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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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2080년 밀라노에서 쓴 짧은 글로 시작한다. 손자들에게 과거 팬데믹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믿지 못한다고 말하는 주인공. 그는 아홉 살 때 바이러스 때문에 집안에 격리되면서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소설 속 사람들을 위협한 바이러스는 지금 현실에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 60년이 지나고 나서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언제쯤 바이러스에게 빼앗긴 자유를 되찾게 될까. 팬데믹의 시간을 건너면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변해갈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프롤로그에서부터 많은 질문이 솟아났다.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이 소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나는 마음속 무거운 염려와 바람을 품고 책장을 넘겨 나갔다.


소설은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며 풀어내는 이야기였다. 바이러스 덕분에 귀찮았던 생일파티를 취소하게 되어 좋아했던 아홉 살 소년 마티아. 그 시절 그가 보냈던 날들은 우리가 지나온 날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체온계와 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하며 조심스럽게 밖을 다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들.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학급 친구들과 회사 동료들. 그러나 마티아에게는 바이러스보다 더 큰 문젯거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을 떠나 금발머리의 애인에게 가버린 그의 아버지였다. 그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엄마를 슬프게 만든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마티아는 팬데믹 때문에 그가 가장 미워하던 사람인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나는 또 다른 바이러스 하나가 내게 오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름과 성이 있는 몹시 짜증나는 바이러스였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나와 성이 똑같았다. (p. 33)



아홉 살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 그런지 그 나이대 다운 순수함과 귀여움이 묻어 있어 소설이 우리에게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듦에도 불편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아이들은 팬데믹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훗날 기억하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 그 뒤 몇 달 동안 바이러스가 여전히 피해를 주긴 했지만 결국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적응했다. 세상은 현재안에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현재를 사는 동안 그 현재는 언제나 이전의 모든 현재들보다 훨씬 나빠 보였다. 그렇지만 몇 년 뒤 사람들은 왜곡된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그리워했다.

우리가 수천 년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p. 299)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를 위한 이야기였고,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스토리처럼 느껴져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더 큰 공감과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


지금의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마음이 지쳐 있지만, 소설은 그럼에도 이 경험이 우리를 또 다른 방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는 걸,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닮은 소설을 찾고 있는 이에게, 소설을 통해 위로를 얻고 희망을 발견하고픈 이에게 <이태리 아파트먼트>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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