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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4년 11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발행일 : 2024년
11월 19일
* 페이지 수 : 324쪽
* 분야 : 일본 소설
/ 로맨스 소설
* 체감 난이도 : 매우 쉬움
* 특징
1. 풋풋한 십 대의 러브 스토리
2. 술술 잘 읽힘
3. 아리송한 설정으로 후반부까지 궁금증을 유발
* 추천대상
1. 10-20대의 여성 독자
2. 슬픈 사랑 이야기를 찾는 사람
3. 멜로 영화 같은 소설을 찾는 사람
4.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 사람
♣♣♣
월요일 아침. 막 등교한
고등학교 2학년 히구치는
처음 보는 여학생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지난주까지 있었던 자신의 짝은
어디로 간 것이며, 지금 이 여학생은 또 누구일까.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금세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겠지만, 친한 친구가 하나도 없었던 히구치는 그저
의문만 가질 뿐이었다.
자신을 전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이 여학생은 어딘가 특이했다.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 보여 분명 인기가 많을 타입인데, 반
아이들 아무도 이 여학생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 잃지 않은 사람 그리고 잃고 만 사람.
나는 후자였다. 열정이나 꿈 혹은 변하지 않는 거라든가, 그런거······.
“히구치구나. 너한테 부탁이 있는데.”
“뭐, 부탁?”
“이것도 인연인데, 나랑 친구가 되지 않을래?” 】 (p. 19)
학교에서 아웃사이더나 다름없는 자신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이 여학생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신과만 대화하는 그녀는 혹시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그런 의심을 이어가던 히구치는 그녀가 결석한 날에 더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그녀의 자리에 ‘미나세 린’이란 또 다른 여학생이 나타난 것이다.
【 나는 그녀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검고 긴
머리에 가녀린 팔다리. 갸름하고 시원한 눈매를 지닌,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
고등학교
교복을 살짝 흩뜨려 입은 그 인물이 나에게로 걸어왔다.
이윽고 내
앞에 멈춰 서더니 훗, 하고 웃었다.
“히구치,
꽤 즐거워 보이네. 내가 없는 동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 (p.
75)
미스터리한 전학생과 미나세 린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들과 히구치는 어떤 관계로 엮여 있는 걸까?
후반부에 가서야 이 책의 제목인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란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의 삶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학 때 들었던 이상심리학 수업에서 사람은 끔찍한 경험 앞에서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부정하게 되고 그 뒤로
분노, 우울감, 자아의 타협을 차례로 거쳐가며 마음을 회복하게
된다고 배웠다. 소설 속 주인공의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때의 수업 내용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슬프긴 한데 눈물이 날 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그 이유가 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리뷰를 쓰기 위해 책의 맨 앞으로 돌아와 다시 펼쳐보니, 처음 읽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설정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인공이 안쓰러웠고 그에 따라 점점 더 슬퍼져갔다. 모든 사실을
알고 다시 읽는 남자 주인공의 말은 너무도 슬프게 들렸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사랑의 크기가 꼭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와닿았고, 그만큼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별일 없이 일상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지금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이별하고 싶지 않지만 이별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한 소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줘>를 읽어 보길
바란다. 10-20대 여성 독자 중 슬픈 러브스토리를 찾고 있는 사람,
멜로 영화 같은 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 “이 세계라는 게 꽤 애매하잖아?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때때로 알 수가 없어. 하지만 망설여질 때야말로
도망치지 말고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히구치는 괜찮을 거야.
분명 어떤 일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p.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