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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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남성 영웅 못지않은 여성 영웅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영웅 신화의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중심의 서사였다는 것을 밝히는 동시에 여성 영웅에게 맞는 새로운 서사 구조를 제안하는 책이다.”(규방의 미친 여자들추천사 )

 

전혜진 작가의 규방의 미친 여자들을 읽었다. 한국의 다양한 고전바리데기, 숙향전, 심청전, 콩쥐밭쥐전…….을 중심으로 여성 영웅의 계보에 대해 진중한 질문과 모순을 짚어주는 책이었다. 단순히 왜 여성 영웅보다 남성 영웅이 많은가?’라는 얕은 의문이 아니라 그간 우리의 인식 속 내재 되어 있던 영웅이란 무엇이며, 그 시절 여성들이 당면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고전 작품을 통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도리를 다 하는 인물들의 결말이 고작 결혼이라니. 생각해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고전 작품 속 여성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에게 길러지다 친부가 아프다는 소식에 친부를 살리려 온갖 시련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자식 대접을 받는 이야기(바리데기), 아버지 눈을 고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이야기(심청전), 여성은 죽고 그 여성의 한을 남성 사대부가 들어주는 이야기(장화홍련) 등등……. 고전 작품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여성 인물들이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소재나 발상은 당시의 사회나 여성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간 고전 작품 속 영웅이라는 소재 자체에 대해 무관심했었는데, 규방의 미친 여자들을 읽고 나니 그 시절의 영웅, 아버지, 여성이 아직도 미미하게 스테레오타입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규방의 미친 여자들의 마지막이 참 쓸쓸하면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대안 가족에 대한 이야기(방한림전)가 나오는데, 주체적인 여성이 능동적 삶을 위해 대안 가족과 살아가는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했다.

규방의 미친 여자들의 가장 큰 매력은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우리는 모순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때와 지금, 유기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진 않는가? 그런 의문들이 솟아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전혜진, 규방의 미친 여자들, 한겨레출판

 

위 책은 한겨레 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상 제공과는 관계없이 진솔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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