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씩 따라 해보는 파이토치 딥러닝 프로젝트 모음집 - 다양한 AI 프로젝트로 실전 감각 익히기
이경택 외 지음 / 비제이퍼블릭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CNN, 전이학습, NLP, GAN, 음성, Moviepy, Opencv 등을 활용해 다양한 딥러닝 예제를 PyTorch로 구현해보는 책이다.

인상적인 장점으로는 한 번쯤 구현하고 싶었던 재미있는 주제 6가지나 제공된다는 점, 예제가 풍부하다보니 본인이 종사하는 직장에 딥러닝을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고민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대학생 연합회에서 활동한 내역이 담겨있다보니 이해하기 쉽고 실용적이라는 점 등이 눈에 띄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대학생 연합회 출신의 멤버들이 쓴 책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핸즈온 머신러닝이나 머신러닝 교과서같은 뛰어난 베스트셀러 대비 이 책이 차별성을 가지는 부분이다. 세계적인 연구자가 쓴 책은 내용의 왼성도나 깊이는 뛰어나지만 전달력이 약점이다. 물론 언급한 책들은 전달력도 일품인 책이지만 그럼에도 생략되거나 함축된 부분이 어느정도 존재한다.

특히 학사 출신 실무 경력 위주의 나같은 독자들은 연구보다는 실전적으로 접근하거나 직접 개발을 통해 익히는 것이 이해가 잘 될때가 많다.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라면 백견이 불여일타를 신조로 삼고 완성된 결과물이 이해를 높여주고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이론이 책의 25%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직접 코드로 개발하는 실습 과정으로 되어있다. 컴퓨터 공학과가 평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위에 서술한 방식의 학습이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으로 빠른 시간내에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또 대학생 연합회의 활동 내역이 담겨있어 전달력이 뛰어나다. 대학생이라면 아무래도 수학이나 연구 수준이 석박사에 비해 높을 수 없다. 대학생의 활동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딥러닝이라는 난이도 높은 개념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구현을 최우선 목적에 둔다면 라이브러리나 모델에 감춰진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는 당장 필요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훌륭한 기본서들은 더 나은 연구 성과를 위해 이런 부분들에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한다.

즉, 당장 구현에 불필요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어 구현을 우선시하는 독자 입장에는 다소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독자의 수준이 낮을수록 우선순위의 등고선이 입체적으로 보이지 않아 지치거나 난이도라는 장벽에 진입을 포기할 수도 있게된다.

대학생 수준에서 별도의 연구없이 딥러닝을 이해하려고 했던 시도와 노력이 읽는 내내 돋보였다. 그렇기에 서술하는 방식이 매우 구체적이고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면 14p에 소개되는 분류에 대표적인 손실함수 교차 엔트로피 오차(CEE)에 대한 설명이 그렇다. 수학이나 연구 기반이 없는 독자가 CEE를 공식으로 마주하면 일단 거부감이 들 것이다. 이를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예시로 설명한다.

“만약 모델이 개, 고양이, 하마를 각각 [0.2, 0.3, 0.5]의 확률로 예측했다면 수식 -(0log0.2 + 0log0.3 * 1*log0.5) = 0.69 가 손실함수의 결과가 된다.

공식을 이해하는 가장 초보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숫자를 직접 대입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와 이론을 연결하는 것이 장점이다. 마찬가지로 손실함수에서 경사하강법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다른 책들이 함축하거나 생략한 부분의 과정이 담겨있어 이해하기 쉽다.

또 구현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의외로 딥러닝의 기본 원리를 많이 알 필요가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CNN 모델링 시 구현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식은 아마도 Feature Map의 크기를 산정하는 공식일 거라 생각한다.Feature Map 크기

파레토의 법칙 마냥 많은 원리 중 엔지니어가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기본적인 공식이 있는데 책은 실전 중심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로 담겨져 있어 제한된 시간 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전반부에 등장하는 이론파트는 실무에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엑기스 이론들이 압축된 형태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실전 중심의 사고로 쉽게 기술되어 있기에 Part1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딥러닝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강점은 풍분한 예제이다. 예제 제목만 봐도 꽤 흥미로운 주제임을 알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구현해보고 싶은 예제들로 가득하다. 다루는 데이터의 소재 또한 다양하여 딥러닝에서 자주 활용되는 분야의 거의 모든 맛보기가 가능하다. 각 장 마다 읽고 실습한 후기를 간략히 남겨본다.

4장 농작물의 잎을 찍은 사진은 CNN, 분류, 전이학습이라는 기술을 활용한다. 지도학습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회귀, 분류 중 분류 문제를 어떻게 모델링하는지 전처리에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엿볼 수 있다.

CNN 모델의 기본 원리와 실전 적용법을 익히기 좋은 예제이며 특히 잘 학습된 모델을 가져와 새로운 모델에 적용해보는 전이학습 과정을 거친다. 처음 등장하는 예제부터 전이학습을 적용한 것만 봐도 책이 얼마나 실전 및 문제해결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5장 국민청원 분류는 NLP의 기초를 다질 수 있음은 물론 크롤링을 거쳐 Pandas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재미있는 주제인만큼 개인적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실습했다. 이미지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CNN을 텍스트 분야에 접목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국민청원

6장에서는 CycleGAN을 활용하여 실제 사진을 애니메이션으로 바꿔본다. 개인적으로 웹툰 AI에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실습할 수 있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웹툰의 기가막힌 스토리만 가지고 있다면 특정 작가의 그림으로 학습한 AI가 그림 작가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다면 인간이 가진 뛰어난 생각이 얼마나 쉽게 세상에 공유될 수 있을까?애니메이션

7장은 음성데이터를 분석하여 비명 소리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모델을 만든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로 다양한 소재의 데이터가 등장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장에서는 음성데이터도 다룬다. 음성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는데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에서부터 Frame Processing까지 흥미로운 스킬들을 익힐 수 있었다.

8장은 전체 실습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수능 영어 문제를 푸는 딥러닝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미 GPT-3가 수능 같은 문제를 풀고 성과를 낸 일은 늘 기사로 접했지만 이를 구현하고 싶은 마음 대비 시간이 늘 부족해 원리를 궁금해 하고 있던 차였는데 이 책에서 등장하는 모델의 성능이 비록 좋진 않지만 어떻게 모델을 구성해야 하는지 첫 단추를 꿰는 법을 배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수능풀이

특히, 일반적인 분류나 회귀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모델링 할 수 있을지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이다. 무조건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라면 어떻게 구현할 지 먼저 설계해보고 하나씩 비교해가며 따라한다면 상당한 응용력을 쌓을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또, 전이학습을 활용하면 응용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9장은 AI 주제와 더불어 영상, 이미지를 편집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다. Moviepy, Opencv와 같은 툴을 익혀 아이돌 무대 영상을 교차편집하는 실습을 진행한다. AlphaPose 모델을 활용하여 사람의 관절, 뼈다귀 형태를 추출하는 법도 실습한다. 이미지, 영상은 정말 다양한 전처리가 활용된다.교차편집

단순히 영상 교차편집 목적외에도 어떤 목적을 가진 모델이 필요로 될지 모르기 때문에 9장에 소개된 툴들로 전처리에 익숙해지고 싶다면 9장은 앞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이다.


정리하자면 실전 위주의 직관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당장 딥러닝 성과물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실전서라 할 수 있다. 꼭 비즈니스 목적의 성과물이 아니더라도 이 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본 후 핸즈온 머신러닝 같은 기본서를 다시 읽어본다면 그간 이해를 방해했던 막혔던 부분들이 뻥 뚫릴 수 있을 것이다.

단, 이 책을 보기 전에 PyTorch와 Python의 기본은 충실히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을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실습하는데 큰 무리는 없으나 기본 프로그래밍 실력이 부족하다면 부분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

딥러닝을 좋아하는 누구에게나 유용한 책이지만 컴퓨터 공학 학습 방식에 익숙한 독자들, 연구보다 실무 중심의 종사자들, 기술이 어려운 비즈니스 분야 종사자 혹은 사업가, 학생 등의 독자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배우는 양자 컴퓨터 그림으로 배우는 시리즈
미나토 유이치로 지음, 이승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첩, 얽힘으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살펴보고 이를 크게 양자게이트와 어닐링이라는 양대산맥으로 이루어진 양자컴퓨터에 응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책으로 Python 기반 시뮬레이터를 실습 및 비즈니스 영역에의 적용 방법까지 담고 있는 양서이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양자(원자, 중성자, 양성자, 전자) 세계의 물리법칙을 양자 역학이라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즉, 이해하기 힘든 물리적 현상이기에 어렵기로 악명높다. 루머인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세기의 천재 리차드 파인만이 양자 역학 강의 시간에 했던 말이 화자될 정도이다.

“여러분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여러분도 자연 자체가 터무니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다.”

참고로 양자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퀀텀(Quantum) 리뷰에 소개한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만화책이며 내가 아는 한 양자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양자 역학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는 감히 말할 수 없으나 이 책을 읽고 양자 컴퓨팅에 응용되는 양자 역학의 대표적 성질이 중첩과 얽힘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먼저 중첩은 양자가 관측 직전까지 확률적인 상태를 갖고 있음을 말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관측)하기까지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또,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 알갱이를 하나씩 쏘았음에도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 성질의 간섭무늬가 나타나지만 관측 즉시 슬릿의 모양대로 무늬가 발생하는 입자적 성질을 띄는데서 양자는 중첩의 성질을 갖고 있음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말도 안되는 일 같지만 실제하는 일이다. 1일수도 있고 0일수도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 확정되는 이 현상을 믿고 말고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지만 어쨌든 양자컴퓨터는 이 현상을 활용한다.

기존 컴퓨터가 N비트에 2^N개의 정보를 담을 수 있었다면, 큐비트의 경우 동시에 두 값을 가질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1개의 양자 비트로 블로흐 구의 X, Z축에 해당하는 2가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므로 2^2^N개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수학과나 컴퓨터 공학과라면 NP-Complete 문제를 잘 알고 있을텐데 양자컴퓨터의 시간복잡도를 생각하면 왠만한 연산은 Polynomial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고속성이 바로 중첩을 활용한 양자컴퓨팅의 목적 중 하나이다.

두번째 중요한 개념은 얽힘이다. 이는 두 양자간에 얽힘이라는 현상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둘 중 하나의 양자의 값이 확정되는 순간 다른 하나의 양자는 반대의 값을 갖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론적으로 두 양자가 시공간적으로 얼마나 떨어져있어도 얽힘이 즉시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성질은 상식적으로 중첩보다도 더 말이 안되는 느낌이다. 아직까지 우주에서 가장 빠른 물질은 빛인데 빛보다도 더 빠른 정보 전송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응용의 관점에서는 이를 활용하면 초고속 통신망이나 보안에 활용할 수 있다.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정보의 전달 능력은 물론이고 해커 등이 관측하는 순간 특정값으로 확정되기에 도청이 불가능한 개념이다.


바로 여기까지가 이 책이 담고 있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양자 역학은 접근하기 까다로운 내용이므로 책의 중요한 개념을 무작정 리뷰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걱정되어 먼저 챕터 2를 중심으로 소개된 양자 역학의 개념과 내가 아는 상식을 이용해 최대한 쉽게 풀어 시작해보았다.

지금 부터는 책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을 몇가지 소개해보겠다.

아래 그림이 양자 역학의 특성을 가장 잘 도식화한 것 같아 캡쳐해 보았다.양자역학

첫번째 그림 중첩, 얽힘은 위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생략한다. 두번째 그림은 블로흐 구 라는 양자 상태를 시각화한 그림인데 우리 눈으로 보이는 세계(거시세계)에서는 Z축만 보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Z축은 관측으로 확정된 값이고 X축은 확률적인 상태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번째 그림의 성냥개비 처럼 생긴 바를 유니터리라 하는데 이는 펄스 제어장치에서 쏘는 마이크로 파로 제어한다. 이 유니터리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네번째 그림과 같이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게된다.

블로흐 구의 상세 도식은 다음과 같다.블로흐구

기존 컴퓨터는 논리회로를 기본으로 게이트 조합을 통해 전가산기, 반가산기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지시에 따라 이미 H/W적으로 확정된 회로 중 어떤 것을 활용하여 연산할지 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양자 게이트의 경우 S/W이다. 프로그래밍 하듯이 자유롭게 조합한 후 이를 펄스 제어장치가 마이크로파를 QPU에 쏘아 양자 비트의 유니터리를 조작하는 방식이다.양자게이트

이를 위해 마치 논리회로와 유사한 양자 회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3단계로 이루어진다.양자회로도

다만 현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 얽힘 상태를 수백 마이크로초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 활용에 제한이 있으며 그 때문에 범용적 성격을 갖는 양자 게이트 방식의 상용화는 더딘 편이며 대신 어닐링 방식이 상용화에 조금 더 근접해 있다. 어닐링 방식은 챕터 7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소개한 양자 역학과 양자 컴퓨터의 개념이 책의 핵심이지만 그 외에도 책은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다.

개념만으로는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저자가 직접 개발한 Python 기반의 시뮬레이터인 Blueqat, Wildqat을 실습한다. 이를 통해 양자 회로도를 통한 중첩, 얽힘, 덧셈을 실습해 볼 수 있으며 게이트, 어닐링 방식 모두 실습할 수 있다.실습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상의 변화, 비즈니스 측면 등 활용 측면이나 전망에 대한 정리도 잘 되어 있어 매우 유용한 책이다. Zapata Computing, D-Wave, Rigetti, QCI, Qlueqat, MDR, Google, IBM, MIT 등 다양한 회사 및 연구기관의 노력도 소개되고 있다. 특히 양자화폐에 대한 언급은 짧막했지만 인상적이었다.

양자 컴퓨터가 활용될 만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AI 진영은 물론 시큐리티, 최적화, 분자 구조 안정화 등 재료 계산, 초고속 통신망, 조합 최적화 문제 등 지금까지 고속화의 난제로 발전이 정체된 대부분의 영역에 유용하게 횔용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매우 얇지만 양자 역학의 세계로 뛰어들기 위한 충분한 개념과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입문하는데 높은 장벽을 가진 양자 역학의 개념을 그림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매우 마음에 들며 양자컴퓨터에 뜻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또, 일본 특유의 책 스타일 답게 컴퓨터 구조, 논리회로, 부울연산, 소인수 분해를 푸는 쇼어 알고리즘 등 선수 지식도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친절함을 베풀고 있어 수학, 과학에 조금 흥미있는 독자라면 관련 지식이 전무해도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양자 역학이나 양자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저가 모이는 모바일 RPG 기획 작법서 - 20년 경력의 게임 기획자가 공개하는 모바일 RPG 기획의 황금법칙
최주홍 지음 / 제이펍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상의 게임 “페브루어리 사가”를 만들어가며 게임 기획시 구성하는 요소들을 저자와 함께 하니씩 배워나가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게임을 즐겨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이 이루는 세계관 전체를 한 번쯤은 분석해보고 싶었는데 이 책이 세계관의 큰 뼈대를 잘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전체 250페이지 분량으로 지면이 한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비, 유저, 보상, 튜토리얼, 마을, 모험, 던전, 스토리, PvP, 캐릭터, 보스, 전투,스킬, 타기팅, 아이템, 장비, 퀘스트, 상점, 길드에서 공지사항이나 이벤트 등 운영에 관한 범위까지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이 두께가 얇은 편이고 다루는 주제가 많다보니 챕터 주제별로 몇 페이지 되지 않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캐릭터나 아이템 같은 주요 요소들은 10페이지 정도에 달하기도 하고 공지사항 같은 경미한 주제는 1~2페이지에 설명이 끝나기도 한다.

대신 지면 제약 상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예를 들면 아이템 챕터 같은 경우 구체적으로 본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DB 혹은 스키마 구조를 보여줘 확장 가능하게 만든다.DB

프로그래머라면 객체지향의 OOP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이템 객체를 모두 열거하는 대신 잘 정의된 클래스 하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사람이라는 클래스를 잘 알려주고 실제 구현 시 철수, 영희, 길동,.. 등 구체적인 구현체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물론 아이템 구현체를 일일이 소개하였다면 지면이 1000페이지가 넘어도 모자랄 것이며 읽다가 쉽게 지루해질테니 적절한 구성이라 생각했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가독성이다. 독자가 가급적 편하게 게임 기획에 입문할 수 있도록 게임 플레이 순서로 구성요소들을 설명하고 있어 실제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이 되어 읽으면 개연성에 문제없이 매끄럽게 읽힌다.

또, 하나의 챕터 첫 부분에는 화면 UI가 소개되는데 그 화면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하니씩 설명해나가기에 실제 게임의 모습이 머리속에 잘 그려진다.UI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게임 내부에 숨은 매커니즘이다. 예를 들면 유저의 상태나 심리를 게임에서 어떻게 이용하는지 캐릭터 간 전투 공격 시 데미지 산정 방식 등이 궁금했다.데미지

내용의 대부분은 각 구성요소별 정적 요소 소개로 채워져있지만 가끔씩 내부 매커니즘의 구성방식이 소개되어있어 흥미로웠고 궁금함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또 예전부터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로 부터 상성 분석, 수익 창출 전략 구상 등을 위한 데이터 분석도 게임 내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는지 간간히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시간별보상결과

게임도 어쨌든 누군가의 창조행위에 따른 엄청나게 거대한 세계관이다. 따라서 이 거대한 세계를 구성하는데 있어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저의 상태가 어떤지 체력적으로 지치는 부분이나 흥미도, 이탈율 등을 생각하며 던전이나 스토리를 구상해야 한다. 인문학에서 다루는 보상이나 인정받으려는 심리, 심리학 등 타 학문도 많은 부분 차용될 것이다.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행위는 힘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게임 기획에 관심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AI 강화학습 분야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환경과 보상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는데 덕분에 게임을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또, 웹 소설을 쓴다거나 컨텐츠를 기획하는 이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요소들을 빠짐없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혹시 본인의 큰 그림에 누락된 부분이 없는지 체크리스트 용도로 활용하기에도 좋고 게임에서 자주 활용하는 컨텐츠 기법의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게임 기획을 한 눈에 쉽고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속편으로 게임의 수익 창출을 위한 숨은 매커니즘이나 아이템, 캐릭터 등의 보다 구체적인 유형을 다루는 책도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듯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독일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은 책으로,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배울 수 있는 메타 인지를 자극하는 명작이다.

우리는 과거에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음에도 정작 역사라는 단어에는 인색한 것 같다.

철학에 가까운 개념으로 받아들이거나 일상에서 하등 쓸모없는 뻔한 지식 조금 후하게 쳐주더라도 알고 있어봤자 그저 교양있는 사람 정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는데 있어 대부분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그저 그런 것이 대중들이 흔하게 인식하는 역사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역사적 위인들의 자서전에서 삶의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유튜버의 영상을 즐긴다. 부를 증식하고자 주식시장에서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기도 하고 집값을 예측하고자 거시 경제 전망을 훑어보며 그 과정에서 세계 대공황 당시 미국의 금리 혹은 부양 정책을 분석한다.

최근 헝다주식이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한 것이 아닌지 10여년 전의 금융위기를 파헤치며 심지어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AI로 대표되는 데이터 분석 세계에서는 과거의 패턴을 분석하고자 애를 쓴다.

단지 역사와 과거라는 두글자의 차이일진데 우리가 바라보는 인식의 각도는 왜이리도 벌어진걸까?

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자세, 방법, 관점에 경종을 울린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세대는 단절되었다. 인류 정보의 전달은 문자의 발명이래 책이라는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왔으나 수명의 한계라는 섭리 속에 누수되는 정보는 상당하다.

책에 등장하는 1919년에서 1944년에 이르는 독일을 여행하고 방문했던 이들의 시선이 오늘날 우리의 시선과 얼마나 다른지가 그 방증이라 하겠다.

먼저 우리의 시선은 간단하다. 그 시절을 살았던 이들 중 아직까지 산 증인으로 역사속에 남아있는 이는 매우 드물다. 세대는 이미 단절되었고 오직 남은 기록과 누군가의 평론에 기댈수 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히틀러와 나치는 악마 그 자체이다. 인종 차별과 학살, 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 선전을 통한 사상의 지배, 정치가 종교에 도달하는 광기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하나의 프레임이 더 씌워져 있다.

Axis powers의 주축에 일본이 포함되어있으니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당시 나치는 일본놈들과 비슷한 놈들 일것이라는 추측히 한꺼풀 더 덮여있다. 그야말로 악 그 자체이며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우리 뇌는 의식적으로 당시 나치를 선명하게 들여다보길 주저한다.

그렇다면 대체 그 당시의 사람들의 눈에 독일은 어떻게 비춰졌길래 오늘날 세계인 대다수가 인지하는 시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몇가지 시선을 요목조목 따져보면 이러하다.

라인강과 포도원, 고산 지대에 위치한 웅장한 고(高)성 등의 아름다룬 자연환경은 당시 많은 영국인과 미국인들을 독일의 관광객으로 끌여들일만한 매력적인 요건이었다.고성

당시 독일 국민성도 한 몫했다.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색함이 덜했고 근면 성실한 모습이 자본주의 확산기에 갖춰야할 덕목으로 적격이었다. 이것이 의도한 것인지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적어도 책에 등장하는 사료로는 양쪽 모두 존재한 것처럼 비춰진다.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경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사실이다. 100만 마르크에 빵을 사고 아침에 일어나면 10억 마르크에 되팔 수 있었다는 풍문은 당시 시대상을 대변한다.

인성도 괜찮고 열심히 살며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황속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더욱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당시 패전국을 향한 막대한 부채를 요구했던 베르샤유 조약이 근본 원인이었으니 동정심 또한 상당했으리라.

민주주의는 아직도 성숙 단계이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도 덜 성숙한 시기였는데 이런 상황역시 독일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플라톤에서 출발하여 니체에 이르기까지 당시 서구 사회에 사람들에게 초인 정치에 대한 동경과 환상은 여전했다.

어쩌면 다소 통제가 심할지는 몰라도 국가를 효율적으로 살려내는 듯 보이는 히틀러의 독재에 이러한 동경이 오버랩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유대인에 대한 학살과 인종 차별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요소인가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당시 미국 또한 흑인에 대한 차별과 노예제도가 극심하던 시절에 신흥 강국 미국이 유대인 문제를 지적하긴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구 사회 대부분의 국가에서 식민지배가 만연했던 시기였기에 식민지국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만드는 일 또한 흔했으니 어쩌면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눈에는 민족주의적 차별 정도는 상식 수준의 일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세계대전 2차례 사이의 샌드위치 시기였던만큼 공산주의를 필두로 한 소련의 전진이 유대인보다 중요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 소련의 거침없는 도발을 서구사회 최전선에서 지켜내는 수호자이자 방파제인 독일에 얼마나 가혹한 시선을 보낼 수 있을까?

파시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당시 독일 국민을 우매하다 평할 수 있을까? 독일의 부흥과 재건을 위해 똘똘뭉쳐 근면성실하게 일한 이들을 비난할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 민족의 역사에도 민중들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쳤다. 일제 강점기의 국채보상운동, IMF 시절의 금모으기 운동은 독일 국민의 노력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자. 다시 오늘날의 우리로 돌아와보자. 객관적인 눈으로 당시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실을 교과서에 확정되어 있는 프레임 몇줄을 읽은 것으로 나치에 대한 거부감을 확신할 수 있겠는가?

한 단계 양보하여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 여행자로 돌아간다면 다른 시선으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받아들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나치에 대한 선, 악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시절 당시 여행객으로 돌아간다면 당시의 나치에 대해 과연 오늘날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프레임으로 진실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럴수 없다면 우리는 어떤 안목을 키워 현실을 제대로 응시할 수 있을까? 또 이를 통해 과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위에 열거한 질문과 답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오늘날로 돌어와 현실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포퓰리즘, 태극기부대, 중국과 일본과 미국, 일상의 사소한 갈등에 이르기까지.. 정답을 얻기까지 계속 노력해야겠지만 적어도 우물안 개구리의 프레임을 한 층 더 깨버리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그 외에도 책에는 즐길만한 요소가 많다. 히틀러가 대중을 장학한 일련의 과정 또한 눈여겨볼만 한 요소 중 하나이다. 흔히 비 현실적이고 거부감을 일으키는 우생학적 접근이 지배적이지만 실상 히틀러의 민심 장악의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치와 사람의 심리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175p에 등장하는 베를린 분서사건이 루터의 종교개혁과 미묘하게 맞물린 것은 훗날 나치에 대한 신앙적 충성심의 시발점을 들여다보면 인류 역사 전체를 숙고하게 만든다.분서

선전은 성공적이었다. 왜 이 책에 등장하는 여행자들 중 많은 이들이 독일을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영국의 총리 체임빌런과 같이 이미 성장기에 독일에 환상을 가진 부류에 속하는 이들이라는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히틀러의 사상 선전도 분명 한 몫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선전을 감행했는지, 또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람의 심리에 파고들 수 있었는지 등의 과학적 접근 방법은 책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증거는 다수 등장한다.

11장 “문인 관광객들” 편에는 세계적인 명망을 떨치고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악명높은 독재 체제를 적극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현상의 놀라움을 다룬다. 앵글로 저먼 리뷰와 같은 유명 잡지조차 장기간 나치 독일의 좋은 면만 비춘다.잡지

일제강점기 치하 故 손기정 옹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은 오늘날까지 민족의 혼을 뜨겁게 달구는 화두이다. 이 고상한 베를린이 히틀러 독재기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베를린올림픽에서 조차 히틀러의 사상 선전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독일은 화폐 개혁 이후 경제를 안정시켰고 미국을 비롯한 막대한 해외 투자를 잘 활용하여 강력한 공업국으로 발돋움하였으며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치뤄냈기에 히틀러 독재는 더욱 공고해졌다. 나치의 박애가 확산되었고 정당화되어 가고 있었다.베를린

관광객들의 상당수가 독일을 옹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배경 또한 히틀러가 관광을 자국 안정 및 이미지 쇄신 책인 프로파간다의 도구로써 잘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선전이라는 단어가 구시대적이라는 이유로 간과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IT, 미디어의 발달로 수단과 기술만 변했을 뿐이다. 오늘날 히틀러가 등장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선전을 펼쳤을까? 민주주의의 깨어있는 의식을 위해 한 번쯤 고찰할 문제다.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것 또한 당연한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독일 수상이 못생겼다고 비평을 하는 모습, 똥보라는 비하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며 당시 인격적 모독이 일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 놀랐다. 다시금 인간의 심리적 원류를 엿볼만한 부분이다.

영국에서 일본까지 최장 거리 비행에 성공한 여성 파일럿 에이미 존스부터 로스차일드 가문의 오스트리아 은행 파산에 이르가까지 책의 메인 주제와는 무관하지만 과거를 오늘날 뉴스보듯 생생히 엿볼 수 있는 점은 마치 당시 독일을 관광하는 느낌이다. 공간적 여행만 가능한 오늘날의 여행에 시간의 여행을 더하는 고풍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독일인의 민족성과 자긍심도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나치 독일을 반면 거울삼아 세계 최고 수준의 사상적, 민주적, 제도적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성장의 계기로 삼는 독일인들에게 세계는 칭송과 찬사를 보내지만 그 이면에는 독일인 특유의 강한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나치를 반면 거울 삼는 자세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수십 년의 독일을 비하하는 댓가로 민족의 우월함을 영속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치부도 당당하게 드러내고 분석하고 반성하는 그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두렵기까지 하다.

아무튼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참 많은 여행을 즐기게 해준다. 시대를 건너뛰어 공간을 넘어 100년 전의 독일로 우리를 데려다 주는가 하면 히틀러의 머리속을 구경하게 해주며 독일인들의 사상 공간에 풍덩 빠치기까지 한다. 역사를 제대로 볼 줄 아는 메타인지라는 동앗줄을 놓지 않은 채 박진감 넘치는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떠실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이 외계어처럼 들리는 이공계생을 위한 제로 수학
김우섭.강민범 지음 / 한빛아카데미(교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공계 관련 학과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수학의 핵심을 단 한 권에 요약한 책이다.

복소수까지 이르는 수의 체계, 집합과 명제로 이루어진 수의 논리, 이를 바탕으로 한 중학교 수준의 수의 연산을 시작으로 함수, 기하학, 선형대수, 극한, 미적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루는 범위는 이공계 수학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수준을 담고 있다. 기계공학과라면 미적분 파트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컴퓨터공학과라면 선형대수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는 각 이공계 학과에서 배워야 할 수학의 교집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타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함부로 평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컴퓨터 공학 전공인 내게는 학부 시절 필요로 했던 수학의 내용들이 모두 담겨 있었다.

예를 들면 집합과 명제에서 수의 논리로 이어지는 내용은 부울 대수로 이어지고 그 개념은 논리회로나 전자회로의 과목으로 이어진다. 그 외 과목에도 증명, 응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본 수의 논리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수의 체계는 공리 등을 위한 거의 모든 과목의 기본 요건이며 다항식의 연산은 대학 수준에 이르면 사칙 연산 수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초 뿌리로 활용된다.

특히 컴퓨터공학에서는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3, 4장의 선형대수가 많이 활용되는데 컴퓨터 안의 세상은 인간 세상을 사상하여 만들어진 공간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그때마다 선형대수의 개념이 빛을 발한다. 이산수학으로 대표되는 과목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VR, AR 등 공간표현에 기초가 되는 컴퓨터 그래픽스 과목에 활용되거나 AI분야에도 활용된다. 요즈음 핫한 딥러닝에서는 데이터들의 공간 표현 및 NLP분야의 임베딩 및 감성분석 등에도 활용되며 이를 실수 연산을 조합한 형태인 Vectorization화하여 GPU가 빠르게 연산할 수 있도록 변형하기도 한다.

미분 또한 AI 분야에서 손실함수의 경사하강법 적용을 통한 최적화에 활용되며 미분의 연쇄법칙 같은 경우는 딥러닝의 역전파법에 응용되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뛰어난 인사이트로 활용된다. 적분 역시 3D프린터에 활용된다.

다양한 분야의 수학을 한 권의 책으로 컴팩트하게 담고 있기에 책을 1회독하는데 걸린 시간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다른 책도 읽고 직장의 업무를 보면서 하루 평균 2시간 정도 학습에 매진했는데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수학을 어느정도 손에 잡고 있었고 또 절반 정도는 책의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이를 감안하면 수학의 기본기가 부족한 독자라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수학을 전혀 모르는 채 이 책 하나만으로 대학 이공계 수준의 수학 역량을 얻을 수 있는지에 관심많은 독자분들이 많을텐데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

대신 전제 조건이 있다. 책은 가급적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장하며 각 단원의 앞 부분을 확실히 정복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익힐 때까지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아마도 90% 이상은 이 책 한 권으로 거의 커버가 가능한데 가끔 본인이 약한 부분은 인터넷 검색을 활용한다면 큰 무리없이 미적분에 도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낌 장점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장점은 이공계 수학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분야든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 스스로의 수학적 깊이 부족에 자책할 때가 많다.

하나씩 알아가며 흥미가 생기면 시간이 허락한다는 전제하에 대수학, 기하학, 해석학, 정수론, 집합론 등 수학의 세부 분야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재미는 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문제다.

아주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세부 분야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다시 공학의 세계로 돌아오면 전체 흐름이 보이지 않아 또 진땀을 뺀다. 해석학이 집합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결고리가 부실해지거나 인간의 망각에 의해 당시 분명히 다잡았던 개념들이 흐릿해져 해메이기도 한다.

즉, 공학에 필요한 수학 전체를 아우르는 메타 지식이 부재한 상태라고나 할까?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으면 공학에서 응용할 수학을 바로 짚어낼 수가 없다.

수학 자체만 놓고 본다면 세상을 구성하는 진리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고상한 한 차원 높은 목적이 존재하겠지만 내 그릇을 넘어서는 영역이라 함부로 평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학에 포커스를 맞추면 수학은 공학의 도구 상자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책상이 필요해 만들고 싶다면 망치나 톱을 활용해야 할 텐데 각 도구의 용도를 모르면 아무리 망치질과 톱질을 잘하더라도 걸작 책상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

오차역전파법 덕분에 AI가 스스로 학습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좋은 비유가 될 듯 싶다. 미분에서 미분 가능 여부를 따지는 계산을 분명히 배우고 스스로 문제를 풀줄도 알게 되었는데 정작 필요할 때 못쓰는 망치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미분으로 한 차원 뛰어넘는 성능을 낼 수 있는데 엉뚱한 아이디어로 미분 불가능한 함수를 만들어 연구 결과로 만든 구현체가 동작하지 않거나 성능이 느려 활용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또, 기껏 미분의 연쇄법칙을 배워놓고 딥러닝의 Layer마다 일일이 가중치를 역산하여 선행 노드에 전달한다면 이 역시 느려서 쓰지 못하게 되고 방대한 코드량은 사람의 몫이 되어 실현 불가능한 인공지능에 좌절하게 된다.

즉, 미분 연쇄법칙을 자동 미분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공계 공학도라면 수학을 배울 때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 연결할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수학을 너무 깊이있게 파고 들면 이런 활용의 방점에 약해지기 마련인데 바로 이런 약점을 보완해주는데 이 책이 상당한 도움을 준다. 수학의 세부 분야 중 응용에 핵심이 되는 부분만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익히는 과정에서 메타지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각 분야 마다의 연결고리가 점점 진하게 덧칠해져가며 공학적 용도에 대한 사고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런 수학의 세부분야별 큰 흐름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장점은 컴팩트하지만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는 점이다.

시중에도 이미 수학이 어떤 용도로 활용되고 무슨 내용을 다루는지 넓고 얕은 지식을 다루는 좋은 책들이 많다. 보통 이런책들은 교양서적과 전공서적의 중간 노선의 색채를 띄고 수학에 대한 흥미를 돋궈주지만 기껏 시간들여 읽은 것 대비 당장 활용하기 부족한 단점이 있다.

이 책은 그런점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다. 쉽게 표현하고 있지만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전공서적에 비해 쉽고 가볍게 구성되어 있으며 밑바닥의 원리만 들이파는 전공서적과 달리 용용에 연계할 수 있는 힌트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세번째 장점은 手학이다. 즉, 눈보다는 손으로 배울 수 있게 구성한 점이 장점인데 수학을 공학에 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손으로

색다른 아이디어, 안목, 프레임의 재구성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앞서 망치에 비유한 수학 기초에 대한 튼튼한 기초가 있을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손으로 푸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긴다고 생각하며, 손으로 풀어야 수학의 진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느껴지는 질감에서 새로운 창의성이 피어오른다는 것은 뇌과학 분야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는 연구 내용이고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손으로 풀며 펼쳐지는 사고의 Map이 공학에서의 활용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공학에서 어떤 주제를 실현가능하게 만들 때 어떤 수학적 도구나 사고를 활용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어느 정도는 직관에 의존해야 할텐데 손으로 풀며 고심했던 그 비슷한 느낌이 있어야 새로운 연구에 수학을 접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확실히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고 의도적으로 책의 대부분은 문제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꽤 오랜시간 밑바닥부터 확실히 이해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확실히 기초 수학을 스스로의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반면 책의 단점은 찾기 어렵다. 대신 단점보다는 약간 더 보완되면 완벽한 책이 될 수 있었겠다는 건의 사항은 있다. 하나는 각 장의 초미에 해당 수학이 일상에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혹은 어떤 일화로 이 수학이 등장했는지 등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흥미를 돋궈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예를 들면 극한이나 미적분 파트에서는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0은 아닌데 결국은 0으로 취급하는 무한소의 모순이 해석학의 위기를 초래한 일화는 분명 흥미를 돋굴 수 있는 요소이다.

기하학의 평행선 공리로 지구와 같은 3D의 세계에서 직선이 곡선이 될 수 있다는 점, 집합과 명제 단원에서는 칸토어의 역설을 소개하며 자기 언급의 역설에서 제논의 역설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요소로 각 단원을 시작했다면 이공계들의 활용의 인사이트를 번뜩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또 앞서 예를 든 것 처럼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해준 기반에 어떤 수학이 활용되었는지 설명이 보강되면 더욱 역작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는 한 권의 책에 모든 것을 녹이는 것은 쉽지 않음을 알기에 단점이라기 보다는 개인적 바램으로 여길 뿐이다.

책에도 이미 데카르트가 언급되며 기하학의 대수화 과정이 소개되고 있으며, 175p처럼 코사인의 법칙을 활용하면 자로(길이로) 각을 잴 수 있게 해준다는 응용 관점을 제시한 것, 228p 케일리-해밀턴 정리를 통해 0이 되는 다항식을 유도하여 복잡한 식을 간소화하는 과정, 제곱을 덧셈으로 바꿔주는 드 므와브르 정리 등 공학적 응용에 인사이트를 불러 일으킬만한 신선한 자극들이 즐비해있기에 기왕 개인적 바램을 추가로 보탰음을 밝힌다.케일리해밀턴
드므와브르

정리하자면 이공계에 필요한 수학을 빠르게 익히는 과정에서 각 수학적 세부 요소 간 메타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정점과 수학을 공학으로 이어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공계 수학의 기초를 탄탄히 하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공학도를 위한 수학 교과서라 칭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