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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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앞에서 구토를 하는 도중에 동생 에드워드의 전화를 받은 주인공 수잔. 그녀의 동생은 그들의 어머니가 간밤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수잔은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을 들었음에도 마음에 큰 동요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어머니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와 어머니의 죽음을 알림으로써 따라오는 인사치레들을 피하고자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


회사를 나와 아스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이에도, 나는 직장 동료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살아남은 내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다. 아무도 오늘 아침,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타인에게 숨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마 누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능력이니까. (p. 19)


매사에 이성적이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수잔과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일삼는 남동생 에드워드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장례 문제를 동생에게 맡겼지만, 못 미더운 에드워드의 계획에 그녀는 직접 고향인 버밍엄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에게는 엄마의 장례식 만큼이나 충격적이고 큰 문제가 또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녀의 임신이었다. 그녀는 임신을 원한 적도, 결혼을 원한 적도 없었다. 그저 가볍게 12년 동안 만남을 이어온 남자 리처드만 있었을 뿐. 그러나 그녀는 임신을 확인한 후로 리처드와의 관계도 정리하고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수잔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하며 가시를 세우고 있는 선인장 같았다. 그녀는 동생의 친구인 롭에게 선인장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불쾌한 마음이 일었는데, 이는 자신이 키우는 선인장이 비록 꽃을 피우진 못했어도 그동안 나름대로 잘 키워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인장을 닮은 그녀의 삶을 변호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을 자신이 그어놓은 선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한 태도 덕분에 그녀는 고향을 떠난 이후로는 크게 상처받을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녀는 함께여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따뜻함, 안정감과 같은 감정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주 행복하다고 느끼진 못해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 정도로 살아낸 것은 꽤 괜찮은 결과라 여겼다. 그러나 그런 수잔에게 뜻하지 않은 큰 사건들이 닥쳤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던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어요.” 내가 설명했다. “내 운명을 내 손으로 쥔다면 그 누구도 나를 실망시킬 수 없으니까요.”

그래요. 하지만 우리 모두 곧 엄마가 될 텐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차례라고요. 다신 우리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때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는 포기를 해야죠.” (p. 325)




사람 간의 관계가 때론 우리를 아프게도 하지만, 관계는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를 버티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새롭게 나아갈 용기를 주기도 한다.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마음이 움츠러들고 숨고 싶어지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관계 속에서 치유받고 성장한다. 수잔의 이야기는 소설 밖 독자들에게 이것을 보여주었다.



매일 몇 시간의 직사광선이 선인장의 꽃을 피우게 만드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따가운 햇살 같은 일들이 그녀의 삶에 내리쬐었고 그것은 그녀의 삶에도 꽃을 선물하게 된다. 소설의 스토리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끝이 났지만, 수잔의 진짜 이야기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부터 새롭게 시작될 것만 같았다. 선인장 같았던 45세 예비 싱글 맘의 성장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소설이 가시 돋친 누군가의 마음에도 햇살을 비춰주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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