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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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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년 1월 20일
* 페이지 수 : 300쪽
* 분야 : 에세이
* 특징
1. 마음을 흔드는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2. 나의 시간을 좋은 것들로 채우고픈 바람이 생긴다.
* 추천대상
1.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
2. 편안하게 잘 읽히는 에세이집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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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오늘 하루가 다 내 것이었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메신저나 메일의 알람 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건 이상한 바람이었다. 하루는 원래 내 것인데. 그럼 나는 대체 이 하루를 누구의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거지? ‘오늘’을 온전히 내 것처럼 써본
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 (p. 158~ 159)
【 예전엔 ‘시간 되면 꼭 해야지’라고
적던, 언젠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들을 지금은 ‘시간 내서
해야지’라고 적는다. ‘시간 되면’과 ‘시간 내서’ 사이의
작은 차이를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럴 시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걸.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반복적으로 그럴 시간이 여기 있다고 대꾸해야 한다는 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싶어지는 순간 마다 마음을 바꿔 먹어본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맞는데 하고. 그럴 때만이 비로소 시간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도 안다. 】 (p. 188)
【 실패하면 망한다, 적당히 보장된 길로 가라, 그런
목소리들을 두려워하다 보면 안전한 선택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안전한 선택은, 대체로 마음을 속이는 선택이 되기 쉽다.
망할까 봐 두려워 아무 선택도 하지 않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을 스스로 ‘실패’라 부르는 대신, 계속해 보고 싶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좋은 실패, 실은 좋은 경험들을. 】 (p. 194~195)
【 하지만 만에 하나 누군가가 내게 글쓰기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당신에게도 ‘문학적 토양’ 같은 게 있느냐고 묻는 날이 온다면, 밭두렁에서 콩알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려오던 그 얼굴들을 떠올릴 것 같다. 학자가
되었어야 했던 한 사람의 얼굴과, 잘못 산 책을 든 채로 축하 인사를 준비한 사람의 얼굴도. 손때 묻은 봉투 속 십시일반으로 모은 꼬깃꼬깃한 지폐들도.
문학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장면들을 안다고. 그 앞에서 나는 항상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 채 허둥거리다가 돌아서서 웃거나 울지만. 제때 하지 못한 말들이 모여서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끈다고. 】 (p. 46)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쓴 김신지 작가의 신간
에세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그녀는 자신 곁에서 반짝였던 일상의 조각들을 꺼내 와 그 속에 담긴 따스함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퇴사를 결정한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독자들에게 각자의 시간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전한다.
김신지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 포인트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장 너머에 보이지 않게 숨어 있던 무언가가 자꾸만 내 마음을
흔들었고, 그것은 내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 오도록 도와주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속에 기분 좋은 바람이 훑고 지나간 느낌도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책장을 덮는 순간 새롭게 살아볼 용기가 생기는 글을 쓰고 싶었다’(p. 10)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지고, 다가올 날들을 좋은 것들로 채우고 싶다는 바람이 들게 된다.
오랜만에 괜찮은 에세이집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의 삶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었나. 그동안
에세이집에 관심을 멀리했던 나를 이 책이 다시 돌아 세워 주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읽는 이의 마음을 쉬어 가게 만드는, 따뜻함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편안하게 잘 읽히는 에세이집을 찾는 이에게, 마음의 여유를 얻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고픈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쓰는 사람의 일상이 궁금한 이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