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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 이어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할 발견이 또 한 번 이어졌다.
아브만미르 추진기를 최초로 부착한 ‘보이저
주니어’가 우주 외곽에서 일종의 ‘막’을 발견한 것이다. 그 막은 지구에서부터 약 5광년 떨어진 곳에서 생긴, 만두피 같은 얇은 막이었다. 막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으며, 보이저 주니어가 추진기의 출력을 높여
아무리 뚫고 나가려 해도 막은 늘어만 날뿐 도저히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 ( ··· 중략 ···) 뒤어이 출발한 보이저 주니어
2호부터 60호까지 모두 비슷한 거리에서 막에 의해 우주가
막혀 있다는 사실을 전해 오면서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가 막에 의해 감싸진 채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p.
19)
2026년. 심각한 기후 변화로 인해 한국인의 절반이 굶어 죽게 되고 도덕적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식량이 고갈된지 겨우 2주만에 지옥이 펼쳐졌고, 역사는 이를 ‘병오 대기근’이라
기록했다. 그때 대한민국에는 G라는 인물이 구세주처럼 등장하여
혼란스러운 나라 사정을 살피기 시작했고, 인기를 얻어 정권까지 잡은 그는 식량난에 적합한 효율적인 인간을
만든다는 목적의 ‘신인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그에 따라 태어나는 아이들의 유전자는 모두 편집됐고, 시간이 흘러
그는 이 신인류들을 활용해 5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우주선을 보내 ‘막’의 정체를 밝히려고 까지 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만 해도 70년이 걸리는 곳. 그러나 지구에서의 삶이, 배고픔이 힘들었던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에 자원하여 새로운 삶을 꿈꾼다.
【 내게는 우주가 유일한 탈출구처럼 보였다. 우리 가족으로부터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 이대로 성인이 된다면, 고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형처럼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쉬는 날도 없이 비료를 밭에 날라야 할 게 뻔했다. 나을 리
없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그저 목숨만을 부지하기 위해 수십 시간 동안 매일 일하면서 G의 초상화 앞에 물을 떠놓고 살려달라 비는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지옥과 진배없었다. 유일한 탈출구는 하나였다.
지구를 떠나는 것.
오직 그것뿐이었다. 】 (p. 35)
삶이 고달퍼 지구를 떠난 이들이었지만, 우주선에서의 삶의 모습도 지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장소만
다를 뿐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일까. 살아 남기 위해서 다른 이의 것을 빼앗고, 쉽게 다른 이의 위에 올라서기도 하고, 자신만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도저히 견뎌내기 어려운 것들은 신에게 기대어 생각하고.
위태로운 삶은 새로운 곳에서도 여전했다. 어디에도 편안한 곳은 없었다.
막 너머에 도달하는 것이 그들 각자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그곳에 가기까지 생겨난 많은 희생이 진정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존재에 가치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한 걸까. ‘1’은 결국 막 너머에서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을까.
조금 더 다듬어지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래도 힘있게 스토리를 끌고 나가며 복잡한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선 좋은 인상을 남겼다. 생존, 인간의 본성, 권력, 신의 존재 등 이 작품은 다양한 주제에 걸친 질문들을 던진다. 흥미로운
스토리 속에서 이러한 고민들에 빠져보고 싶다면, 절망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을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