍련) 등등……. 고전 작품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여성 인물들이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소재나 발상은 당시의 사회나 여성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간 고전 작품 속 영웅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 무관심했었는데, 규방의 미친 여자들을 읽고 나니 그 시절의 영웅, 아버지, 여성이 아직도 미미하게 스테레오타입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규방의 미친 여자들의 마지막이 참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대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방한림전)가 나오는데, 주체적인 여성이 능동적 삶을 위해 대안 가족과 살아가는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했다.

규방의 미친 여자들의 가장 큰 매력은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때와 지금, 유기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진 않는가? 그런 의문들이 솟아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전혜진, 규방의 미친 여자들, 한겨레출판

 

위 책은 한겨레 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제공과는 관계없이 진솔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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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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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의 가장 큰 매력은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때와 지금, 유기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진 않는가? 그런 의문들이 솟아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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