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협의 페리스코프, 10년을 넘어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아버지가 '역사 앞에서'라는 일기를 남긴 김성칠님이며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역사 앞에서'를 읽고 이 책을 읽었다.
모두 타고난 학자에다가 자유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후로 중앙일보 <분수대>라는 꼭지에 발표한 글들을 바탕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페리스코프(periscope-잠망경)라는 제목이 어울려 실사구시하는 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일이 해결되었다.
원주도립병원에서 아버지 병 수발을 들던 중 우연히 이명박과 박근혜의 토론을 보게 되었다.
불안정한 시선, 웅얼거리는 듯한 말투, 근거 없는 주장의 반복...
이명박에 대한 첫 인상은 상황에 따라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전과 14범.
그런데 이런 사람이 압도적인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이제는 '그저 천박한 탐욕에 몰려 저질러 지는 악',
한나 아렌트의 '악의 비속성'(banality of evil 악의 평범성, 진부함-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활동이나 비활동이 낳을 결과에 대한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복종하고 다수 의견에 따르려는 경향)이라는 개념으로 풀 수 있을 것 같다.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별 특이성이 없는 비속한 인물이 술수만으로 권력을 잡고 악을 행할 수 있도록 비속한 우리들이 도와 준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이승만 정권과 비슷하다는 지적에도 고개가 끄떡여졌다.
군사독재 정권도 사관학교를 통해 민족의식은 있었는데
이 두 정권은 아예 식민지 총독부와 별 차이 없는 존재 같다.
특히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이런 정도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결국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된 것은 간디의 지적대로 우리의 도덕적 무기력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政과 刑으로 백성을 다스리면 이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므로 德과 禮로 다스려야 한다"는 사마천의 <혹리열전> 서문의 말을 권력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쾌락도 재물도 안락도 명예도 출세도 어느 것도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 그저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데만 마음을 쏟는 사람을 다루는 것이 권력자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런 사람이 위험하고도 불편한 적이 될 수 있는 것은 권력자가 쉽게 정복할 수 있는 그의 육체가 그의 정신을 옭아매는 미끼 노릇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디에 대한 어느 영국인 교수의 말이라고 한다.
나부터 도덕성 회복에 힘좀 써야겠다.

그리고 업적보다는 정신적 가치가 소중하다고 새삼 깨달았다.
예수가 그 어떤 업적을 남겼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