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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가장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공항에서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네모칸마다 하나씩 채워 모아 마치 커다란 타일 벽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 말이다. 이 소설집도 그 장면처럼 크리스마스를 맞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엮어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에는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설정이나 인물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 하나의 줄기로 엮여 있었다. 2021년에 출간된 김금희 작가의
소설 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 수록된
작품이자, 이번 신간 <크리스마스 타일>의 가장 마지막에 실린 단편 『크리스마스에는』 이란
작품이 이 이야기들의 시작점이다. 작가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시작하여 그들 주변으로 뻗어
나가 여섯 편의 또 다른 스토리를, 가려져 있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반짝이는 이미지와 들뜬 분위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동안 보았던 크리스마스 영화나 소설들도 뭔가 마법 같은 일이나 특별한 행운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도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책 속 인물들에게는 그런 극적인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도 매일의 일상이 이어질 뿐이다. 오히려 그들의 모습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그런 모습이 현실에 더 가까워서 인지 과장된 듯 보이는 해피엔딩보다
훨씬 위로와 공감을 주었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평범하다 못해 조금은 엉망으로 보이기도 하는 내 삶도 괜찮을 수 있음을. 삶은 원래 그런 것임을 보여 주는 소설이었다. 김금희 작가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를 인상 깊게 읽었던 이에게, 지금의 계절에 맞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창비)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