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 - 다리, 터널, 도로, 통신망, 전력망, 철도, 댐, 상하수도, 건설 장비까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인프라의 모든 것
그레이디 힐하우스 지음, 윤신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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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에 쓰인 거의 모든 공학 기술의 원리가 담겨있는 책. 문과와 인과의 감성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거대한 나만의 건물이나 왕국을 만드는 상상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집짓기, 댐만들기, 자동 전력 공급장치와 같은 것을 상상하며 언젠가 한 번 내 손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상상을 했다.

누구나 그렇듯 세월이 흐르며 동심과 호기심은 먹고 사는 우선순위에 밀려 뒷전으로 밀린다. 하지만 잠들기 전 상상의 나래 속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아니다.

갑자기 다른 나라에서 쳐들어 왔을 때 숲속에 들키지 않는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대피하는 상상은 건설과 인프라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끝없이 샘솟게 만든다.

핵폭탄이 떨어져도 견딜 수 있을 나만의 아지트, 그 안의 비상식량, 조금 더 상상을 전개하다보면 그 안의 방은 몇 개를 만들지,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음식물이 상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적들이 결국 튼튼한 요새를 뚫지 못해 독가스를 살포하여 나오게 만들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 그렇게 하나의 질문의 꼬리는 끊기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다 결국 내 기술과 인프라, 공학 지식의 한계에 이르를 때 즈음 비로소 상상이 멈춘다.

대략 한달 간 이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어린시절부터 이어 온 내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위해 곳곳에 어떤 매커니즘이 숨어져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은 꽤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공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동심과 상상을 이어주는 이 책이 참 묘하게 느껴졌다. 이과 감성과 문과 감성을 공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언제나 그렇듯 참 매력적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Engineering in Plain Sight” 즉, 번역하자면 “평면도에서의 공학”이라는 뜻이다. 이를 의역하여 번역서에는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는데 원서보다 책 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우리가 문명을 이뤄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 구조물, 건설 장비에 대한 공학적 지식을 담고 있다. 딱딱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담았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리, 터널, 도로, 통신, 전력, 댐, 구조물, 상하수도, 건설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고 이 분야의 공학 전 분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갈아넣는다고 해도 특정 파트 하나 완벽하게 소화하기 힘든 주제들이기에 각 분야마다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단은 그림이다. 차를 타고 터널의 내부를 지나가면서 터널이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을지 한 번 쯤은 상상해봤을 것이다.터널

갑자기 터널이 무너지면 어디로 대피를 해야 할지에서부터 터널에 물이 차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환기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다양한 상상을 하지만 그 귀중한 호기심은 보통 터널 밖으로 나가기 전에 사라지고 마는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이 책 덕분에 금붕어 기억력과 같은 호기심의 수명을 이번엔 제법 늘릴 수 있었다.터널설명

짧은 리뷰에 이 책을 통해 배운 공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듯 하여 위 터널 구조도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을 담았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터널에는 생각보다 많은 과학이 존재한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대기압의 문제나 오수지와 같은 구조를 알게되니 신선했다.

전력에서 건설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이 위와 같은 형식으로 도식으로 보여준 뒤 저자가 자세하게 내부를 뜯어 설명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주제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부담없이 건너뛰고 읽어도 무관하다.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후반에 읽었던 지식들이 전반부의 지식을 보강해주기도 하고, 저자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보완하여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 도서 후반부에도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한 용어집이 제공되고 중간중간 못다한 이야기 파트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용어집
못다한이야기

아무튼 난 이 책 덕분에 그동안 상상 속에서만 이뤄져왔던 동심의 여행을 어느정도 현실로 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수십년 간 궁금했지만 그냥 물음표에만 머물러 있었던 궁금증들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어 속 시원한 부분도 있다.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어떤 독자에게는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퇴직 후 가문에 이어져 내려오는 시골땅에 집을 지을 생각인데 이 책에서 읽은 지식이 꽤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아울러 아들과 종종 이 책을 읽곤 했는데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꽤 훌륭한 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의 거대한 건축물에 대해 늘 호기심이 많았던 아들이 이젠 나보다 이 책을 더 많이 손에 쥐고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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