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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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 2022214

* 페이지 수 : 320

* 분야 : 추리소설 / 미스터리 소설 / 일본소설


* 특징

1. ‘강강강’의 반전이 이어짐

2. 치밀한 스토리


* 추천대상

1. 강한 반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2.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덕후


♣♣♣



엄마의 문화 센터 수업 때문에 종종 이모의 집에 맡겨졌던 4살 여자아이 나오코. 그러나 그날은 이모인 사토코가 자신의 딸과 치과를 다녀와야 해서, 나오코는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사토코의 시아버지)와 함께 잠시 집에 있기로 했다. 그런데 사토코가 치과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코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데려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의 엄마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아빠는 데려간 적이 없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사토코는 때마침 시아버지에게서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여자애를 찾는 거라면 아까 젊은 남자가 저기 종려나무 밑에 파묻고 갔어···.”

돌덩이 같은 등이 내뱉은 그 말은 환청처럼 실감이 나지 않고 침묵보다 더 허허로웠습니다.

종려나무 같은 건 없어요. 저건 능소화잖아요.”

정원 한쪽에 서 있는 나무에 지그시 시선을 던지는 시아버지의 옆얼굴을 사토코 씨는 섬뜩한 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재우쳐 물었습니다.

근데 젊은 남자라니, 그게 누구예요?” (p. 43)


그런데 정말 할아버지의 말대로 마당 한켠 능소화 아래에 죽은 채 묻혀 있는 나오코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집에는 할아버지와 아이 단둘만 있었으니 처음엔 할아버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이어 사건이 일어난 시각 즈음 집 근처에서 젊은 남자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여럿 나타났고, 서서히 가족들의 숨겨진 본심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혼란 속에 빠지게 되는데


<백광>은 커다란 반전을 거듭 보여주며 전개된다. 아주 속도감 있게 읽히진 않지만, 내용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소설 속으로 쑤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복잡한 사연의 집안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고작 4년의 삶을 살다 떠나게 된다. 소설은 용의자라고 볼 수 있는 이 집안 식구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들려준다. 한 사람씩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이 이어진다.


초반에만 해도 자극적인 소재로만 시선을 끄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로운 스토리에 더불어 적당한 무게감도 느껴져 균형이 잘 맞춰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치밀하게 짜인 소설을 만나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작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계획하여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스릴러 장르는 앞서 뿌린 떡밥 회수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오래전 비극의 씨앗이 현재의 사건과 이어졌던 것처럼, 이 사건도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것만 같아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갑갑했다. <백광>은 흥미로운 스릴러 소설을 찾는 이에게, 마지막까지 강한 반전이 이어지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드디어 표지의 그림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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