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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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서문에서 특정 음식을 왜 맛있다고 느끼는지 그 이유를 묻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물렁한 복숭아를 좋아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해서 좋아한다 정도의 이유일뿐 그 이상은 말하기가 어렵다. 모짜렐라 치즈 또한 좋아하지만 씹을 때 느껴지는 통통한(?) 식감과 은은한 우유 향 외에 그것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모호한 표현들로 맛을 느끼고 설명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대로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맛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맛을 느끼는 법이나 맛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들을 배운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맛에 대해 다양한 논문들을 근거로 과학적인 측면에서 설명한다. 책은 우리의 미각을 이루는 맛, 냄새, 식감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뇌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본다. 뒤이어 식품 회사에서 맛을 설계하는 과정과 농장에서 키운 과일과 채소들의 맛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는지 보여준 뒤 음식의 맛을 높여주는 방법(레시피 아님)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끝맺는다.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냄새, , 식감뿐만 아니라 소리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감자칩을 씹는 소리를 들으며 감자칩을 먹은 사람은 조용한 소리를 들으며 먹은 사람보다 15퍼센트나 더 맛있게 느꼈다고 한다. 굴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각각 바닷소리(파도나 갈매기 소리)와 농가의 소리(소나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굴을 먹은 경우, 바닷소리를 들었을 때 굴을 더 맛있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를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우리가 맛이라는 자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낀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먹으며 느껴지는 감각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느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식품 업계에서 맛을 설계하는 과정에 대해 들려주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 부분에서는 식품 향료 조향사란 직업이 소개되는데, 이들은 각 식품이 가질 맛에 맞게 다양한 향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만들어낸다고 한다. 사과향이 나는 과자를 만든다고 한다면, 신맛이 도는 사과, 덜 익은 사과, 단맛이 나는 사과, 아삭한 느낌의 사과 등 원하는 맛을 세분화하여 각각의 맛들이 언제 느껴질지를 섬세하게 설계하는 식이었다. 맛에 따라 첨가되는 향도 다르고 비율도 달라 제조 과정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 조향사라면 향수를 만드는 일만 떠올렸던 나는 식품 향료 조향사라는 직업이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를 먹을 때 좀 더 그 맛에 집중하여 느끼게 된다. 혀에서 느껴지는 맛은 어떤 종류인지, 입안에 넣었을 때 퍼지는 향은 어떠한지, 입속에서 느껴지는 식감은 어떤지 감각들을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음식이 아닌 말 그대로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는 과학 서적이다. 우리가이라고 느끼는 것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쌓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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