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전부인 줄 알았다 - 유세미의 인생수업
유세미 지음 / 프리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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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야 물에 뜬다. 그래야 힘들지 않다.
빨리 가겠다는 생각도,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욕심도 없이 그저 한 단계씩 차근차근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돌고래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미리부터 고개 빼고 저쪽 레인을 자꾸 쳐다볼 일이 아니다. 지금은 짠물을 먹어도, 폼이 엉망이라도 그 단계에 집중하고 성실해야 최선이다. 이왕이면 힘들다고 생각되는 그 과정조차 즐기면 수지맞는 장사이다.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살아가면서 참 갑갑할 때가 많다. 졸업 후에 동기들은 대부분 간호사가 되었고 소수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소수 중에서도 극소수의 길을 택해 걸어가는 중이다. 왜 그랬을까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곳에 와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나름대로 얻은 깨달음을 생각하면 후회는 없다. 후회가 있어도 그저 앞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길이 아닐까.

요즘 계속 나에게 들리는 말, 힘을 빼라는 말.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자는 말.
힘을 내서 살아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더 위안이 되는 말이다.

언젠가 갑자기 예고 없이 나에게 찾아온 육체의 고통. 덕분에 6개월 정도는 아예 기어다니다시피 다녔다. 이전보단 낫긴 하지만 지금도 종종 찾아온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건강하던 내가 왜? 도대체 왜? 하필 저인가요?
그러던 중 설교 시간에 한 테니스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전설의 선수 Arthur Ashe, 그는 테니스계를 제패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심장수술로 인해 수혈을 받았는데 그만 에이즈에 걸리고 말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팬 한명이 편지를 보냈다. "하나님이 왜 하필 당신을 그 병에 걸리도록 두셨습니까?" 이 편지에 애쉬가 한 답신이 명언이다.

"전세계에서 5,000만 명의 아이들이 테니스를 시작하고, 500만 명의 아이들이 테니스를 배웁니다. 50만 명이 전문적으로 테니스를 배우고, 5만 명이 서킷대회에 참여하고, 5,000 명만이 그랜드 슬램에 도달하죠. 50명이 윔블던에, 4명이 준결승에, 2명이 결승에 진출하죠. 제가 우승컵을 거머쥐었을 때, 저는 하나님께 "왜 저인가요?" 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오늘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께 " 왜 저인가요?"라고 물으면 안되죠."

책의 저자인 유세미씨는 삼성물산과 애경그룹에서 20년 동안 유통전문가로 재직했고, 애경 최초의 여성 임원이 된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던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 날벼락같이 찾아온 아들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모든 것이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주변은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아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모범적인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혼자 방치되었다는 외로움을 느껴왔고 엄마에 대한 적대감이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 아들은 깊은 병 속으로 도피해 버린 것이다. 아들의 발병 처음에도 그녀는 일을 놓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의사의 말과 거울 속의 피폐해져버린 자신을 보고 사직서를 낸다.

저자는 그 이후에 찾아오는 상실과 공허의 시간을 보내고, 아들의 병간호를 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잘못되었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변이된 헬리콥터 맘. 뿐만 아니라 성공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지난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인생에 대해 다시 바라본다. 시련의 시간을 겪으면서 제목 그대로 인생공부를 하면서 생각 또한 변해간다.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찾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The best has yet to come. 좋아하는 문장인데 - 가장 좋은 시절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인생을 시골길을 지나가는 완행버스로 비유한다. 몇몇 정류장은 그냥 지나쳐도 되는데 모든 정류장에 예외 없이 멈춰 서는. 지름길도 없다.

인생은 결국 다 겪으면서 지나가야 한다. 원하지 않는 것은 뛰어넘거나 생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생이 어차피 정거장마다 또박또박 멈춰 설 완행버스라면 이제 고개를 창밖으로 좀 돌려야겠다. 내 마음 급하다고 다음 정거장을 그냥 지나치진 않을테니 말이다.

시골길 털털대는 버스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멈춰서는 정거장 이름에 걸맞게 겸손히 맞닥뜨려 해결해 나가야겠다. 고난이나 갈등만 있겠는가? 다음에는 행운과 기쁨이라는 정거장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가 애쓴 만큼 딱 그만큼 잘했다 위로하는 정거장도 있었으면 싶다. 그런 정거장에도 멈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오늘 이 길이 덜 힘들 것 같아서 말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실패는 성공의 밑걸음이니까. 겪어보고 해주시는 말이니 더 위로가 된다.
살다가 그럴 때도 있는 거지. 맞다.
나는 아직은 인생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인생을 살고 시련의 터널을 통과해본 분이 해주는 말이니 듣고 배우는 것도 좋겠다.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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