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를 탄 소년 -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네스토어 T. 콜레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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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든 늦든 누구나 이곳을 찾아오게 마련이죠.”

톰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노파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방향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

노파는 톰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늘 네판테를 찾아오죠.” (p. 14~15)


답답한 마음에 무턱대고 자동차에 올라타 빗속을 달리던 은 우연히 통나무 산장을 발견한다. ‘네판테라는 이름이 새겨진 이곳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문을 열자 따스한 실내 풍경이 펼쳐졌다. 따뜻한 온기를 주는 장작불과 훌륭한 음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산장이 주는 편안함을 즐기는 사이 이곳의 주인으로 보이는 노파는 톰에게 와인을 한 잔 건넸다. 이 한 잔의 와인이 모든 근심을 잊게 해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삶에 나침반이 되어주었던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톰은 노파의 말처럼 근심을 떨치고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게 될까.


과거의 일을 다시 생생하게 만들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예상하고 염려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생각이었다. 알라 킨은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오래된 진리를 마침내 떠올렸다. (p. 126)


시간은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시간은 거스를 수 없이 지나가니까요. 과거의 추억에만 매달리는 사람에게 그 추억은 거부할 수 없는 짐이고, 무거운 납덩이처럼 짓누르는 짐일 수도 있어요. 미래도 마찬가지죠. (p. 148)


“어딘가에 가야만 한다는 것, 목표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야.” (p. 175)


과거나 미래를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고 있을 때, 타인의 바람을 나의 꿈이라 착각하며 그것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고 있을 때, 소중한 것을 잃고 깊은 절망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 주인공 톰이 겪는 시련은 소설 밖 독자들도 살아가면서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일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라면 자신의 과거에서 그런 기억을 하나 이상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더욱 공감이 되고, 이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결국 톰에게 주어진 삶의 시련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러고 보면 삶은 하나의 깨달음을 향한 여정이란 생각이 든다. , 그 깨달음은 찾으려고 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이 작품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매력적이었다. 의미 있는 메시지, 발견해 내는 재미가 있는 비유와 상징, 소설적이면서도 동시에 공감이 가는 스토리 등. 읽을수록 균형 있게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마음에 와닿았던 이라면 이 소설 역시 마음에 들 것 같다.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읽는 이는 주인공처럼 네판테 산장의 노파에게 와인을 건네받게 된다. 이 기회를 통해 오래전 자신의 마음속 깊숙이 묻어두었던 자신만의 쪽지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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