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여름 헤세 4계 시리즈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고르던 중에 구매하게 된 책이다. 헤세가 쓴 시와 산문, 소설 중에서여름과 관련된 것들만 모아 놓은 책이다.


여름의 열정적인 뜨거움, 산과 들의 초록빛 향기, 푸르른 하늘과 바다, 시원하게 퍼붓는 빗줄기이 책은 이 모든 것을 마음으로, 또 다른 감각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여름을 좀 더 다채롭게 느끼도록 한달까. 헤세가 풀어놓는 여름의 이미지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내 머릿속과 마음속이 여름의 색과 향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이 여름이라 참 감사하단 생각이 들며, 여름 속에 더욱 깊게 머무르고 싶어졌다.


이 책에는 헤세가 그렸던 수채화 작품들도 곳곳에 실려 있으니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소소하게 맛볼 수 있다. 여름휴가에 읽을 책을 고르고 있다면, 여름향기 물씬 나는 글을 읽고 싶다면 <헤르만 헤세, 여름>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가만히 나무둥치에 묶어 둔 체인을 풀고 내 가벼운 보트를 물 속에 띄운 다음, 뒷부분을 들어 해안에서 밀어낸다. 바다는 거울처럼 매끈하며 녹색과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태양은 정오의 힘을 한껏 발휘하며 작렬한다. 저편의 해안에는 눈처럼 하얗고 둥글게 뭉쳐진 여름의 구름들이 지나가는 파란 하늘이 수면 위에 빛을 발하며 반사되고 있다.

내 뒤로는 키 높은 포플러나무와 아래로 넓고 깊게 늘어진 실버들의 그늘진 초원이 있는 해안이 비껴가고, 해안과 더불어 거기 육지에서 일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걱정하는 모든 것들도 함께 뒤로 물러간다. 그것들은 멀어져 알아볼 수 없고, 중요함도 가치도 없어진다. (p. 62)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한 주머니씩 가득 담아서 아쉬울 때를 위해 보관해둘 수만 있다면! 물론 인공적인 향기를 지닌 조화들이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세상의 충만함이 우리 곁을 살랑거리며 스쳐 지나간다. 날마다 꽃들이 피고, 햇살이 비치며, 기쁨이 미소 짓는다.

우리는 때때로 감사하며 그것들을 흠뻑 들이마시고, 때로는 피곤하고 언짢아서 그런 것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 주위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난다. 어떤 기쁨이든 수고하지 않아도 오고 결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기쁨은 자유로우며, 번져 오는 보리수꽃 향기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신의 선물인 것이다. (p. 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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