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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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1215

* 페이지 수 : 424

* 분야 : 스릴러 소설 / 아르헨티나 소설

* 체감 난이도 : 보통


* 특징

1. 2021 대실해밋상 만장일치 수상작

(그해 최고의 범죄 소설에 수여)

2.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 뾰족한 가시들


* 추천대상

1. 흥미진진한 범죄 · 스릴러 소설을 찾는 사람

2. 스토리와 메시지가 잘 균형 잡힌 소설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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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처럼 하느님에 대한 경건한 두려움을 갖도록 교육받고 자랐다. 하지만 어떤 자들이 내 동생을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을 불태워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결국 토막까지 내고 말았다. 내가 믿음을 버린대도 얼마나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p. 21)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사르다 가족에게는 끔찍한 비극이 찾아왔다. 가족의 셋째 딸이었던 17아나 사르다의 몸이 토막 나 불에 탄 채로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찾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고 말았고, 이 일로 집안의 둘째 딸이었던 리아는 집을 떠나 현재 산티아고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집을 나온 뒤로 아버지와 가끔 편지를 주고받는 것 외에는 가족들과 전혀 교류 없이 살았던 리아.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큰언니 카르멘이 찾아온다. 리아의 조카이자 카르멘의 아들인 마테오가 여행 중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데, 수소문한 결과 이 서점에서 책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얼굴도, 존재도 모르고 있었던 조카가 이곳에 왔었다며 아이의 행방을 묻던 언니는 별일 아닌 듯한 얼굴로 아버지의 사망 소식과 함께 유골재를 담은 케이스를 두고 떠났는데리아의 조카 마테오는 왜 엄마 몰래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이모를 찾아 왔던 것일까? 그리고 30년 전의 끔찍한 사건은 이대로 영원히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잊혀져버리는 것일까?


자신 앞에 닥친 가혹한 사건 앞에서 소설 속 인물은 신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고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다. 또한 소설 속에서는 신을 믿고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던 이들도 순수한 믿음에서 나온 것이 아닌 자신의 욕심에 따라 믿음의 겉껍데기를 쓴 채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은 허구의 이야기지만 정말로 허구라고만 생각하고 넘길 수는 없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종교인들이 저지른 크고 작은 사건들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모두 신의 잘못이 아닌 신의 뜻으로 행동한다는 인간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소설은 각 인물들의 시점에서 사건과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데 가해자의 입장을 들려줄 때에는 참으로 섬뜩했다.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채 여전히 자신만의 비뚤어진 사고의 틀 속에서 살고 있는 한 인간의 솔직한 마음은 그가 저지른 일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들은 신을 핑계 삼아 자신을 너무도 쉽게 용서해버렸다. 그들이 늘어놓는 뻔뻔한 자기합리화와 변명은 역겨울 뿐이었다.


흥미로운 범죄 소설 이상으로 이 작품은 많은 생각거리를 품고 있었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는 이 소설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혔다. 스토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종교가 있는 경우에는 내용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최고의 범죄 소설이란 수식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스토리와 메시지가 균형 잡혀 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흥미로운 범죄 · 스릴러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 <신을 죽인 여자들>을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하느님의 뜻이었다. 특히 이번만큼은 하느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제 뜻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제가 이루었나이다.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말입니다. (p. 403)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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