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목요일마다 우리를 죽인다 - 증오 대신 사랑을,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한 한 사형수 이야기
앤서니 레이 힌턴 지음, 이은숙 옮김 / 혜윰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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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형제도와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증오 대신 사랑을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한 한 사형수 이야기'라는 이책의 부제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었다.

제목에서는 마치 가벼운 추리소설같은 느낌을 주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점점 주인공 앤서니 레이 힌턴에 몰입되기 시작한다. 며칠에 걸쳐 읽을 예정이었지만 도저히 중간에 맥락을 끊기가 어려울 정도의 흡인력이 있는 내용이었다. 마침내 하루를 온통 쏟아붓고 책장을 덮고야 말았다.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에 빙의되어 힘들었다가 용기를 얻었다가 희망을 품었다가 슬픔과 분노도 일었다가 마침내 주인공의 석방으로 인해 내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80년대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의 미국인데 그처럼 인종차별과 편견, 무지막지한 사법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인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수감자의 현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 힌턴의 29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는 어떠한 배상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자신에게 잘못된 판결을 한 사람들을 용서하는 대인배였다.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기 위한 그 오랜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용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동료 사형수들과의 유대를 이끌어내면서 감옥생활을 버텨낸 정신력은 초인적이기까지 했다.

사형수를 수감하는 교도소의 비인권적 현실보다 강제적 죽음앞에서 공포에 떠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대목에서는 사형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잔인한지 다시금 알게 했다.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강제로 빼앗는 것 더군다나 사법권력에 의해 억울하고 무고한 사람이 발생했을 경우 이미 뺏은 목숨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사형제도는 단연코 폐지되어야 한다는 확신마저 들게 한 책이다.

 

수년전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게 한 책인데

물론 전체적인 흐름이나 줄거리는 다르지만 사형제도가 인류에서 사라져야 할 이유를 증명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 힌턴이 그 힘들고 오랜 투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실적으로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라는 인권변호사의 조력이 컸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의 사랑과 친구 레스터의 우정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본다. 어려서부터 인종에 상관없이 편견없는 사랑을 강조하고 하느님의 가르침으로 교육한 어머니의 막내 자식에 대한 믿음과 사랑, 30년간 빠짐없이 면회일을 지켜온 친구 레스터를 둔 레이 힌턴은 어쩌면 행운아였는지도 모른다.

 

석방된 후 대중연설가로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인생역정을 마침내 승리로 이끌어낸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더더욱 행운아다. 하지만 자유를 잃어버렸던 그의 30년 청춘은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어렵다. 만약 그가 중도에 대충 포기하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타협을 했더라면 무죄를 증명할 길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의, 신념, 용기, 인간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고 사법제도와 인종차별 사형제도 같은 굵직한 문제제기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공정하게 편견없이 사람을 대해야 하는데 무소불위의 망나니같은 칼날을 마구 휘두르는 앨라바마 사법부를 보면서 현재 우리나라 검찰이 조국 전 장관 일가에게 행하는 사법적 폭력이 연상되기도 했다.

 

두려움으로 점철된 수많은 시간을 버텨냈던 레이 힌턴의 삶을 보면서 일상의 소박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다. 30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첫날 레이가 편안하고 깨끗한 침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대목에서 정말 가슴이 저려왔다.

 

소설같은 아니 소설보다 더 감동적인 실화 에세이를 읽으면서

재미와 감동 뿐 아니라 우리 사회 현상까지도 통찰해 볼 수 있었다.

중장년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청소년들에게는 레이의 깊은 내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일상의 소중함, 자유, 인권, 정의를 느낄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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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2019-11-1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책 읽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반가와서 댓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