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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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 놀러 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7살 딸 미즈호. 미즈호의 뇌사 진단을 앞두고 장기기증을 하려 했던 부부는 아이와 작별 인사를 나누다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장기기증을 취소하고 연명치료를 이어가게 된다. 담당의는 뇌사 상태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설명했지만, 부부는 그들이 보았던 움직임을 기적의 시작으로 믿고 싶어 했다.


뇌사상태에 빠졌지만 호흡기 없이 숨을 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깨어날 수는 없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 역시 소설 속 부부처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하루라도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지 않을까. 이성적으로만 따지자면,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단 장기 기증을 통해 살 가능성이 있는 아이 여럿을 살리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그렇더라도 혹시나 하는 기적을 바라고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당연한 마음이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뇌사라는 말은 장기 이식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1985년에 다케우치 교수를 필두로 한 후생성 뇌사 연구반이 뇌사 판정 기준을 발표했고, 그 아래 기준을 충족시키는 상태를 뇌사로 부르게 된 겁니다. 분명하게 말해서 뇌사가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와 동일한지는 불명확합니다


( ··· 중략 ··· ) 심정은 이해합니다만, 다케우치 기준은 인간의 죽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제공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기준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연구반의 리더였던 다케우치 교수가 가장 중요시한 점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즉 소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였습니다. 그래서 그 표현도 뇌사가 아니라 회복 불능또는 임종 대기 상태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 이식 문제를 진전시키고 싶었던 관리들로서는 죽음이라는 말을 꼭 넣고 싶었겠죠. 그 탓에 문제가 쓸데없이 복잡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발췌)



다시 묻겠습니다. 만일 지금 미즈호가 뇌사 판정 절차를 밟는다면 뇌사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이죠?”

아마 그럴 겁니다.”

신도가 가즈마사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가즈마사가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물었다.

지금 집에,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아니면 시체입니까?” (본문 발췌)



읽으면서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다. 주인공 부부의 고뇌도 공감이 되고, 주변인들의 말과 생각 또한 이해가 갔기에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 스토리를 입혔기 때문에 양쪽의 마음에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이것이 스토리가 가진 힘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고, 지루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노련하게 잘 엮어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감탄했다. 뇌사 판정과 장기 기증에 대해, 아픈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 준 소설이다. 이러한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 <인어가 잠든 집>을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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