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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보고 계셔 - 홍칼리 무당 일기
홍칼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평점 :
무당, 점집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매서운 눈빛을 한 무당의 얼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요란한 방울 소리, 흩뿌려지는 쌀알의 모습 정도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이미지들은 TV에서 무당이나 점집을 묘사했던 것이 내 머릿속에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실제로는
점집을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다. 진짜
무당이 들려주는 그들의 세계와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첫 페이지부터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이패드 앞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저자의 모습이 나왔다. 말 그대로 ‘요즘 무당’의 모습이랄까. 모태신앙을 가진 타투를 한 비건 지향의 퀴어 무당. 내 머릿속 무당의 이미지와 저자는 많이 다른 모습이어서 그녀의 이야기는 신선했고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 ‘한’이라고 하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구천을 떠도는
여자 귀신이 울면서 읊는 사연 같은 걸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들어줄 사람이 없는데도 밖으로 내보내야
할 이야기가 한이다. 무당은 이런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야기,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을 풀어주고 기도로 정화한다. 굿을 벌여 한을 흥으로 풀어내고
부적이나 신물로 복을 빈다. 】 (본문 발췌)
【 한국의 무당은 왜 묻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 ‘무당’ 하면 느껴지는 이미지는 물어보기보다는 술술 답을 말해주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무당은 손님이 왔을 때 손님에게 묻고, 신령에게도 묻고, 스스로에게도
물어보는 자다. 그렇게 수행을 해나가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 (본문 발췌)
【 흔히 흉괘라고 하면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몸이 아파지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되지 않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점괘가 나오는 것을 뜻한다. 인간사에서 좋지 않은 이별, 고통, 인내하는 시간을 보통 흉하다고 해석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그 시간들은
영적으로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흉해 보이는 점괘는 있어도, 흉하고 안 좋은 인생 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본문 발췌)
<신령님이 보고
계셔>를 통해 무당이라는 직업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 조금 부서졌다. 그들은 단순히 점괘만을 읊는 것이 아닌 상담과 치유의 역할까지 하는 사람이었고, 직업 외의 부분에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는 보통 사람이었다.
책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혼의 나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사람마다 영혼의 나이가 다르고, 각자가 가진 영혼의 나이에
맞는 리듬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무엇이 영혼의 나이를 결정하는지, 그리고 내 영혼의 나이는 얼마나 될지가 궁금했다.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는 나와 접점이 없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재미에 충실했던 것 같다. 요즘 무당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