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 뒤란에서 소설 읽기 2
V. E. 슈와브 지음, 황성연 옮김 / 뒤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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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신들은 위대할지는 몰라도 친절하거나 자비롭지는 않아. 물 위에 비친 달빛, 폭풍우 속 그림자처럼 변덕스럽고 불안정해. 그래도 꼭 그들을 불러내야 한다면 신중해야 해. 무엇을 부탁할지 조심스럽게 결정하고, 대가를 치를 각오도 해야 해.” 그녀가 아들린 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리고 아무리 절망스럽거나 암울하다 해도 어둠이 내린 뒤에 응답하는 신들에게는 절대 소원을 빌어선 안 돼.” (p. 39)




이 소설은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어둠과 거래를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비용에 살고 있던 주인공 아들린은 스물셋의 나이에 아이 셋 딸린 남자와의 결혼에 떠밀려지게 되자, 자신의 운명에 갑갑함을 느끼고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에스텔처럼 오래된 신들에게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빌어보지만, 그녀의 기도에 답하는 존재는 딱 한 명. 어둠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어둠과 거래를 하게 된 아들린. 그녀는 정말 자신이 꿈꿔온 삶을 살 수 있을까...




나 자신 외에는 어떤 누구에게도 속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고, 나만의 길을 찾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그도 아니라면 혼자가 되고 싶어요. 적어도 이건 내 선택이길 바라요. 나는 선택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지쳤고, 내 발밑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무서워요. 지금껏 살아온 대로 죽고 싶지 않아요. 그건 삶이라고 할 수 없어요. 나는ㅡ.” (p. 66)



아들린은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어둠과 거래했지만, 그것은 저주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기 위해 누구에게도 기억될 수 없는 아들린은 자신의 부모에게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녀는 무엇도 소유할 수 없고 존재했다는 흔적도 남길 수 없는 사람이 된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애초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인간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잊히는 건 미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잊히는 사람은 무엇이 진짜인지, 자신이 진짜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기억될 수 없다면 어떻게 진짜일 수 있는가? 숲속에서 쓰러지는 나무에 관한 선문답 같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어난 일인가?

사람이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p. 157)



현실과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 때문에 책을 덮고도 한동안 소설이 남긴 여운 속에 잠겨 있었다. 오래전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한 선택을 한 뒤 뒤늦게 후회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아들린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서로에게 기억될 수 있고, 서로에게 속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감사한 일임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또한 이 작품은 비극적인 운명에 처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끝없이 어둠과 싸우는 아들린의 모습을 통해, 주어진 것에 굴하지 않고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삶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이 소설은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 삶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어둠과 거래한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지만, 자신들이 원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욱 나빠진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를 맞이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지고자 욕망하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그것을 이뤄냈을 때 나는 진정으로 만족하게 될지, 그것으로 인해 내 삶은 전보다 더 나아질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다.



<기억되지 않는 여자, 애디 라뤼>는 흥미로운 소재와 매력적인 분위기 속에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잘 버무려져 있는 소설이었다. 책 속에서 환상의 세계를 거닐고픈 이에게, 재미있으면서도 잘 짜여진 판타지 소설을 찾는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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