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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이소영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은 아웃사이더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소개한다. 단순히 화가와 작품을 건조하게 설명하는 글이 아닌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라지지 않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이 아웃사이더 화가들에 대한 끌림으로 표현되었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녀는
책에서 소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흔들리는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다독이고 응원한다. 그런
그녀의 말은 책 바깥의 독자에게도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요즘 미술 관련 책들이 많이 보이는데, 펼쳐보면 대부분 비슷한 화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조금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비주류 화가들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뻔하지 않고 신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우체부였던 페르디낭 슈발이 돌로 지은 ‘꿈의 궁전’이었다. 길이 26미터, 폭 12-14미터, 높이 10미터의 이 작품은 그가 오랜 세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구상하고 만들어낸 작품인데, 매우 세세하게 장식되어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을 완성한 이후 또다시 8년의 시간을 들여 자신의 무덤을
만들고 그곳에 잠들었다는 슈발의 이야기는 꿈을 꾸고 이루어 내는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내게 실현 가능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꿈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삶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저자가 편안한 투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읽는 동안 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비주류 화가들의 작품과 삶은 주류 화가들의 이야기만큼이나 감동을 주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어쩌면
나도 저자처럼 그들의 이야기에서 내 안의 두려움에 대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웃사이더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신선함, 그리고 저자의 솔직한 내면의 고백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다. 여기저기
흔히 보이는 미술 작품이 아닌, 새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미술 서적을 찾는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미술 에세이집을 찾고 있다면 이 책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