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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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와 단둘이서 살아가던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는 또래에 비해 책을 좋아한다는 점만 빼면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지는 부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할아버지와 조용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고모네로 이사가 결정되면서 서점 문을 닫기로 했다. 그런데 폐점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서점에 이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황당한 표정을 짓는 린타로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얼룩 고양이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도와줘.”

두개의 비취색 눈동자가 예리한 빛을 내뿜었다. (p. 31)


세 가지 색깔의 부드러운 털을 가진 손님. 그 이상한 손님의 정체는 바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자신의 이름을 얼룩이라고 소개하며, 갇혀 있는 책을 구하기 위해 린타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고양이가 구하고자 했던 책들은 어떤 위기에 처한 것일까. 린타로는 책의 미궁 속에서 무사히 책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p. 65)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p. 124)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책을 읽는 태도를 돌아보게 하고, 어떤 마음으로 책을 대해야 할지 알려준다. 책을 가까이할수록 느꼈던 생각들을 이 작품 속에서 글로써 만나게 되니 반갑기도 했다. 작가는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요즘의 책 읽기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 소설에 녹여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독서의 매력이 이 책 속에 다 나온다. 특히 책을 읽을수록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점은 내가 책을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는데 이 책 역시 그것을 말하고 있어 매우 공감이 가고 반가웠다. 처음 내가 책을 가까이했을 때만 해도 나는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책을 읽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작품을 통해 내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여겼던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내가 책을 읽어왔던 시간들, 그 속에서 건져낸 크고 작은 깨달음, 책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의 변화 등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작품이다. 초반부에선 조금 유치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펼쳐지면서부터는 작품이 말하고 있는 내용이 그동안 내 마음속에 일었던 생각들과 매우 비슷해 끄덕끄덕 공감하며 읽었다. 책을 어떻게 대하고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책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에게 이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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