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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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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년 11월 29일
* 페이지 수 : 364쪽
* 분야 : 영미 소설
* 체감 난이도 : 보통
* 특징
1.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고른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과 에세이
2. 하루키의 간략한 작품 해설과 편집 후기 수록
* 추천대상
1. 스콧 피츠제럴드의 후기 단편이 궁금한 사람
2. 무라카미 하루키 또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팬
3. 연말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용 책을 고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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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이 실려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피츠제럴드의 찐팬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골라 엮은 것이며, 책에는 하루키의 작품 해설과
편집 후기까지 함께 실려 있다. 일본어판의 경우는 하루키가 직접 번역도 했다고 하는데, 한국어판의 경우는 하루키의 번역이 아닌 스콧 피츠제럴드의 영문을 직접 번역했다고 한다. 일본어에 능통하지 못해 그의 번역으로 작품들을 읽을 수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깔끔하고 적당히 세련된 느낌의 글은 어딘가 불안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의 에세이보단 앞부분의 소설이 좀 더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국의 여행자』와 『어느 작가의 오후』 였다. 『이국의 여행자』는 잘생기고 아름다운 미국인 부부가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크고 작은 불행을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환상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결말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어느 작가의 오후』는 소설이지만 피츠제럴드 본인의 생각을 담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몇몇 문장을 곱씹으며 작가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해설이 함께 실려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다. 하루키의 해설에 의하면 책 속 작품들은 피츠제럴드 부부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고
하는데, 작품 속 위태롭고 불안한 분위기도 그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고른 스콧 피츠 제럴드의 후기 단편 소설과
에세이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들을 읽고 번역한 하루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 <어느 작가의 오후>를 펼쳐 보길 추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 책이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떠오르게 만드는 붉은 표지도 상당히 예뻐 연말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받아도 좋을 것 같다.

【 아마 지난 5년 동안 춤을 춘 건 이틀 밤뿐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낸 최근 책에 대한 서평을 보면, 그는 나이트클럽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언급되었다. 서평은 그를 ‘지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마음속에서 울리는 그 말의 무언가가 순간적으로
그를 아프게 했고, 눈 안쪽에서 나약함의 눈물이 솟는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것은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15년
전의 상황과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그때 그가 ‘치명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는 타고난 재능만 있는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문장에 노예처럼 땀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 (p. 210, 단편 『어느 작가의 오후』 중에서)
【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있게 다루어야 했다. 만약 내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 ㅡ 가정적, 직업적, 개인적 어려움 ㅡ 을 이겨내고 이 일을 해낸다면, 나의 자아는 힘껏
쏜 화살이 거침없이 (마침내 오직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질 때까지) 무에서
무로 날아가듯 그렇게 계속 날아갈 터였다. 】 (p. 305, 에세이
『망가지다』 중에서 )
【 내 꿈은 이른 시기에 실현되었고, 그 꿈의 실현에 수반하여 모종의
보상과 모종의 짐이 생겨났다. 너무 일찍 성공을 이룬 사람은 운명이라는 신비로운 관념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의지력에 대척되는 개념이다. 최악의 경우 그것은 나폴레옹식
망상이 된다. 젊어서 성공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운명의 별이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에 자기가 의지를 행사하는
거라고 믿는다. 서른 살에 어렵사리 두각을 드러낸 사람은 의지력과 운명이 각각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해서 균형 잡힌 생각을 갖는다. 마흔 살에야 그런 위치에 이른 사람은 의지력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차이 나는 이런 태도는 폭풍우가 당신의 배를 강타할 때 드러난다. 】 (p. 354, 에세이 『젊은 날의 성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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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