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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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시마 제도의 남쪽에 있는 무쿠이 섬.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섬, 그렇기 때문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섬’(p.41) 이라는 감상적인 문구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있는 곳이었다. 사실 이곳은 최근 오컬트 전문 사이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장소로, 오래전 이곳에 다녀온 뒤로 죽은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의 섬뜩한 예언이 남겨진 곳이었다.


무쿠이 섬에는 이런 얘기가 떠돌고 있어. 1990년대 중반에 여기서 심령 프로그램을 찍었는데, 당시에 출연했던 영능력자가 갑자기 이상해지더니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었지. 그때 찍었던 필름은 모두 창고에 처박히고, 스태프와 영능력자의 가족은 잇따라 죽음을 맞이했어. ······ 저주를 받은 거야.”

( ··· 중략 ··· ) “더구나 우쓰기 유코는 죽기 직전에 예언을 남겼어. 이른바 생애 마지막 예언이야.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지······ 올 825일부터 26일 새벽에 걸쳐 무쿠이 섬에서 여섯 명이 죽는다, 라고.” (p. 43~44)


어린 시절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우쓰기 유코의 마지막 예언을 따라 떠난 여행길에서 그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말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에게 건네진 말에 옭아 매여 그 말을 믿으며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지 못했다. 작가는 토속신앙을 믿고 인습을 지키려는 한 섬에 내려진 저주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저주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 곁에도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부정적인 말들을 통해 내 모습을 바라보고 그 말을 믿기 시작할 때. 그럴 때 저주는 우리 곁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소설은 으스스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다음 사람들이 스스로 걸어 놓은 현실의 저주까지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 이상하다, 기이하단걸 알면서도 버릴 수 없는 말. 뿌리치고 싶어도 뿌리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 그게 바로 저주예요. 그걸 그대로 놔두면 어느새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되죠.” (p. 313)


사와무라 이치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는 공포스러운 이미지도, 몰입도도 조금 약했다. 그러나 이전보다 더욱 고심해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타인에게서 전해진, 혹은 자기 스스로가 걸어 놓은 크고 작은 저주가 있다. 이 작품을 거울삼아 자신만의 저주를 알아채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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