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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파리 - 당신이 모르고 지나친 파리의 예술 작품들
로리 짐머.마리아 크라신스키 지음, 문준영 옮김 / 혜윰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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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운이 좋아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지낼 수 있다면 평생 어디를 가더라도 파리에서의 추억이 함께 할 것이다 ’

이 말은 파리를 너무도 사랑했던 작가 헤밍웨이의 말이다.


아련한 40년전 여고시절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했던 나는 그후 20년이 지나고 그 꿈을 이루었다. 파리의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며 학창시절 책에서만 보던 예술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정말 가슴설레고 행복했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파리에 관한 신간이 나오면 누구보다 발빠르게 사서 읽곤 한다. <아트 하이딩 인 파리>는 제목 그대로 파리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의 뉴욕 버전인 <아트 하이딩 인 뉴욕>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왜 파리 편은 안나올까!' '파리편도 내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지라 이 책이 너무 반가웠다. 알라딘의 오랜 고객으로서 이 책의 북펀딩에 참여해 누구보다 먼저 책을 받아볼 수 있어 가슴  벅찼다.


책을 받아본 순간 이렇게 예쁜 양장본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아는 장소 , 보았던 예술작품들이 이쁜 일러스트로 재탄생한 부분에서는 반가움이 들었고, 스쳐 지나쳤던 장소 나 미처 예술작품인지 몰랐던 것들을 접할 때는 지적 호기심이 마구 마구 솟았다.


공공재로서의 예술작품이  도시 여기저기 심지어 레스토랑이나 카페같은 상업공간에까지 무심코 훅 들어와있는 모습이 예술의 도시 파리의 클라쓰 그 자체였다.


챕터별로 공간들을 나누어 소개하고 있는데 파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여기가 거기였어? ' '앗 이렇게 유명한 작품인데 내가 몰랐던 거야? ' 라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살았던 지리적 인프라로  파리라는 도시의 이야기는 끝이 없고 잠깐씩 등장하는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운 지식이 된다. 즉 어디가서 대화에 써먹음직한 내용들이 많다는 뜻이다. 예술작품들과 장소들의 매력포인트를 통해 파리의 역사와 문화적 향기를 적재적소에 숨겨놓은 책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기에는 스포일러적 요소도 있거니와 어느 한 꼭지도 버릴 게 없어 무조건 구매해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나는이 책을 받자마자 이틀만에 후다닥 읽고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표지를 바라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읽으면서 지식이 되고 읽고나서 데코레이션이 되는 책이다. 즉 소장각?!


일상의 평범함과 무료함에 청량감과 힐링을 안겨준 완전 취향저격의 책이었다. 대문호 헤밍웨이의 뜨거운 파리 사랑을 비슷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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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미술관 - 루브르에서 퐁피두까지 가장 아름다운 파리를 만나는 시간
이혜준 외 지음 / 클로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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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도서나 거대 담론 철학서를 제외하고 모든 책은 쉽게 술술 읽혀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쉽게 쓰기란 생각보다 어려워서 자칫 경박한 문체로 흐르거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에서 <파리의 미술관>은 품격있고 절제된 문체로  쉬우면서도 편안하게  미술관 투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참으로 친절한 책이었다.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미술관,퐁피두센터, 루브르박물관 등 파리의 주요 미술관을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 자격을 갖추고 실제 수많은 관람객들과 투어를 해 본 베테랑 미술해설사 4인의 공저인데 4명의 저자들이 문체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 끝까지 편안한 독서를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방대한 컬렉션 중에서도 각 미술관의 시그니처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과 작가를 위주로  기술하고 있는 한편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이미 구성된 내용만 읽으면 '아 맞다 이 작가가 있었지, 이 작품도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작품의 리스트를 선정하는데 있어 저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미루어 짐작이 된다.

책을 읽으며 뭔가 날로 먹는다는 미안함이 계속 들 정도였지만 그것은 저자인 그들의 운명이므로 독자인 나는 무조건 즐기기만 하는 것으로 ㅎㅎ


현장에서 축적된 일반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잘 알고 있는 저자들은 현학적인 표현이나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서양미술의 흐름을 이 한권으로 꿰뚫을 수 있게 해준다. 여지껏 읽었던 어떤 미술관련 책보다 쉽고 재미있다.


서양미술의 역사, 근대 미술의 여러 사조, 벨에포크를 거쳐 퐁피두가 소장한 컨템퍼러리 아트까지 다루고 있는데 특히 로스코나 술라주를 이렇게 쉽게 설명한 책은 처음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달달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파리를 여행했거나 여행계획중인 사람, 미술를 사랑하지만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취향 저격 도서로 이 책만한 책이 당분간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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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이방인 - 독한 여자의 리얼 독일 생활기
강가희 지음 / 모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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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일을 처음 접한 건 아이들 어렸을 때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가족여행이었고 카셀도큐멘타에 출장갔을 때와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파리에서 공부중인 딸과 함께 베를린을 여행한 경험 뿐이다. 대개의 여행자들이 그렇듯 그저 일정에 쫒겨 관광지 위주로 다녔기에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독일을 세 번씩 다녀왔다는 이유로 독일과 관련된 책이나 다큐멘터리는 이후에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러던 중 마치 어린시절 명랑만화 주인공 포스의 표지와 <명랑인 이방인> 이라는 책제목이 확 시선을 잡아당겼다. 우선 목차부터 주욱 훑어보는데 궁금한 건 절대 못 찾는 나의 호기심을 마구 마구 유발시켰고 급기야 작가에게 급 빙의(?)되어 단숨에 책을 독파해버리고야 말았다. 너무 너무 문장이 맛깔스럽고 센스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이방인의 예리한 눈으로 독일 사회를 관찰하고 있으며 삶에 대한 초긍정 에너지가 느껴져 그야말로 명랑해질 수 있는 책이다.

 

본인의 의지로 결정한 독일행이 아닌 상황에서 남편과 아웅다웅 정착해가는 과정들이 시트콤처럼 그려진다. 프랑스 유학생인 딸에게 전해들은 집구하기, 통장개설하기 등등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프랑스적 상황이 독일에서도 비슷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서로를 원망하며 각자의 입을 냉동실에 보관했어야만 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강가희 작가의 유머와 센스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방송작가 출신다운 문장력은 물론, 센스와 통찰력에 책장을 넘기는 동안 공감과 감동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방인으로서 바라본 독일의 사람과 제도들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독일을 다 아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거나 편견을 심어주지 않고 있다. 아 여기도 우리와 이러저러한 면은 다르고 간혹 좀 이해안되고 이상하기 까지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글쓰기 내공은 아무에게나 나올 수가 없다.

경단녀(개인적으로 여성의 가정에서의 역할을 폄하하는 단어라 싫어하지만) 생활동안 자신이 놓여진 환경속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려 애쓰며 이렇게 독일살이 에세이까지 낸 부분도 같은 여성으로서 존경한다.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이방인 생활 5년을 기록으로 남겨 책까지 내는 것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스포일러를 싫어해 책의 본문을 언급하는 것을 꺼리지만 문장이 주옥같고 사고가 신선해서 책내용을 약간은 이야기하고 싶다. “너 때문이야, 너 덕분이야가 아닌 나 때문에, 나 덕분인 삶을 기록하자는 문장은 내게 뭔가 머리가 열리는 느낌을 주었다. 갱년기를 지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찍는 가운데 책을 읽음으로써 유일한 돌파구를 찾고 있던 내게 작가의 말이 무척 위로가 되었다. ‘부럽다는 말을 쓰지 않고 타인의 삶을 동경하거나 선망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 집중하며 안분지족하는 독일인들의 삶의 자세를 관찰해낸 작가의 통찰력에도 깊은 공감을 한다.

 

일상에서 인종 차별을 당하기 일쑤지만 독일 친구로부터 위로받은 이야기도 살짝 오지라퍼로서 같이 흥분했고 절도범이 될 뻔한 작가 부부의 사연을 맘 졸이며 읽어 내려갈 때 나도 모르게 소심하고 귀여운 이 배려심깊은 사람들에게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한편 케밥집 주인이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쓱싹쓱싹 잘라내듯이라는 재미지면서도 적확한 상황 표현은 또 어떻고!

게다가 절약정신이 투철하고 명품을 달가워하지 않는 독일의 사회적 시선을 보면서 한국에서의 소비패턴을 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암시를 걸어가며 명랑하게 독일살이를 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이런 마음은 아마도 유학생 딸을 둔 엄마이기 때문에 더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나의 가슴을 찡하게 한 대목은 우리가 함께 한 시간 함께 할 시간이었는데 엄마와 딸의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었다. 엄마인 동시에 누군가의 딸인 내가 이제는 요양원에서 삶의 끝을 겨우 잡고 있는 우리 엄마를 떠올린다. 엄마와 경복궁 덕수궁 다니며 이것 저것 설명해주면 그렇게도 좋아하셨는데 그 시간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하는 마음과 유학생딸의 안내로 이곳 저곳 그저 따라만 다닐 때 무한한 대견함이 공존하는 것처럼.

참나 강가희 작가 이양반 사람을 웃겼다 울렸다....너무한 거 아냐! 거기다 책은 왜이렇게 빨리 끝나버리는 건지...한참 재미있게 푹 빠졌는데 이내 마지막 장이 아니던가! ㅎ ㅎ

 

우리나라 독서시장에는 참으로 많은 힐링팔이 책들이 많다. 특히나 나라가 무슨 소림사도 아니고 승려들이 낸 힐링책들이 혹세무민하고 있는 현실과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를 기만하는 책들, 나 이렇게 성공했다 하며 자랑하는 책들을 경멸하는 독서인으로서 강가희 작가의 <명랑한 이방인>이야말로 생활밀착형 힐링 책의 반열로 올리고 싶은 맘이다. 작가만의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 담긴 에세이인데 무려 심지어 엄청 재밌다. 막 어록을 따라하고 싶어질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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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우주가 산업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 가이드
켈리 제라디 지음, 이지민 옮김 / 혜윰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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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 으로서 우주에 관한 책을 덥썩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생물학적 여성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여성으로서의 편견과 싸워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여성들이 쓴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미  50대 중반의 여성이 되어 버려 나 자신은 어떠한 새로운 도전을 할 엄두를 못 내지만 여성 선배로서 혹은 딸의 엄마로서 언제나 용기있고 당당한 여성들의 도전을 매력적으로 느끼며 응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평소 나의 생각에 부응하는 따끈따끈한 에세이가 나왔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저자 켈리 제라디는 영화를 전공하고 민간 우주비행 산업의 미디어 전문가로 활동하다 직접 우주비행사의 길을 걷게 된 여성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1986년 TV를 통해 미국의 우주선 챌린저호가 발사 1분 정도만에 공중 폭발하던 장면을 충격적으로 보았기에 우주 여행은 한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당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탑승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전에 유리 가가린이라는 러시아 우주여행사나 최초로 달착륙을 했던 닐암스트롱 때까지만 해도 우주는 신비롭고 멋지며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 같은 희망의 아이콘 이었으나 챌린저호 폭발의 충격으로 한동안 우주에 관한 관심은 끄고 살았다. 


30년이 훌쩍 흐른 지금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해 누리호를 발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그머니 우주에 관한 관심은 생겼으나 과.알.못의 수준에 맞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성 우주비행사의 입지전적 에세이라는 데 방점을 두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읽을수록 우주와 우주비행에 대한 지식을 상당한 수준까지 접할 수 있었다. 내가 뭐 직접 우주개발을 할 것도 아닌데 깊이 알 필요도 없거니와 이 책을 통해 신문에 나온 과학 용어, 우주에 관한 기초지식만 습득하면 성공이지 않은가! ㅎㅎ


켈리 제란디가 우주비행 산업과 마치 운명처럼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 남성 위주로 되어 있는 우주비행 용어나 매뉴얼을 바꾸는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노력도 인상적이었다.  우주비행시 인간의 기본적 생리 현상이나 의식주 해결이 사실상 궁금했는데 실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자극적으로 다룬 내용과는 많이 다른 것을 알게 된 점도 신선했다.


인류를 위해 우주의 문턱을 낮추는 일을 하던 중 여자아이들로만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로봇팀 챔피언을 만난 일을 잊지 못한다는 저자의 경험담은 향후 우주의 미래는 물론 여성 우주과학자들의미래가 밝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또한 우주 산업에는  비행사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도 알게 됨으로써 마치 21세기적 르네상스 혁명과도 비교될 정도였다. 저자는 우주비행을 직접 경험한 흔하지 않은 인류로서 우주비행의 경이로움을 전파하는 소통 전문가로서의 사명을 띠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저자가 영화를 전공한 제법 탄탄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이시대에 가장 필요한 융합형 인재 그 자체였는데 본인의 성과를 대단히 내세우고 있는 책이 아니라 차분하게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며 어떤 부분에서는 자기의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있어 편안했다. 이런 입지전적 에세이의 경우 자칫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데 그런 면이 없어 청소년들에게도 아주 훌륭한 진로 지도서가 될 우려(?)도 있는 책이다.

나처럼 과학적 상식이 없는 사람이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고 우주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반드시! 기필코! 읽어보기를 권한다. 간만에 복잡했던 머리가 뻥 뚫리며 뭔가 힐링되는 책이었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아웅다웅 지지고 볶는 나의 일상쯤은 가소롭기 그지 없기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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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바다
박수현 지음 / 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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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작가의 전작 <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을 수년전에 읽고 많은 감동과 지식을 얻은 좋은 기억이 있다. 그 책에서 줏어들은 물고기에 대한 상식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 소재가 어정쩡할 때 꺼내 우려먹기에 아주 유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바다에 대한 경외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고 더 나아가 '바다' 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공감대까지 형성되었다.

 

한편 코로나로 인해 답답한 일상을 독서와 영화감상으로 지내던  어느날 <나의 문어선생님>이라는 다큐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바닷속의 풍경이 담긴 영상속에서 인간과 문어의 교감 내지는 소통을 지켜보면서 인간이 아닌 생물체에게도 이렇게 배울 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기에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지 않은  자연 다큐임에도 환경 보호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었다. 


그 감동을 그대로 안은 채 나는 박수현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거의 모든 것의 바다>를 과감히 질러버렸다. 질렀다는 표현을 쓸 만큼 책값은 만만치 않았으나 책의 실물을 영접하고나면 책값이 결코, 전혀,네버 아깝지가 않다.  설익은 힐링류의 가벼운 책들이나 어설픈 인문서들이 많은 최근의 출판 트랜드에 대해 늘 유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바닷속을 꼼꼼히 탐험하며 탄탄한 자료조사와 독자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친절한 교양백과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컬러학습대백과 사전'을 읽고 자란 세대로서 이 책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평생 자산이 될 책인 동시에 호기심많은 성인 독자들에게도 완전 취향저격이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첫 장부터 읽지 않고 목차를 먼저 훑은 후 가장 궁금했던 문어와 고래 편부터 찾아서 읽었다. 바다의 카멜레온이면서 붙여진 이름답게 머리도 좋은 그러나 위험한 바다생물이기도 한 문어. 그러나 통발에 갇힌 문어들이 절체절명의 순간 종족 번식의 본능을 보이는 사진들에서는 생명체의 신비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또한 최근 인기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인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우영우가 고래의 종류를 주욱 나열하고 그 특징들을 읊는 대사들이 나오는데 그 흥미로운 대사들은 이 책에 다 나오는 듯하다.^^


총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는 먼저 지구에서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역할, 자연현상들을 아주 쉽게 설명해 과.알.못 (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거부감없이 입문할 수 있다.

2부 어류에서는 어류의 특성과 종류 이름들의 유래를 알려준다.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졸았던 사람들이라도 전혀 지루함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연골어류니 경골어류니 하면 웬지 어려울 것 같지만 분류를 쉽게 하기 위한 구분이지 실제 사진과 설명을 대조하면 거의 우리에게 친숙한 생선들이라 정겹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많은 어류들을 직접 다 촬영한 작가의 기동취재력이 놀랍기만 하다.

3,4,5부에서는 어류 외에 바다에서 함께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극피동물, 자포동물,절지동물,연체동물, 해면동물, 환형동물 까지는 접해 봤는데 미삭동물, 의충동물, 태형동물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연체동물인 조개류 낙지 주꾸미,굴, 홍합,전복, 군소 등을 보다 보니 수산센터로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주부 본능이 살아나기도 했다. 

게다가 파충류, 포유류, 해양조류, 염생식물, 바닷말도 당당한 바닷속 주민들이었던 사실도 알게 된다. 한편 극지방 탐험가이기도 한 저자만이 찍을 수 있는 자료사진들이 풍성한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평소 비교적 다독가인 나는 모든 책을 다 소장하지는 않는다. 다 소장하게 되면  책이 모든 공간을 차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에 자주 책장 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거의 모든 것의 바다>는 영원히 책꽂이에 소장할 책 리스트로 올려 놓앗다.

나와는 독서 스타일이 전혀 다른 남편이지만  급 흥미를 보이며  이 책으루읽고 있는 내 등 뒤에서  " 제발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엔 인간적으로  밑줄 긋지 마시오!" 라 말한다.  밑줄 긋는 독서 습관을 가진 내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멘트인데 사실상 나도 이 귀하디 귀한 책에 밑줄 그을 생각이 없다.  


이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이 있는 가정을 포함해 집집마다 소장해 둘 가치가 충분하다고 자신있게 권하면서 더 나아가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 출간되어 K-해양서적의 위엄 마저  떨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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