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
이헌주 지음 / 모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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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전 여고시절,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되어> 라는 시를 읽으며 반발심이 생겼던 나는 결코 이름없는 여인이 되지 않고 만천하에 이름을 드날리는 여성이 되리라 마음먹었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원조 페미니스트로서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공부했고 원하던 직업도 가지게된다. 그러나 그 시대만 해도 여자에게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였고 k장녀로서 열심히 살던 나를 단지 결혼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친정엄마는 부끄러워하셨다. 

결혼이란 제도속으로 편입되면서 나에게 주어진 아내,엄마,며느리의 자리는 나를 더이상 내 이름으로 살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때는 그것이 최선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토록 거부했던 노천명 시인의 <이름없는 여인>이 바로 나인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이런 자각을 하지 못했더라면 행복했겠지만 나란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세속적인 의미로 이름을 날리는 여인으로 살지 못한 나의 못남에 대해 괴로운 마음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만난 <무명이라고 아마추어는 아닙니다>라는 책제목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내용도 모르면서 그저 제목만으로....배우로서의 열정이 가득한 40대 작가의 책이었는데 서문부터 울컥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내는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원고를 썼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에 무명,이름없는 풀 한 포기란 없다. 타인이 만든 기준에 따라 무명, 유명 나뉘어 살아가지만 모두 값지다" 라는 문장만으로도 나는 위로를 받았다. 비록 무명일지언정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은 위대하고 찬란하다 라는 작가의 말은 마치 큰 어른이 어린 나를 토닥토닥 다독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 이런 이치를 불과 40대에 깨달은 작가는 어떤 삶의 궤적을 걸어왔나 한번 따라가보자 하는 맘으로 본문을 읽어 내려갔다. 솔직 담백한 문체와 함께 그가 배우의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열정적으로 노력해온 과정들에서 꾸밈없는 진심이 전달되었다. 특히 파리 유학시절 에피소드들은 현재 파리에서 공부하는 나의 딸을 떠올리며 감정이입이 되었다. 이헌주 작가의 높은 인문적 소양이 돋보이는 대목들이 많았는데 '카프카의 도끼로 얼어붙은 감성을 깨우고,니체의 망치로는 이성에 질문을 던졌다'는 문장은 최근 내가 본 문장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다.


배우에 이어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안착해가는 대목에서는 30년전의 나와 달리 무척이나 현명해서 공감을 하기도 흐뭇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역시 젊은 세대에게 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녀의 현명함과 통찰력은 역시 엄청난 독서 내공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그저 이름을 세상에 날리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시로 내 삶을 부정하며 내가 가진 다른 장점들을 외면해 온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나보다 나의 딸과 더 세대차이가 나지 않는 이헌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여성동지로서, 결혼과 육아의 선배로서 그녀가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배우로서도 언젠가 그녀에게 '별의 순간'이 찾아올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녀처럼 '나의 배움을 확장하고 사유하는 훈련, 나의 시선을 열어주는 훈련을 하면서 글쓰기라는 또다른 세계' 를 탐구해보리라. 이젠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주는 자식들에게 나도 멋진 등을 보일 성장을 해보겠다 다짐한다. 무명이라고 해서 대충 대충 아마추어처럼 살지 않겠다는 그녀의 외침을 금과옥조로 아로새겨 보자.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도 뭐 의미가 있겠으나 자신을 사랑하며 내인생의 무대에서는 내가 주인공임을 잊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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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전쟁
시모 아바디아 지음, 김지애 옮김 / 스푼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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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을 전공하는 딸의 영향으로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꾸 읽다 보니 요즘엔 그림책에서 감동은 기본이고 강렬한 깨우침마저 얻고 있다. 며칠전 읽은 시모 아바디아라는 스페인 작가의 <색깔전쟁> 이라는 책은 실로 엄청나다. 인류 역사상 끊이지 않는 전쟁과 폭력이 처음엔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과정을 통해 부풀려지고 마침내 어떤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지를 초록색과 빨간색의 대비를 통해 세상 누구보다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심지어 사소했던 차이가 증오와 갈등으로 번져 나갈 때 가장 큰 요소는 서로에 대한 가짜뉴스의 양산이었다. 하면 할수록 진짜처럼 들리는 이 거짓말들이 확대재생산되는 현상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현실과도 맞닿아있어 소름끼친다.

인류 최대의 현안인 전쟁을 색깔의 차이로 비유한 이 책은 많은 글밥이 필요가 없다. 그저 색깔들이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들을 따라가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전쟁의 본질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된다니 약간 허탈한 감이 있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희망과 평화가 감지되는데 무채색 이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초록과 빨강의 화해가 서서히 이뤄진다. 자기만을 고집하기 보다 서로의 좋은점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마무리된다. 인류평화라는 거대한 가치도 결국은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큰울림을 주는 소장각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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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파리 - 당신이 모르고 지나친 파리의 예술 작품들
로리 짐머.마리아 크라신스키 지음, 문준영 옮김 / 혜윰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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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운이 좋아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지낼 수 있다면 평생 어디를 가더라도 파리에서의 추억이 함께 할 것이다 ’

이 말은 파리를 너무도 사랑했던 작가 헤밍웨이의 말이다.


아련한 40년전 여고시절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했던 나는 그후 20년이 지나고 그 꿈을 이루었다. 파리의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며 학창시절 책에서만 보던 예술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정말 가슴설레고 행복했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파리에 관한 신간이 나오면 누구보다 발빠르게 사서 읽곤 한다. <아트 하이딩 인 파리>는 제목 그대로 파리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의 뉴욕 버전인 <아트 하이딩 인 뉴욕>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왜 파리 편은 안나올까!' '파리편도 내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지라 이 책이 너무 반가웠다. 알라딘의 오랜 고객으로서 이 책의 북펀딩에 참여해 누구보다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어 가슴  벅찼다.


책을 받아본 순간 이렇게 예쁜 양장본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아는 장소 , 보았던 예술작품들이 이쁜 일러스트로 재탄생한 부분에서는 반가움이 들었고, 스쳐 지나쳤던 장소 나 미처 예술작품인지 몰랐던 것들을 접할 때는 지적 호기심이 마구 마구 솟았다.


공공재로서의 예술작품이  도시 여기저기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카페같은 상업공간에까지 무심코 훅 들어와있는 모습이 예술의 도시 파리의 클라쓰 그 자체였다.


챕터별로 공간들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파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여기가 거기였어? ' '앗 이렇게 유명한 작품인데 내가 몰랐던 거야? ' 라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살았던 지리적 인프라로  파리라는 도시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잠깐씩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운 지식이 된다. 즉 어디가서 대화에 써먹음직한 내용들이 많다는 뜻이다. 예술작품들과 장소들의 매력포인트를 통해 파리의 역사와 문화적 향기를 적재적소에 숨겨놓은 책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기에는 스포일러적 요소도 있거니와 어느 한 꼭지도 버릴 게 없어 무조건 구매해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나는이 책을 받자마자 이틀만에 후다닥 읽고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표지를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지식이 되고 읽고나서 데코레이션이 되는 책이다. 즉 소장각?!


일상의 평범함과 무료함에 청량감과 힐링을 안겨준 완전 취향저격의 책이었다. 대문호 헤밍웨이의 뜨거운 파리 사랑을 비슷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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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미술관 - 루브르에서 퐁피두까지 가장 아름다운 파리를 만나는 시간
이혜준 외 지음 / 클로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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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도서나 거대 담론 철학서를 제외하고 모든 책은 쉽게 술술 읽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쉽게 쓰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자칫 경박한 문체로 흐르거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파리의 미술관>은 품격있고 절제된 문체로  쉬우면서도 편안하게  미술관 투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참으로 친절한 책이었다.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미술관,퐁피두센터, 루브르박물관 등 파리의 주요 미술관을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 자격을 갖추고 실제 수많은 관람객들과 투어를 해 본 베테랑 미술해설사 4인의 공저인데 4명의 저자들이 문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끝까지 편안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방대한 컬렉션 중에서도 각 미술관의 시그니처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과 작가를 위주로  기술하고 있는 한편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이미 구성된 내용만 읽으면 '아 맞다 이 작가가 있었지, 이 작품도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작품의 리스트를 선정하는데 있어 저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미루어 짐작이 된다.

책을 읽으며 뭔가 날로 먹는다는 미안함이 계속 들 정도였지만 그것은 저자인 그들의 운명이므로 독자인 나는 무조건 즐기기만 하는 것으로 ㅎㅎ


현장에서 축적된 일반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잘 알고 있는 저자들은 현학적인 표현이나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서양미술의 흐름을 이 한권으로 꿰뚫을 수 있게 해준다. 여지껏 읽었던 어떤 미술관련 책보다 쉽고 재미있다.


서양미술의 역사, 근대 미술의 여러 사조, 벨에포크를 거쳐 퐁피두가 소장한 컨템퍼러리 아트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로스코나 술라주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달달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리를 여행했거나 여행계획중인 사람, 미술를 사랑하지만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취향 저격 도서로 이 책만한 책이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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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방인 - 독한 여자의 리얼 독일 생활기
강가희 지음 / 모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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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일을 처음 접한 건 아이들 어렸을 때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가족여행이었고 카셀도큐멘타에 출장갔을 때와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파리에서 공부중인 딸과 함께 베를린을 여행한 경험 뿐이다. 대개의 여행자들이 그렇듯 그저 일정에 쫒겨 관광지 위주로 다녔기에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독일을 세 번씩 다녀왔다는 이유로 독일과 관련된 책이나 다큐멘터리는 이후에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러던 중 마치 어린시절 명랑만화 주인공 포스의 표지와 <명랑인 이방인> 이라는 책제목이 확 시선을 잡아당겼다. 우선 목차부터 주욱 훑어보는데 궁금한 건 절대 못 찾는 나의 호기심을 마구 마구 유발시켰고 급기야 작가에게 급 빙의(?)되어 단숨에 책을 독파해버리고야 말았다. 너무 너무 문장이 맛깔스럽고 센스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이방인의 예리한 눈으로 독일 사회를 관찰하고 있으며 삶에 대한 초긍정 에너지가 느껴져 그야말로 명랑해질 수 있는 책이다.

 

본인의 의지로 결정한 독일행이 아닌 상황에서 남편과 아웅다웅 정착해가는 과정들이 시트콤처럼 그려진다. 프랑스 유학생인 딸에게 전해들은 집구하기, 통장개설하기 등등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프랑스적 상황이 독일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서로를 원망하며 각자의 입을 냉동실에 보관했어야만 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강가희 작가의 유머와 센스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방송작가 출신다운 문장력은 물론, 센스와 통찰력에 책장을 넘기는 동안 공감과 감동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독일의 사람과 제도들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독일을 다 아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거나 편견을 심어주지 않고 있다. 아 여기도 우리와 이러저러한 면은 다르고 간혹 좀 이해안되고 이상하기 까지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글쓰기 내공은 아무에게나 나올 수가 없다.

경단녀(개인적으로 여성의 가정에서의 역할을 폄하하는 단어라 싫어하지만) 생활동안 자신이 놓여진 환경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애쓰며 이렇게 독일살이 에세이까지 낸 부분도 같은 여성으로서 존경한다.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이방인 생활 5년을 기록으로 남겨 책까지 내는 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스포일러를 싫어해 책의 본문을 언급하는 것을 꺼리지만 문장이 주옥같고 사고가 신선해서 책내용을 약간은 이야기하고 싶다. “너 때문이야, 너 덕분이야가 아닌 나 때문에, 나 덕분인 삶을 기록하자는 문장은 내게 뭔가 머리가 열리는 느낌을 주었다. 갱년기를 지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찍는 가운데 책을 읽음으로써 유일한 돌파구를 찾고 있던 내게 작가의 말이 무척 위로가 되었다. ‘부럽다는 말을 쓰지 않고 타인의 삶을 동경하거나 선망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 집중하며 안분지족하는 독일인들의 삶의 자세를 관찰해낸 작가의 통찰력에도 깊은 공감을 한다.

 

일상에서 인종 차별을 당하기 일쑤지만 독일 친구로부터 위로받은 이야기도 살짝 오지라퍼로서 같이 흥분했고 절도범이 될 뻔한 작가 부부의 사연을 맘 졸이며 읽어 내려갈 때 나도 모르게 소심하고 귀여운 이 배려심깊은 사람들에게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한편 케밥집 주인이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쓱싹쓱싹 잘라내듯이라는 재미지면서도 적확한 상황 표현은 또 어떻고!

게다가 절약정신이 투철하고 명품을 달가워하지 않는 독일의 사회적 시선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소비패턴을 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암시를 걸어가며 명랑하게 독일살이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런 마음은 아마도 유학생 딸을 둔 엄마이기 때문에 더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나의 가슴을 찡하게 한 대목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 함께 할 시간이었는데 엄마와 딸의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었다. 엄마인 동시에 누군가의 딸인 내가 이제는 요양원에서 삶의 끝을 겨우 잡고 있는 우리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와 경복궁 덕수궁 다니며 이것 저것 설명해주면 그렇게도 좋아하셨는데 그 시간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하는 마음과 유학생딸의 안내로 이곳 저곳 그저 따라만 다닐 때 무한한 대견함이 공존하는 것처럼.

참나 강가희 작가 이양반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너무한 거 아냐! 거기다 책은 왜이렇게 빨리 끝나버리는 건지...한참 재미있게 푹 빠졌는데 이내 마지막 장이 아니던가! ㅎ ㅎ

 

우리나라 독서시장에는 참으로 많은 힐링팔이 책들이 많다. 특히나 나라가 무슨 소림사도 아니고 승려들이 낸 힐링책들이 혹세무민하고 있는 현실과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를 기만하는 책들, 나 이렇게 성공했다 하며 자랑하는 책들을 경멸하는 독서인으로서 강가희 작가의 <명랑한 이방인>이야말로 생활밀착형 힐링 책의 반열로 올리고 싶은 맘이다.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 담긴 에세이인데 무려 심지어 엄청 재밌다. 막 어록을 따라하고 싶어질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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