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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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 2023530

* 페이지 수 : 384

* 분야 : 영미 소설 / 스릴러 소설


* 특징

1. 불안감을 높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인상적임

2. 진실의 단서를 하나씩 모아가는 재미가 있다

3. 넷플릭스에서 영상화 예정


* 추천 대상

1. 마지막까지 반전이 이어지는 소설을 찾는 사람

2. 짜임새 좋은 스릴러를 찾는 사람


♣♣♣








소설은 폭설이 날리는 도로를 힘겹게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시작된다. 운전자 어밀리아와 그녀의 옆좌석에 타고 있는 남자 애덤. 둘은 부부 사이로 스코틀랜드로 주말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애덤은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여행을 미루고자 했지만, 어밀리아는 이 여행이 삐거덕 거리는 부부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에 계획을 밀어붙였고, 그 덕분에 악천후 속에서도 운전 중이었다.


차 바깥으로 발을 내놓자마자 폭풍이 몰아쳐 온몸이 휘청거린다. 코트를 파고든 찬바람이 폐부를 할퀴고, 차가운 눈송이가 얼굴을 후려친다. 트렁크에서 밥을 끌어내린 뒤 우린 눈발을 뚫고 고딕 양식인 커다란 이중 나무 문 앞으로 다가간다. 예배당을 개조한 숙소라고 해서 매우 로맨틱할 거라고 기대했다. 이색적인 묘미를 느끼게 해 줄 거라고.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공포 영화의 도입부처럼 느껴진다. (p. 16~17)


사방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고 도착한 숙소는 인적이 없는 매우 낡은 예배당으로 어딘가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밀리아의 직장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오게 된 숙소인데, 숙소 주인은 그림자도 내비치지 않는 것 또한 수상하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애덤은 음식을 보관하는 냉장고나 청소 도구, 현관 열쇠가 어디 있는지 용케 잘 찾아내어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런데 그것은 아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위태로운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행을 왔다던 아내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부부 중 한 명만 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단 뜻 모를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어느새 음악은 멈췄고, 바람이 건물의 틈새를 비집고 들이닥치며 휘파람을 분다. 바닥이 얼음처럼 차가워 양말만 신은 발이 시리다. 와인병을 챙겨 들고 거실로 돌아가려는데 스테인드글라스 창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보니 매우 특이하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종교적 장면이 아니라 다양한 색상의 얼굴들이 담겨 있다.

얼굴 하나가 움직인 순간 온몸이 굳는다. 나는 비명을 지른다. 창밖의 흰 얼굴은 그림이 아니라 실물이다.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p. 78~79)


작품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안면실인증을 겪고 있다는 설정은 매우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가까운 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으로 곤란을 겪는 애덤 부부를 지켜보는 독자는 어느 순간부터 함께 혼란스러워지게 되고 이것은 소설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냈다. 또한 이것은 뒷부분의 반전에도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어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잘 썼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주인공들 각자가 숨기고 있던 진실은 무엇일까. 소설은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작은 단서들을 은근히 꺼내 놓는다. 대놓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일 듯 말 듯 숨겨 놓은 느낌이라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읽으면서 그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꽤 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거듭 이어져 끝까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자신을 내보일까. 어쩌면 밖으로 드러난 몇 가지 모습으로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우리의 경솔함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려운 법이란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씁쓸하게 책장을 덮었다.


이미지가 매우 잘 그려지는 소설이라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음침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예배당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될지가 가장 궁금하고 기대된다.


반전이 이어지는 흥미로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 <가위바위보>를 추천하고 싶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음산한 예배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독서를 통해 더위를 식히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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