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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평점 :
♣♣♣
* 발행일 : 2023년 8월 20일
* 페이지 수 : 400쪽
* 분야 : 일본소설 /
스릴러소설
* 특징
1. ‘의심’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매우 잘 표현
2. 고부 갈등에 대한 내용이 많음
3. 독자가 마지막까지 의심을 놓지 않게 만듦
* 추천대상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 소설을 찾는 사람
♣♣♣
【 “새아기는 전체적으로 간을 세 게 하는 것 같아. 고헤이는 아무 소리도 안 했어?”
“그이는 간을 비교적 세게 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때보다는 간을 약하게 하고 있어요.”
아키미는 순간 자신이 맞춘 간으로 먹고 자란 고헤이가
그렇게 간이 센 걸 좋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헤이가 한창 자랄 때는 마음대로 소스나 간장을
착착 쳐서 먹던 모습이 떠올라서 입을 다물었다.
“뭐, 날
빨리 죽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간을 맞춰도 상관없지만.”
그대신 나온 혼잣말은 자신이 했지만 독기가 담겨 있었다. 】 (p. 138)
사다히코와 아키미 부부는 대대로 도자기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들은 외아들인 고헤이에게 가게를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고헤이는
어느 날 밤 귀갓길에 괴한이 휘두른 칼에 맞아 사망하게 되고,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슬픔을 제대로 실감하기도
전에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며느리가 과거 연인 사이였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범인은 고헤이를
만나기 전 사귀었던 남자라는데, 최근 며느리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시어머니 아키미는 자꾸만 며느리가 의심스럽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나오키상 후보작이라더니 정말 시작부터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초반부터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쭉 전개되어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고 흘러갔다.
의심이라는 것이 한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준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의심은 한쪽 면만 볼 수 있도록 시야를
꽉 잡아 둔다. 반대의 증거들이 눈앞에 있어도 무시한 채, 내
생각에 확신을 주는 증거들만 주워 모으며 끈덕지게 한 면 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며느리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서술했다면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약했을
텐데, 시댁 식구들의 입장에서 며느리를 관찰하는 시점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며느리 소요코가 의심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대놓고 의심스럽다기보다는 애매하게
의심스럽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아들이 죽은 원망을 며느리에게 다 쏟아내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으로
보이기도 한다. 읽는 내내 시어머니 아키미와 시이모 하루코가 삐딱하게 보였던 건 나뿐일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며느리 소요코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속마음을 다 듣고 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누가 피해자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웠다. 읽는 동안 누구의
입장에 공감하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느냐에 따라 이 소설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정확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의심’에 대한 사람의 묘한 심리를 잘 표현해낸 작품이었다.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독자도 며느리 소요코를 관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더 내용에 몰입해 읽었던 것 같다.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를 찾는 이에게 이 책 <악어의 눈물>을 추천하고 싶다.
【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하루코는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내가 긴자에 있을 때 눈물도 안 나오면서 억지로 울어서 여러 손님을 다루는 애들을 봐서 그런 건 예리하거든. 아키네 부부도 먹히지 않게 조심해.” 】 (p.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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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