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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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의 <구운몽> 때문에 <금강경>의 핵심 내용이 '공(空)사상'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이라는 것을 인생무상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찌하다 인연이 되어 <금강경>을 잡았다.

 

5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자세한 원문해석이나 심오한 이론 소개가 아니라 일반 대중을 앞에 두고 강의하듯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들이 많아 비교적 쉽게 읽힌다.

 

지은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무상(無相)'이다.

여기서 '상'은 나다 · 너다, 깨끗하다 · 더럽다, 좋다 · 나쁘다 등등 마음에서 일으켜 모양 지은 관념을 말한다. 생각으로 지었지만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모든 상에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므로 상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세상의 참모습을 보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이 '무상'을 '공'의 개념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집과 아상(我相)에 사로잡혀 내가 세운 기준에 어긋나면 화 내고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나의 무지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

특히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보시한다는 의식이 없는 보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보시)'라는 말을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한 부분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지 않게 풀어나가는 솜씨는 수많는 수련의 결과라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한국사회에 충만해 있는 기복불교를 부정하고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자신의 수행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응무소주(應無所住) 이생기심(以生起心)"

언제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 없는 행복, 걸림이 없는 자유를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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