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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 - 나우누리에서 아프리카TV까지 나우콤과 문용식 이야기
문용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20대때부터 불혹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의 독서취향 중 하나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아니면 성공했다고 하는 자들의 이야기 즉 서점의 분류에 따르면 ‘자기계발서’라는 장르의 책들을 그다지 읽지 않는 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대부분이 알고보면 세속적인 돈이나 권력을 좇은 것이었고 그 과정 또한 그다지 배우거나 닮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왜 이 문용식 나우콤 대표의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라는 책을 선뜻 읽게 되었느냐......2008년 촛불집회때 아프리카 tv를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아프리카 tv의 사장이 일명 괘씸죄에 걸려들어 구속까지 되었던 사실이 문용식 대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작년가을 쯤 다시 이 문용식이라는 이름이 내 귀를 자극한 사건이 생겼다.일명 '정용진 -문용식 한밤의 트위터 반말논쟁 사건'이었는데 그의 올바른 생각과 일침을 가하는 태도가 그야말로 딱 내 스타일이었다.물론 문용식 대표는 그의 책 프롤로그에서 우리같은 시민들의 통쾌하다는 반응이 더욱 씁쓸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아무튼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그런 사람이 책을 냈다니 이거 어디 사서 읽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여지껏 내가 읽은 책 가운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이렇게 긴 책도 참 드물었던 것 같다.그러나 문용식 대표의 뚝심과 유머감각,그리고 진실성이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책의 전반에 흐르고 있어 마침내는 감동적이었다는 다소 상투적인 감상멘트를 이끌어내고야 말았다.무슨 자기계발서가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거야...그리고 왜 이렇게 잘난척하는 부분은 없는거야...이 책읽고나니 괜히 나도 ceo되보고 싶잖아, 뭐 이런 생각들도 튀어 나왔다.
나우콤 사원 1번이라는 자부심이야말로 그를 오늘의 성공적인 ceo로 만든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요즘 스카우트제의에 이리저리 몸값 올리려 옮겨다니는 젊은이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몸값보다는 이름값을 올리는데 치중하라고 충고하고 있다.일방적인 충고가 아니라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과 애정이 담긴 충고라 생각되었다.
나같이 아날로그적이고 기계치이기 까지 한 아짐에게는 나우콤의 사업영역이라든지 앞으로의 방향 사업진행과정 등이 어렵게 느껴지긴 했으나 어차피 나우콤에 취직할 것도 아니니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다만 새로운 네트워크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늘 소통하고 연구 개발하고 앞서간다는 자세 만큼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 tv의 네이밍과정을 보면서 안그래도 왜 아프리카 tv의 영어명이 afeerica일까 궁금했었는데 정말 기가막힌 네이밍이었다.(왜그런지는 책에 다 나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보시라)나우콤이라는 회사명을 고집했던 것과 함께 문용식 대표는 참으로 꾀가 많은 분 같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회사의 기대주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그는 무능한 부장세월을 10년이나 보내면서 사장의 퇴사압박도 여러번 받지만 결국엔 능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어찌보면 오늘의 성공은 그의 눈치없음(그도 인정하는 부분)과 무딘 뚝심도 큰몫을 한듯하다.모르긴해도 책에서는 그리 표현했지만 나는 그도 인간인 이상 수많은 괴로움의 세월을 보냈을 거라고 추측한다.역시 성공하는 사람과 그 직전에서 좌절하는 사람의 차이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신문방송학이라는 다소 세련된 공부를 한 나에게 재미난 기억이 있다면 어느날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앞으로의 세상은 뉴미디어들이 출현할 것이다.케이블 TV는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 될 것이고 HDTV도 등장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그때 우리 촌뜨기들은 모두 비웃었다.그게 너무 공상과학만화같은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20년~3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그 뉴미디어들이 올드가 되어가고 아프리카 tv같은 매체마저 등장하는 세상이 되었다.
정말 아무리 아짐으로 살아가지만 아이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피디박스니 저작권이니 이런 것들에 신경 좀 쓰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대표의 말대로 호구지책으로 하게 된 일이라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이 일은 그에게 운명같은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학생시절의 민주화운동,이어지는 옥살이 등으로 깊은 내공을 쌓고 진정한 개념자로 탄생한 그가 해야만 하는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사업가로서의 지침도 담겨있는 책이지만 40대 이후의 남자들에게는 비슷한 세대를 경험한 동지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고 후배들에게는 인생선배로서 자신감을 안겨줄 수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특히나 새로운 환경에 직면해있는 젊은이들에게 문대표의 충고들은 살아 숨쉬는 철학책 그자체다.
끝으로 아짐인 내겐 어떤 메시지를 주었느냐...꿈을 선택할 나이에 이른 청소년 아들을 보다 큰그림으로 키워야 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 그가 밝힌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눈물로 읽으면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별로 모르는체 살아가는 우리 집의 한 남자에게 읽어보라고 복사해서 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