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도 하고, 사장도 합니다 - 오너프로그래머의 개발자 36년, 회사 대표 24년의 기록
한수봉 지음 / 제이펍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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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IT에 종사한 역사의 기록. 창업 그리고 프로그래머로써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 및 조언이 가득 담겨있다.

본 도서에는 평생 IT업계에 종사한 대선배님의 시종일관 후배들을 위한 사랑과 조언이 담겨있다. 내용은 최대한 담백하고 진솔하고 정보가 가득 담겨있는 문체인데 다 읽고 나면 신기하게도 묘한 감동의 여운이 남는다.

특별히 문학작품 같은 어귀가 담겨있지 않은데도 감동이 남으니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진솔함과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인걸까?

프로그래머이자 창업을 꿈꾸는 독자로써 늘 창업과 관련된 도서를 즐겨 읽는다. 주로 실리콘밸리 우리나라의 경우 판교 지역과 관련된 주제의 책들이 많다. 오너는 바빠서 쓰지도 못하는데 정작 그 기업들을 조사한 기자 혹은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분들이 쓴 글이 많다.

펼치면 하나같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심장 박동은 평정심을 유지한다. 물론 세상을 지배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내용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알아야 할 궁극의 목적이니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당장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단 한 걸음 한 걸음 걸음마를 떼는 입장에서는 너무 먼 얘기다. 솔직히 와 닿지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이내 많은 것을 잊게된다.

조금 더 진실한 책을 원했다.

현실이 가급적 듬뿍 반영되어 왜 그게 그렇게 잘 안되는지 나의 현 문제를 명확히 콕 찝어주고 알려줄 책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드디어 그런 책을 만나게 되니 너무 기뻤다.

저자는 시종일관 소박하게 생각을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백배창업, 열배창업이라는 규모로 기업을 정의하고 본인이 추구하는 사업은 열배창업 임을 밝힌다.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를 오너 프로그래머라고 칭하고 기업가라는 단어와는 거리를 둔다.열배창업

솔직히 누구나 열배창업을 거친다. 천배창업을 할지라도 언젠가 열배창업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창업서적이라면 그런 초기단계를 진솔하게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인생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가치있다고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저자 평생을 담아낸 책 답게 이 책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평생을 CEO로 지낸 분인만큼 필력도 상당한데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20장 프로그래머 청조 씨의 하루“편이다.

이는 박태원 작가의 유명한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모방한 것인데 여기서 청조는 파랑새를 뜻한다. 파랑새는 저자가 자주 쓰는 닉네임이라고 한다.청조씨의 하루

문학 작품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드라마 미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얻었다. IT 업계에 종사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IT 종사자들의 인생이 해학적으로 담겨있고 그 안에 프로그래머라면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필살기(?)도 등장한다.

더불어 인생 전반에 대한 조언이 가득하다. 한 평생 받을 수 있는 급여를 미리 계산해보고 노후의 자금을 안배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나 역시 직장 신입시절 한 평생 받을 수 있는 급여를 계산해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먼 미래를 설계해 본 적은 없었다. 역시 사업가의 미래를 보는 눈은 범인이 쫓기 힘든 것 같다.평생급여

이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다. 첫번째 파트는 오너프로그래머로 정의한 저자의 가치관, 삶의 기록이 담겨있고, 두번째 파트는 주로 프로그래머의 삶과 목표 등이 담겨있으며, 마지막 파트에는 창업에 관한 조언이 담겨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삶과 경제력을 영위하는 조언부터 백배창업의 정의 그리고 영업권 매도와 같은 소소한 팁까지 배울점이 가득하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직 시 인계기간을 보고 그 사람의 인성과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인생의 관록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였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식사 한끼 할 가격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어서이다. 저자 역시 책 안에서 언급했던 내용으로 유한하게 사는 인간의 삶에 이보다 더 큰 경험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책 한끼로 IT 업계 종사자의 전 인생의 중요한 이슈를 어깨너머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라 생각한다. 창업을 꿈꾸는 프로그래머라면 이 책이 톡톡한 인생의 동반자 역할을 할 것임은 물론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배우고 감동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의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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