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선율로 듣는 슈베르트, 눈이
부시게 찬란한 빛, 지중해의 바다 풍경, 소금기가 느껴지는
짭조름한 입맞춤.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고 주인공 마티아스는
병상에서 눈을 뜨게 된다. 현실은 잿빛 하늘, 엉덩이 부근에
구멍이 뚫린 환자용 가운, 수액 줄이 연결된 팔이 전부였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들었던 첼로 연주만은 진짜였다.
마티아스는 우중충한 병실에서 혼자 첼로 연주를 하고 있던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소녀의 이름은 ‘루이즈 콜랑주’로, 병실에서 음악 연주를 하며 자원봉사 중인 의대생이었다. 환자와 자원봉사자로
만난 그들이지만, 루이즈는 다짜고짜 그에게 엄마의 사망 사고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은퇴한 전직 형사였던 마티아스는 집에 홀로 있는 반려견의 밥을 챙겨주는 대가로 수락 여부를 생각해 보겠단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루이즈의 엄마인 전직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무용수 ‘스텔라 페트린코’의 사망 사건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스텔라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추락사했고, 술과 마리화나를 한 상태였으며, 여러 정황상
타살로 의심되는 단서는 없었다. 단순한 사고로 결론지어도 충분해 보였지만 루이즈는 그 사건에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 스텔라는 정말 단순한 추락사로 사망한 것일까. 아니면 사고로 위장된 채 살해당한 걸까.
【 “누군가 지붕을 타고
내려와 엄마의 아파트 발코니에 나타났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여름이면 엄마는 테라스에 안락의자를 내놓고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거든요.”
“현재로서는 그럴싸한 살해 동기도 없잖아.”
“저는 형사님이 다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뭘?”
“저 역시 살해 동기를 찾아내려고 형사님에게
수사를 의뢰한 거예요.” 】 (p. 59)
기욤 뮈소의 작품답게 이 소설 역시 술술 잘 읽혔다. 초반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미끼들을 던지기 때문에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설의 내용에 푹 빠져 있게
된다. 소설은 주요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들려주며 작은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 보였고, 그로 인해 퍼즐이 맞춰지며 사건의 그림이 차츰 선명해져 갔다.
소설은 뒤로 갈수록 반전의 폭죽을 팡팡 터뜨렸고, 특히 끝부분에선 피날레를 장식하듯 마구 터졌다. 반전들이 아주 신선한
충격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진 않을 정도로는 붙잡아주었다. 이 책은 기욤 뮈소를 좋아하는 이에게, 가볍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을 찾는 이에게 권해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