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냠냠 빵 기차 제제의 그림책
아리타 나오 지음, 기유모토 노즈미 그림, 고향옥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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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냠냠 먹을 수 있는 빵 기차에 대한 그림책이다.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던 주인공 토끼는 평소와는 다르게 빵 모양의 기차가 역에 들어온 것을 보고는 어리둥절해하며 올라타게 된다. 빵 기차는 겉모양뿐만 아니라 내부도 온통 빵이었다. 기차의 손잡이며, 의자며 모든 것이 빵이었고, 모두 다 먹음직스러운 형태와 향을 가진 것들이었다. 토끼에 이어 다음 역에서 돼지 형제, 그다음 역에서 곰이 차례로 타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빵기차의 맛과 냄새에 취해 열심히 기차의 빵들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손님들이 늘어날수록 빵 기차의 크기는 점점 작아져 갔고과연 빵 기차와 손님들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진짜 먹을 수 있는 빵으로 만든 기차라니.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스토리를 가진 이 그림책은 매우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었다. 책에서는 초코 소라빵, 크루아상, 햄버거, 옥수수 마요네즈 빵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로 꾸며진 빵 기차의 내부를 보여주는데, 종류가 많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입속에는 침이 고이게 된다.


아이와 함께 읽으니 어느 빵이 가장 좋은지, 나라면 기차의 어느 부분부터 먹어 치울지(?), 빵 말고 다른 모양의 기차를 만든다면 무엇이 좋을지 등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책을 읽고 난 뒤 우리가 빵기차를 만든다면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그림을 그려 보기도 했고, 먹고 싶은 빵을 사 와서 먹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쳤지만, 좀 더 나아가 아이와 함께 베이킹을 해보거나, 빵 기차를 직접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재미있는 상상력에서 시작한 그림책이라 읽고 난 뒤에도 생각이 계속해서 뻗어 나갔고, 덕분에 책을 읽고 난 뒤 독후 활동을 이어 나가기도 좋았다. 책에서는덜커덩’, ‘냠냠’, ‘끼이익 쿵같은 의성어, 의태어 표현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을 찾는 이에게, 독후 활동하기 좋은 그림책을 찾는 이에게, 그리고 빵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 책 <칙칙폭폭 냠냠 빵 기차>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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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기억들의 방 - 우리 내면을 완성하는 기억과 뇌과학의 세계
베로니카 오킨 지음, 김병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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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산후 정신병을 앓았던 한 환자 이디스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영국에서는 매년 1400명 정도가 앓는다는 산후 정신병. 자신이 낳은 갓난 아기에게서 썩은 내를 느끼다, 이내 자신의 아기는 악마에 의해 무덤 속에 묻혀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이디스의 이야기는 끔찍했다. 약물치료 후 퇴원한 뒤에도 자신의 생각들이 진짜가 아님을 알았지만 그래도 그 기억만큼은 진짜였다고 말했다는 그녀. 플래시백의 형태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이디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저자는 그동안 본인이 쌓아 왔던 지식들의 테두리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기억에 관한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가 쓴 기억과 뇌과학에 대한 글이라 전문적인 분석이 담긴 사실적이기만 한 글일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읽는 즐거움도 적당히 있는 글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책에서는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에 대해 문학작품을 예로 들거나 저자의 임상 경험을 자세히 들려주며 설명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환자들의 기분이나 느낌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어 좋았다.


책 속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냄새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냄새로 인해 과거에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봄날 부드러운 바람에 날려오던 아카시아 향기, 적당히 맵싸한 향이 나는 시락국 냄새, 여름밤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 등은 순식간에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전까지는 내가 후각이 예민한 편이어서 그런 경험을 했다고 여겨 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냄새 이외의 감각 경험들은 편도체와 해마로 빠져들기 전에 두뇌 표면의 각 피질을 통해 연계된다.’(p.100)고 한다. 그래서 어떤 노래가 들려오면, 그 노래를 듣고 있었던 과거의 한순간을 떠올리는 식으로 기억을 꺼내 오게 된다. 그러나 냄새의 경우에는 다른 감각 자극과 달리 후각 신경세포가 코에서 후각 피질로 가기 전에 편도체에 먼저 도착한다’(p. 100)고 한다. 그런데 이 편도체는 우리 두뇌에서 감정 반응과 느낌을 촉발하는 부위’(p.99)이기 때문에, 우리는 냄새를 맡는 동안은 감정이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경험’(p.100)을 하게 되며, 의식적으로 그 자극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 냄새와 관련된 과거의 느낌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 대해 생각할 때와 미래의 계획을 세울 때 사용되는 두뇌 회로가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에, 기억에 의거하여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실은 당연하다. 우리는 오직 기억 속에 엮여 들어간 경험을 가지고 환상을 꾸미거나 예견할 수 있다. 기억은 과거의 기록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상상된 미래를 위한 주형이기도 하다. (p. 156)


그동안 나는 기억을 과거의 일에만 관련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는 기억과 시간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내게 심어주었고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지만,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우리 뇌의 각 부분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평소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 유익했다. 기억이나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 <오래된 기억들의 방> 또한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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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도! 인스타그램 마케팅 -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정주윤 지음 / 성안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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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읽은 책 목록을 기록할 용도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소소하게 취미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니 사진과 글만 등록할 줄 알면 된다고 여기고 다른 기능들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궁금한 것들이 늘어났고, 다른 이들의 계정을 구경하며 따라 해보고 싶은 것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이것저것 시도해 보려니, 왜 이렇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던지결국 나는 다시 하던 것만(이미지와 글만 등록) 하기로 마음먹고 돌아섰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젠 나도!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인스타그램 초보들에게 딱 알맞은 수준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고 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사용한 시간에 비해 아직도 초보 수준인 나의 인스타그램 활용 능력을 높여보고자 기대되는 마음과 함께 책을 펼쳤다.


책은 크게 7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주제를 선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비즈니스 계정이나 크리에이터 계정으로 전환하는 방법, 페이스북과 연결하는 방법, 그리고 인스타용 사진을 잘 찍는 법 등을 알려준다. 2부에서는 인스타의 각 화면들을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각 아이콘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려준다. 이 부분에서는 인스타에 가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프로필을 채우고 해시태그나 위치 정보를 추가하는 법, 이미지를 보정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며 이제 막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따라 하도록 차근차근 상세하게 설명한다. 3부에서는 팔로워 관리법과 메시지 주고받기, 영상 통화하는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고, 4부에서는 스토리와 릴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알아본다. 5부에서는 인스타그램 샵에 대해, 6부에서는 인스타그램 가이드를 만들고 활용하는 법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7부에서는 QR코드로 홍보하는 법, 차단 및 신고 기능,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 로그인하는 방법 등 계정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기능들에 대해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나처럼 일반 유저이더라도 인스타의 기본적인 기능이 궁금하거나, 어떻게 해야 팔로워를 늘릴 수 있는지, 또는 계정을 멋지게 꾸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펼쳐 보기에도 좋았다.


나에게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스토리와 릴스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이 두 가지의 차이점도 잘 몰랐고 그저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라고만 알고 있었기에, 이 두 가지가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편집하고 활용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 용이 아니더라도 프로페셔널 계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계정을 관리하는데 더 유용하다는 정보와 인물 사진이나 음식 사진이 잘 나오는 소소한 팁 또한 얻을 수 있어 좋았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초보 인스타그래머, 그리고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궁금한 사람에게 이 책 <이젠 나도! 인스타그램 마케팅>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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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부모 - 내 안의 상처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셰팔리 차바리 지음, 구미화 옮김 / 나무의마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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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좋은 것이 무엇이냐란 질문 앞에선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다를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부모는 어릴 때 느꼈던 결핍감이나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중요하다 생각해온 가치관을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게 된다. 아이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나 잘 할 수 있는 것에 마음이 끌리게 되는데, 부모는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한다. 그들은 아이의 삶을 대신 계획하고 지휘하며 심지어는 살아가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이의 외모나 성격이 부모와 비슷해 보일지라도 아이는 부모와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저자는 부모란 각각 다른 소명을 타고난 아이들이 그들 각자의 운명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깨어 있는 부모가 됨으로써 우리가 이러한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이어서 이야기한다.


깨어있는 상태라는 것은 우리가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 삶이 그저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삶을 통제하려고 하거나 지금과 다른 모습이기를 바라지 않고 그 흐름을 따르기로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p. 99)


이 책에서 말하는 깨어있는 상태란 마음챙김에서 이야기하는 그것과 같았다. 저자는 깨어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길러진 방식에서 기인한 내면의 문제들을 기꺼이 마주하고 해결’(p. 34) 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받았던 양육방식을 그대로 아이에게 대물림하게 되며, 오래전 자신의 양육자와의 관계를 현재 아이와의 관계에서 재현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대물림의 고리를 끊기 위해 깨어 있어야 하며, 아이 앞에서 자신의 행동을 열심히 관찰하며 우리의 무의식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유난한 고민이나 어려움, 고집, 기질적인 문제를 안고 부모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이유는 우리가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아이는 우리가 오래된 감정의 찌꺼기를 발견하고, 심연에 가라앉아 의식하지 못했던 느낌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우리 내면의 어떤 부분이 더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p. 36~37)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이만하면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산산이 깨져버렸다. 육아를 하면서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부족하고 미성숙한 모습들이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아이가 커감에 따라 내 내면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큰 성장의 기회이자 너무도 감사한 선물이었다.




저자는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예시로 소개한다. 이 문장들은 오래전의 나에게 필요했던 말들이자, 지금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속 말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말을 듣고 자라난 아이는 부모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어떤 결과물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랑스럽게 여길 줄 아는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될 것이다.


부모로써 우리의 목표는 아들의 생일파티를 준비한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흠잡을 데 없는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허점투성이인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p. 75)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부모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그 감정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정서적인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경우 자기가 충분히 세게 반발하면 인생이 자기 뜻대로 될 거라는 망상에 젖어 매 순간 감정을 분출한다.

에고가 이렇게 각인된 사람이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침체기를 만나 울화가 치민다면 그 분노는 불안감을 감추기 위함이다. 어떤 상황이 감당이 안돼 괴로운 느낌이 들 때 그런 감정이 익숙하지가 않으니, 그들의 에고가 불안감을 분노로 바꿔놓는 것이다. 분노는 우리가 여전히 강하고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자극제. 역설적이지만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때 우리는 그저 에고의 포로일 뿐이다. (p. 85)


우리가 이런 드라마를 펼치는 이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상황에 자신의 과거를 끌어들이는 순간, 우리 안에선 엄청난 불안감이 일어나 극심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이렇게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성급하게 판단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해로운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무엇이라도 하고 있다는 위안을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감정이 고조된 상태를 결단력 있는 모습으로 착각하여 드라마를 펼치는 것이다. (p. 114)


어떻게 감히 파도가 이렇게 높을 수 있지? 파도라면 당연히 잔잔해야지.”

우리는 이렇게 항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다를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중략···) 삶은 원래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그냥 존재할 뿐이다. 인생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불안은 우리를 살짝 적시고 지나가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순간 그것은 거대한 쓰나미로 바뀐다. (p. 117)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을 우리의 입맛대로 통제할 수는 없다. 언제 거센 파도가 밀려왔다가 잔잔하게 수그러들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에 대해 좋고 나쁨을 구별짓기보다는 삶을지혜로운 안내자로 바라보며 모든 것을 배움의 기회로 여길 때 비로소 우리는 깨어 있는 사람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게 되고, 마음의 여유 공간 또한 얻게 되어 열린 마음과 바른 판단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게 된다.


가족에게 거부당한 아이는 자라면서 집안의 모든 문제를 떠안게 된다. 심리 치료 전문가들은 이런 아이를 집안에서 환자로 지목된 사람이라고 부른다. 부모가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아이들 중 한 명에게 그 그림자를 투사할 수밖에 없고, 이 아이는 온 집안의 억눌리고 찢긴 감정을 떠안는 쓰레기통이 된다. 간혹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아이들은 심한 죄책감과 함께 자신들은 본래 나쁜사람이라고 느끼며 자란다. (p. 204~205)


어린 시절은 열매를 맺는 시기가 아니라 씨앗을 뿌리는 시기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어떤 씨앗에 물을 줄지는 아이가 타고난 지혜와 운명에 대한 직감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것도 안다. 다시 말하면 깨어있는 부모는 운명에 대한 아이의 직감을 전적으로 믿는다. 깨어있는 삶을 산다는 건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무엇을 하든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실수로부터 배울 줄 아는 용기를 중시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만이 의미 있는 순간임을 아는 것이다. 인생이 한결같고 의욕적이며 지혜로운 스승이라고 믿는 것이다. (p. 219)


우리는 대개 레스토랑에서 함께 외식을 하거나 휴가를 보낼 때 아이와 교감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정서적인 교감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순간은 목욕을 시키거나 식탁에 마주 앉아 있을 때, 또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자동차를 함께 타고 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릴 때처럼 평범한 순간들이다. 매일 매 순간 교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멋진 기회들을 놓치게 된다. (p. 221)


아이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특별해 보이는 순간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즐거움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육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의 삶을 사는 것이었다.




<깨어있는 부모>는 육아에서 맞닥뜨리는 문제 상황들에 대해 족집게식 솔루션을 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깨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훈육은 길게 보면 효과가 없다고 말하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 깨어 있는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로써 독자들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마음의 기초를 제대로 다져 참된 변화를 이뤄내도록 이끌어준다. 우리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불쑥 튀어나오던 어두운 그림자들을 알아차리고, 그것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깨어 있는 눈으로 바라봄으로써, 건강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색다른 육아서였다. 아이의 양육을 위해 펼쳤다가 내 마음속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책을 덮었지만, 그 어느 양육서보다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아이를 향한 올바른 태도를 갖춰가는 길은 부모 자신의 내면의 성장과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 책은 올바른 양육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의 변화를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좋은 부모란 어떤 것인지 고민 중인 이에게, 바른 육아와 내면의 성장 모두를 얻고 싶은 이에게, 그리고 평소 마음챙김이나 알아차림에 관심이 있었던 이에게 이 책 <깨어있는 부모>를 추천하고 싶다.



【 깨어있는 부모가 된다는 건 항상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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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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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대학생인 두 청년 토오루와 코우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등학교 동창인 둘은 현재 유부녀와 만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엄마의 친구인 시후미와 만나는 토오루. 사랑이 아무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져드는 것이라 해도, 토오루와 시후미의 관계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과 살아가겠다며 미래를 위해 내린 그들의 선택은 상당히 이기적으로 들렸다(물론 불륜이라는 것이 시작부터 이기적이긴 하지만…). 혹시 시후미는 언젠가 토오루가 자신을 떠나리라 여기기 때문에 더욱더 양손에 쥔 모두를 놓지 않으려는 것일까.


‘관계를 끝내는 건 이쪽이다라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워 두고,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유부녀를 만나며 육체적 관계를 맺는 또 다른 주인공 코우지 역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내 눈에만 이들이 과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가? 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분명히 있음에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만 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이들은 모두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관계에 온전하게 마음을 쏟아내지 못하고 비뚤어진 선택을 하는 걸까. 자신이 상처받는 것은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타인에게는 더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아무리 진실한 마음이라고 해도사랑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 않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답게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간다. 주인공들의 앞날이 궁금해 끝까지 읽긴 했지만, 취향에 맞는 내용도 아니고 주인공들의 생각도 공감하기 어려워 썩 마음에 드는 작품은 아니었다. 작가가 그들의 삶에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랬다면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하고 매우 잘 읽히는 작품이니,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거나 복잡한 마음과 현실을 잠깐 떠나고 싶을 때에 읽기에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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