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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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소설은 여름날 길가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민트색 새 자전거를 보여주었다.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한 남자가 주인 없는 자전거를 트렁크에 실어갔고운이 좋다고 생각하던 그는 20분 뒤에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프롤로그의 찜찜한 이미지에 이어 소설은 카페에서 열띤 토론을 주고받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종업원의 이야기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심각한 분위기를 풍기는 네 명의 사람들.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남매였고, 그들의 어머니는 일주일 전 실종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소설은 그들의 어머니가 실종되기 몇 달 전부터 현재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주었다.



조이 델라니, 69. 9일 전에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잠적할 거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대. 전화기는 가져가지 않았고.” (p. 91)



어머니 조이의 실종에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바로 실종 전날 남편 스탠과 다투었다는 점, 조이가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갔다는 점, 그리고 조이가 사라지기 몇 달 전 노부부의 집에 찾아왔던 의문의 여성이 있었다는 점까지그들의 어머니는 왜, 어디로 사라진 것이며, 이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아이들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조이는 가끔 생각했다. 이때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내가 정말 이 순간을 살았던 걸까? 내 인생은 그저 표면을 스치듯이 살아온 게 전부 아닐까? (p. 145)


이제 사람들의 삶에는 새로운 규칙들이 너무나도 많이 생겼고, 조이는 아직 그 규칙들을 다 익히지 못했다. 예의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세상에 나와 모든 좋은 예의는 조이에게서 배운 아이들은 가끔 “엄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면 조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어넘겼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무심코 뱉은 말 때문에 속상하고 당황스러웠다. (p. 364)


정확하게 샷을 쏘고, 정확하게 라켓을 휘두르고 멋진 기술을 구사하고, 해야 할 모든 것을 제대로 해낸다고 해도, 여전히 시합은 잘못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100퍼센트 성공할 수는 없다. 지는 날도 있는 법이다. 아이들에게도 늘 그렇게 가르쳤다. 너희가 이 세상 최고 선수여서, 계속 이기고, 이기고, 또 이긴다고 해도, 결국 지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p. 547)


이제는 앞으로 나갈 시간이었다. 일단 공을 쳐서 넘겼다면,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있는 건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공이 날아가는 경로를 바꿀 방법은 없다. 그저 이제는 어디로 움직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과거에 했어야 할 일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p. 616)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상은 다를 때가 많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가까운 사이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더라도, 그 시간 동안 대체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의 진짜 속마음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다 아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내가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다.


상대가 나에게 건네는 호의는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왜 그리 예민해지는 것일까. 적절한 때에 고마운 것을 고맙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좀 더 좋은 관계를 쌓을 수 있었을 텐데.


다소 천천히 진행되는 스토리에 긴 호흡으로 읽어낸 작품이지만 지루한 느낌은 없었다. 스피디한 전개는 아니지만,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그들의 과거 속에 엉켜 있던 마음의 문제들이 하나둘씩 나오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더욱 궁금해졌다. 소설 속 인물들의 가족 관계를 거울삼아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해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때는 매우 소설적인 스토리라 생각되었지만, 뒤로 갈수록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가족 간의 관계, 특히 부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가 많은 소설이었다. 가까운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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