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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지금 새벽이야 - 스물셋 지도 없이 떠난 세계여행
김신지 지음 / 한길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스물셋의 여자...
이제는 나보다는 오히려 내 딸과 더 가까운 나이인 스물셋.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도대체 스물셋에 무엇을 했던가 과연 지금이라도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그녀처럼 이런 여행과 이런 기록들을 남길 수 있을까 싶으니 부러움을 넘어서 질투심마저 느껴진다.
그녀 김신지의 실력은 <paper>를 통해 이미 센스와 필력에서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기사가 아닌 오롯이 그녀 자신의 글에서 심하게 그 능력을 발휘할줄 몰랐다.
보통의 여행기들이 가지고 있는 여정이나 후일담과 달리 김신지의 글에서는 나이답지 않은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데 그렇다면 인생에 관한 진지함이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처음 몇장을 술술 읽어나가다가 나중에는 안되겠다 싶어 펜을 들고와서 멋진 문장들에 줄을 쳐가며 읽게 되었다.왜냐하면 나중에 언젠가 표절(?)해보리라 하는 마음에서였다.그런데 중간에 포기했다.맘에 드는 문장들에 마킹을 하다보니 어느 문장 하나 소중하지 않고 줄치고 싶지 않은 문장이 없지 않은가?
친근한 문체 속에서도 인생을 밝고 진지하게 바라볼 줄 알고 다른 이들의 삶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김신지 특유의 개성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이는 인간에 대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글이라 생각되었다.
그녀와 함께 남미는 물론이고 유럽의 곳곳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 내겐 참 소중했다.40대중반의 아줌마로서 이젠 은근히 럭셔리한 취향의 여행을 즐기려 했던 나의 허영심(?)에 신선한 충격을 준 책이었다.
중학생인 딸아이가 지금은 나의 바톤을 이어받아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사춘기 소녀인 딸의감성에도 무척이나 맞아 떨어지는 모양이다.뭐 그렇다고 김신지는 일부 여성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뜬구름잡는 혹은 사춘기적 감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다소 팔불출같은 이야기지만 우리 딸의 독서수준이 또래보다 높기에 김신지의 책을 잘 소화하고 있는 듯하고 아이에게는 새로운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지켜보는 엄마로서도 뿌듯하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나의 청춘이지만 김신지의 책과 함께 그 시절로 돌아가 지구를 한바퀴 돌고 온 이 상큼함은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인것 같다.나이가 들어도 젊은 친구들의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