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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평점 :

가족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이슨은 친구의 축하
파티에 잠시 들렀다가 오기로 아내와 약속하고는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게이샤
가면을 쓴 괴한과 마주치게 된다. 제이슨에게 총구를 겨누어 원하는 장소까지 운전을 시키던 괴한은 그와
옷을 바꿔 입은 뒤 그에게 의문의 약물까지 주사한다. 곧 의식을 잃었던 제이슨은 낯선 곳, 낯선 목소리들 사이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는 이들이 자신을 위협한
괴한과 한패라고 생각하고는 경계하는 마음을 풀지 않으며 그들과 이곳의 정체를 추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말도 안 되는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 그가 이런 짓을 한 건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내 삶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내 아들을.
내 직장을.
내 집을.
왜냐하면 그 남자는 나였으니까. 】 (p.
225)
가지 않은 길에 집착했던 한 천재 과학자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갈림길에서 너무나 멀어진 그곳으로, 내가 원했지만 갈 수 없었던 또 다른 나의 삶을 찾아간다. 현실의 삶에서 불만족스러운 점들을 하나씩 고쳐갔더라면 좋았으련만. 그는
천천히 고쳐가는 삶보다는 내 것이 아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끔찍했다.
하나의 선택에서 뻗어 나가는 무한한 가능성. 소설이 묘사하는 다중우주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새로운 문을 열 때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닌 동시간대의 다른 공간들이어서, 그리고 그 풍경의 차이들은 어쩌면 한 발자국, 말 한마디, 한 문장, 밥
한 숟가락의 차이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것들이라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는 한 사람이
지나온 길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해 놀라웠고, 나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다양한 삶을 살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만약 그렇다면, 만약 내가 대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치는 대신
정비소에서 고장 난 차 밑에 들어가거나 충치에 구멍을 뚫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나는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그리고 그 수준은 무엇일까?
개성과 생활방식 같은 겉치장을 모두 벗겨낸다면, 과연 나를 나이게 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 (p. 340)
【 나는 매 순간을 감사한다고 생각했지만, 추운 이곳에 앉아 있다
보니 실은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겼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랬던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모든 것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우리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그
모든 게 얼마나 위태롭고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으니. 】 (p. 359)
소설이 그려내는 이미지가 너무 흥미로워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책을 덮어야 할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몰려왔다. 이
책은 틈새 독서로 인해 흐름이 자주 끊기는 상황임에도, 다시 펼칠 때마다 닫혀 있던 세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툭 튀어나와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손발에 땀이 계속 났다.
(처음엔 환절기라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이 소설 때문이었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는 작품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만한 스토리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애플 tv에서 방영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볼거리가 풍족한
영상이 만들어질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
【 “이런 의구심이 들어. 누가 이상적인 제이슨일까? 그런 제이슨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훌륭한 버전의 나로 사는 것이겠지, 안 그래?” 】 (p.
418)
한 편의 SF 액션 스릴러
영화를 몰입해 본 듯했다. 여름용 액션 영화처럼 스토리가 시원스럽게 질주했다. 몰아치는 재미, 지루할 틈이 없는 SF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다중우주를 소재로 한 소설 작품에 흥미가
있다면 이 책 <30일의 밤>을 강력 추천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꼭 읽어 보시길!!!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