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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편지 - 붙잡고 싶었던 당신과의 그 모든 순간들
이인석 지음 / 라온북 / 2017년 9월
평점 :
친구와 오늘 전화로 대화를 하는데 타지에 계신 어머니가 요즘 마음이 힘드신 것 같아서 위로와 사랑을 담아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친구가 가끔 하는 소소한 이벤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담은 크리스마스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들으면서 참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사실 나의 경우에도 종종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곤 한다. 편지만 보내기엔 심심하니까 소소한 깜짝 선물도 함께 동봉하여 :)
지금은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우리와 항상 함께 하기에, 사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펜을 드는 경우는 드물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글을 쓰고 편지를 쓰는 것이 사치인 것만 같기 때문이다. 매일 보내는 카톡과 문자가 우리의 삶을 편리함으로 이끌어준 대신, 우리는 사유하는 법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슬프다.
나의 생애 첫 스마트폰이 생긴 것이 불과 6년 전, 첫 핸드폰은.. 우와 13년 전이다.
생각을 거슬러가다 보니 이런 신문물이 없었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연락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나에게로 와서 그런 우문을 잠재워주는 책, <당신의 편지>.

부부 편지, 연애 편지, 부모자식 편지, 친지 편지, 친구 편지.
편지를 받는 대상에 따라 차례대로 분류되어 있다.
크. 아무래도 이 차례로 배열한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처음 펼치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눈가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읽어나갔다.
처음은 은주 아빠가 은주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은주 아빠는 쿠웨이트, 중동으로 파견되어 일을 했나보다. 부부가 서로를 걱정하며 아무 염려 하지 말고 몸건강하게 잘 있으라는 내용이 많다. 그리고 은근 편지로도 애정표현을 한다. 안~녕. 보면서 흐뭇한 미소가 입에 걸렸다.
다음에도 계속 이어진다. 부부편지라 그런지 현실적인 금전 문제나, 아이들이나 부모님 이야기 등도 담겨 있었다. 연애편지는 월남전에서 고생하고 있던 병사들이 쓴 편지가 많았다. 정인에게 쓰는 편지도 있었고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국에 있는 일면식도 없는 여인들과 펜팔을 신청하며 쓰는 편지도 있었다. 중학교 때 처음 펜팔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는데 pen-pal,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외국인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건 줄 알았는데 먼 타국에 있는 국군 병사들이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쓰는 경우도 많았나 보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것은 다들 문필 실력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깊어가는 남국의 밤하늘에 더욱 많은 사연들을 띄워 보내며. - 80p
이름도 항자면 '자', 은숙이면 '숙'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내 얼굴이 다 발그레해지는데 그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불렀나 보다.
펜팔을 구합니다.
모든 욕망을 보유하고 모든 꿈을 버려둔 채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하여 날아온
비둘기옵니다.
외롭고 쓸쓸한 이국전선에서 고독을 집씻는
인간에게 그 외로움과 고독을 나눌 수 있는
벗을 찾아주실 수 있는지?
이국에 한 젊은이가 선생님께 솔직히
고백한다고나 할까요.
아무쪼록 많은 벗으로부터 많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신문사 선생님 여러분에게
건투와 행운이 깃들기를 빌면서 이만
줄입니다.
이 부분이 참 짠하면서도 마음에 폭 와닿은 부분이다. 60-70년대 파월 병사들의 향수를 달래고 고국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와 신문사들이 펜팔을 장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하여 날아온 비둘기 군도 펜팔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보냈나보다.
그 아련한 문장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사모하는 이를 향한 간절함과 사무치는 외로움과 가족 친지 친구를 보고픈 마음 때문이었을까.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TV도 없던 그 시절에는 모두가 시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지금은 문명이 많이 발달해 TV, 영화, 게임 등에 우리의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요즘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책방이 생기고 다시 사람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듯 보인다.
그런 움직임에 이어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펜과 종이를 들고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 보내면서 우리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낭만에 다시금 똑똑 노크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저녁 한없는 감성을 끌어내는 편지를 엮어준 저자에게 감사하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