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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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대도해라는 사전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힘쓰는 겐부 쇼보 출판사 사전 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오랫동안 사전 만들기에 힘쓴 감수자 마쓰모토 선생, 평생 사전을 만들어 오다 퇴직 후에도 촉탁 사원으로서 사전을 만들고 있는 아라키, 조금 딱딱한 인상의 계약직 직원 사사키, 능글 맞은 성격으로 사전 편집부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니시오카, 그리고 매우 엉뚱하지만 사전 만들기에만은 큰 재능을 가진 마지메까지. 그들의 <대도해> 사전 편찬기는 순조롭게 진행 될는지.




이 책은 따뜻한 분위기의 일본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진 덕분에 읽는 내내 내 기분도 밝아졌다. 사전에 적혀 있는 수많은 단어들의 설명은 그저 쉽게 쓰인 것이 아니었다. 단어가 가진 뜻과 분위기를 쉽고 간략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단어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주인공들의 그런 습관 덕분에 이 소설을 읽으며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단어나 관용구들의 뜻에 대해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단어의 쓰임과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종이로 된 사전을 사용하지 않은지 꽤나 오래되었다. 전자사전이 나온 뒤부터 종이 사전에서 멀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스마트 폰 앱이나 온라인으로 검색을 통해 궁금한 단어를 찾아보게 된다. 종이를 직접 넘겨가며 찾는 종이사전과 달리, 검색만 하면 단번에 찾던 단어가 나오는 온라인 사전이나 스마트 폰 앱은 확실히 빠르고 편리하다. 그러나 때로는 종이를 넘기며 궁금했던 단어를 찾아가는 길에 만나는 단어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그리고 사전에서만 느껴지는 그 얇은 종이 넘김이 그리울 때도 있다.



우리는 배를 만들었다. 태고부터 미래로 면면히 이어지는 사람의 혼을 태우고. 풍요로운 말의 바다를 나아갈 배를. (p. 329)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을 찾는다면 <배를 엮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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